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의 히트상품 연두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연두 매출액은 2012년 43억원에서 2013년 147억원, 2014년 171억원, 2015년 180억원을 거쳐 올해는 200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출시 첫 해인 2010년(16억원)에 비하면 5년 만에 10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렇지만 2010년 연두가 처음 출시될 당시의 반응은 기대이하였다. 연두는 지금 대박상품으로 떠올랐지만 사실은 지난 수년간 엄청난 부침을 겪었다.
이주희 샘표식품 마케팅부장(44·사진)은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해 제품 리뉴얼을 꾸준히 추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연두를 통해 절감하게 됐다"고 말한다.
연두 개발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만 해도 국내 대다수 간장은 일본식으로 콩에 밀가루를 넣어 만드는 식이었다. 하지만 샘표는 100% 콩 발효로 만드는 옛 조선간장 공법을 통해 간장 신제품 '맑은 조선간장'을 국내 최초로 양산해냈다. 콩 발효에 자신감을 보인 샘표는 이후 2000년대 내내 콩 발효액을 바탕으로 한 액상조미료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2010년 연두가 출시됐다. 멸치, 쇠고기, 해물 등 특정 재료로 맛을 내는 기존 가루 조미료와 달리 연두는 오로지 콩만을 사용하면서도 각종 국이나 찌개, 나물에 넣으면 그 맛을 더욱 감칠나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 인식은 달랐다. 연두는 당시 320g 소용량으로 나왔고 색깔 역시 간장보다 조금 연한 갈색을 띠었다.
이 부장은 "우리는 최선을 다해 혁신 제품을 만들었지만 소비자들은 '샘표가 간장 신제품을 내고서는 비싼 값에 판다'고 여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 반응은 무서웠다. 2010년 5월에 나온 연두는 그해 매출이 16억원에 그쳤고 2011년에는 13억원으로 더 쪼그라들었다. 초라한 성적이었다.
샘표식품은 다른 식품업체와 달리 제품개발팀이 별도로 없다. 연구진이 신제품을 만들 때부터 마케팅부와 함께 상의해 제품을 완성해간다. 마케팅부가 제품 초안을 마련하는 일에서부터 실제 제품 개발의 'A to Z'를 거의 책임지는 식이다. 이 부장을 비롯한 마케팅부원들도 2011년은 오로지 연두 리뉴얼에만 몰두했다.
절실함은 통했다. 2012년 완전히 달라진 연두가 리뉴얼 제품으로 나온 것이다. 일단 간장의 향을 없애고 탁도를 줄였다. 특히 연두를 수식하는 어구가 중요했다. 바로 '요리 에센스'다.
이 부장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부는 당시 이 수식어를 찾기 위해 외부 용역까지 줘가며 고심했지만 결국 마케팅부에서 직접 내놓은 아이디어인 요리 에센스가 채택됐다. 하지만 곧 엄청난 사내 반발에 부딪혔다. 이 부장은 "2010년 연두가 처음 나올 당시 '콩발효 조미료'라는 수식어 때문에 인공조미료에 반감을 갖는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는데, 2012년 리뉴얼 제품에서 화장품 용어인 '에센스'를 쓰자 예전보다 더욱 인공적인 느낌을 준다며 사내 반발이 무척 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 반응은 달랐다. 화장품 중에서도 피부에 꼭 필요한 에센스처럼 요리할 때 넣으면 반드시 그 맛을 배가시키는 요리 에센스라는 문구가 소비자들 마음을 뒤흔든 것이다. 간장 향도 사라졌고 감칠맛을 내는 콩 발효액 성분도 업그레이드하자 품질에 대한 소비자 호응도 역시 쑥쑥 올라갔다. 히트작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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