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세계의 투자 대가들]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는 당신 자신』 「채권왕」 빌 그로스의 투자 원칙
  • 이민주
  • 등록 2018-03-02 08:45:53
  • 목록 바로가기목록으로
  • 링크복사
  • 댓글
  • 인쇄
  • 폰트 키우기 폰트 줄이기

기사수정

[편집자주 :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 투자 대가들의 투자 기법을 정리해보는 '세계의 투자 대가들'을 연재합니다. 이들의 투자 기법을 어떤 특징을 갖고 있고, 어떤 개인사를 거쳐 이같은 기법을 채택하게 됐는지, 시사점은 무엇인지를 정리해봅니다]

 

이민주 버핏연구소 설립자. 전 대표  

 

이 남자의 사무실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면 태평양의 푸른 바다 물결이 햋빛과 함께 반짝인다.
사무실 안쪽으로 눈길을 돌려보면 한쪽 벽면에는 월스트리트를 풍미했던 전설의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Jesse Livermore)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리버모어는 20세기 초반 월스트리트에서 천문학적인 투자 이익을 봤다가 결국 막대한 손실로 모든 재산을 날린 끝에 권총 자살로 인생을 마감한 인물이다.
사진 옆에는 리버모어가 남긴 말이 쓰여 있다. 

"투자자는 많은 것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자신을 경계해야 한다."

이 사무실의 주인공은 미국의 손꼽히는 부호이자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74)이다. 1조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그는 투자에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마다 리버모어가 남긴 말을 되새겨 본다고 한다.

그로스는 채권(bond)도 잘 굴리면 주식 못지 않은 투자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투자대가다. 워렌 버핏이 주식의 대가라면 그로스는 채권왕이다.
그는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Pacific Investment Management Co.)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그는 핌코의 최대 펀드인 자산 규모 1,580억달러(약 200조원)의 토탈 리턴 펀드(Total Return Fund)를 운용하면서 세계 채권 시장을 주물렀다. 채권을 잘 굴리는 그에게 미 뉴욕타임스(NYT)는 2001년 '미국 최고의 채권 투자가'(The nation's most prominent bond investor)라는 칭호를 헌사했다.
그는 미국에서 380번째로 돈이 많은 미국인이기도 하다. 

 

-------------------------------------------------------------------------------------------------------------
빌 그로스(Willian H. Gross)는 누구?

31

  빌 그로스. 사진=구글 이미지 캡쳐

 

직함   야뉴스 핸더슨 그룹 포트폴리오 매니저. 전 핌코(Pacific Investment Management)  최고투자책임자(CIO) / 재산   2007년 포브스에 의해  미국 부호 380위,  세계 부호 897위에 선정. 재산 13억달러(약 1조 6,000억원)

경력   1944년 미 오하이오주 미들타운 출생(65세) / 듀크대를 거쳐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에서 MBA(경영학석사). 미 해군 복무 / 저서 / 취미   우표 수집

------------------------------------------------------------------------------------------------------------------

 

무일푼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이 사내가 오늘의 자리에 오른 비결은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과 승부사적 기질에 있다.
그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와 금융 위기를 예측해 대박을 냈다.
2008년 9월 7일, 헨리 폴슨 당시 미 재무장관이 국책 모기지 회사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국유화를 발표하자 그가 운용하는 토탈 리턴 펀드는 그날 하루에만 17억달러(약 2조원)의 수익을 냈다. 두 모기지 회사의 채권을 미리 대량으로 사두었기 때문이다. (패니메이, 프레디맥의 국유화 - 두 회사 채권 부도 리스크 감소 - 채권 가격 상승의 원리다)
그로스는 어떻게 서브프라임모기지를 예측할 수 있었을까?
그는 핌코 사무실이 있는 캘리포니아 남부의 주택과 부동산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을 목격한다. 그로스가 생각하기에 캘리포니아 남부의 부동산 가격은 특별히 오를 만한 이유가 없었다.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그는 핌코 소속의 애널리스트 11명을 미국 전역의 20개 도시에 파견해 부동산 상황을 취재토록 지시한다. 애널리스트들은 일반인이 주택 대출을 믿을 수 없이 쉽게 받고 있다는 사실을 그로스에게 보고한다.
2005년 10월, 그로스는 부동산 시장에 문제가 생길 것임을 직감하고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펀드에서 리스크가 높은 주택 채권은 제외하겠다"고 밝힌다.
이후 한동안 핌코의 수익률은 경쟁 펀드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나타낸다. 당시 높은 수익률의 보증 수표였던 주택 채권에서 손을 떼다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경쟁심이 강한 그로스에게 이는 매우 거북한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2007년 중순, 그로스에게는 다행이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악몽인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가 터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순식간에 폭락의 길에 접어든다. 핌코는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로스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미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막는 일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이 경우 돈이 터질 곳이 어디인지를 동료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다. 이 결과 그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발행한 채권에서 투자 기회를 발견한다. 그의 예측이 맞아 떨어지면서 핌코는 대박을 터뜨립니다. 금융위기가 미국을 뒤흔든 2008년에도 토탈 리턴 펀드는 4.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
숫자로 본 핌코

