지난해 숨진 고(故) 장진호(1952~2015. 아래 사진) 전 진로그룹 회장의 아들이 "아버지의 실소유 회사를 가로챘다"며 장 전 회장 측근을 고소하면 장진호 전 회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중국 등에서 도피 생활을 해온 장진호 전 회장의 사망은 검찰이 지난해 말 공식 확인한 바 있다. 장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초 중국에서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가족관계증명서에 관련 기록이 없어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검찰이 장 전 회장이 숨을 거둔 중국 현지 병원이 발급하고 중국대사관이 공증한 사망진단서를 확보한 뒤 이날 그의 사망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10여년간 타국을 떠돌다 쓸쓸히 최후를 맞은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장 전 회장은 진로그룹 총수에 올랐다. 이후 진로소 주의 독주를 믿고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하다 외환위기를 맞아 그룹이 공중분할되면서 사기대출 혐의 등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장 전 회장은 40년 넘게 진로를 이끌어온 창업주인 부친 장학엽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경영에서 배제됐다. 장학엽 회장의 사촌인 장익용씨가 실질적인 회장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1984년 장학엽 회장이 타계하면서 장 전 회장이 이복 형인 장봉용씨와 함께 주식을 매집, 장익룡 회장측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끝에 승리했다. 결국 장익룡 회장이 (주)서광 등을 맡아 분가하는 것으로 사촌간의 분쟁은 마무리됐다.
이어 경영권을 찾은 장진호-장봉용 이복 형제간 분쟁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장봉용씨가 진로 주식을 내놓고 대신 진로발효 주식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분쟁이 해결됐다. 장진호 전 회장이 경영을 맡은 진로 그룹은 무리한 다각화와 확장 전략으로 공중분해됐다. 외환위기로 진로그룹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1999년 12월 카스 맥주를 생산하는 진로쿠어스맥주가 OB맥주에 매각됐고, 위스키 사업부문인 진로발렌타인은 영국에 양도했다. 주력사인 진로는 2003년 1월 거래소 상장이 폐지됐고 2003년 5월 회사정리절차 개시 결정에 이어 2004년 4월 회사정리계획안 인가를 받았다.
이후 2005년 4월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하이트맥주 컨소시엄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같은 해 10월 본 계약을 체결하면서 하이트맥주 기업집단에 편입됐다.
장 전 회장은 이사회 승인 없이 계열사에 6000억원대의 자금을 부당지원하고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에서 5500여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횡령 등)로 2003년 1심에서 징역 5년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2004년 10월 열린 항소심 선고에서 장 전 회장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1년1개월 만에 풀려나게 됐다. 하지만 집행유예 기간인 2005년 캄보디아로 도피한 장 회장은 2010년 중국으로 거처를 옮겼다. 캄보디아에선 은행업, 중국에선 게임업체 투자 등을 하면서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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