▲ 7,470억달러 : 핌코가 현재 가진 자산 규모. 세계에서 발행된 채권의 1.5%를 보유

▲ 1,320억달러 : 핌코의 대표 펀드인 토탈 리턴의 규모. 세계 최대의 뮤추얼 펀드로 성장
▲ 4.8%  : 핌코 토털 리턴의 2008년 수익률. 2008년 중기 채권의 일반 수익률이 - 4.7%였음

------------------------------------------------------------------------------------------------------------

 

그로스가 젊은 시절 채권 투자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됐다.
그는 방황과 혼돈의 젊은 시절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듀크대 재학 시절 자동차를 몰다가 마주보는 자동차와 정면 충돌 사고를 일으켜 죽을 뻔했다고 한다. 머리 가죽이 벗겨질 정도의 부상을 입었고, 이로 인해 그는 대학 시절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냈다. 
대학 졸업 무렵 그는 그는 미국 MIT대학의 수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드롭(Wdward O. Throp)이 쓴 이라는 도박 게임 책을 우연히 읽고 나서 도박으로 일확천금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드롭 교수는 지금의 미국 최고의 헤지펀드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듀크대 졸업 직후 단돈 200달러(약 24만원)를 바지 가랑이에 숨기고 화물 열차를 타고 라스 베가스로 갔다. 이 환락의 도시에서 그는 하루 16시간 동안 블랙잭을 한다. 4개월 후 그는 1만달러(약 1,200만원)를 챙긴다. 그는 이 돈으로 UCLA 비즈니스스쿨의 학비에 사용한다. 당시 익힌 도박 감각이 현재 투자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MBA를 마친 후 그는 월스트리트의 대형 주식 브로커리지 회사들에 지원서를 넣지만 보기 좋게 줄줄이 거절당한다.
낙심에 빠져 있을 때 우연히 핌코의 채권 부서에서 애널리스트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접한다. 그는 채권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주식 펀드 매니저가 되기 위한 징검다리 과정으로 생각하고 이 부서에 지원합니다. 채권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로스는 거시 경제 흐름을 채권 운용의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사용했는데, 이는 당시에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로스는 전형적 서부 사람이다. 그로스를 인터뷰한 미국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동부의 월스트리트의 최고경영자들은 기자들과 인터뷰할 때면 반드시 홍보 담당자를 대동하고 문제가 될만한 발언을 극도로 삼가하는 반면, 그로스는 꾸밈없는 차림새로 나타나 어떤 질문에 대해서건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털어놓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로스는 핌코 중역과 사무실에서 회의를 할 때면 창문의 블라인드를 모두 가리게 하고 휴대폰이나 블랙베리 사용을 금지할 것을 요구한다. 그는 참석자들이 오로지 회의 안건에만 집중하기를 바란다.
취미는 요가와 우표수집이다. 그는 요가를 하면서 투자 영감을 얻는다. 또, 그는 19세기 미국 우표를 전부 갖고 있을 정도로 우표 수집광이다. 지금까지 미국의 19세기 우표를 모두 모은 수집가는 그로스를 포함해 딱 세사람 뿐이다.

 

323

물구나무를 서는 빌 그로스 사진=구글 이미지 캡쳐.

 

TV에 출연하거나 사업상 중요 회의에 등장할 때 값비싼 에르메스 넥타이를 목에 스카프처럼 두르고 나타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5년 그는 돈을 버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30여년간 채권을 운용하면서 나는 장기적으로 돈 관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첫째는 장기적 관점(secular outlook)이다. 다시 말해 돈 관리 성공하기 위해서는 향후 3~5년 정도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장기적 관점은 단기적인 공포(fear)와 탐욕(greed)에서 오는 손실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공포와 탐욕이라는 감정은 시장이 비합리적 시기에 있을 때 투자가를 그롯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333

넥타이를 풀어헤친 빌 그로스. 사진=구글 이미지 캡쳐.

 

둘째는 포트폴리오의 구조적 조합(structural composition of portfolio)다. 이는 단기적인 의사결정에 구애받지 않고 짜여지는 포트폴리오의 조합을 말하며, 농구 경기에서 경기 시간 뿐만 아니라 휴식 시간에도 지켜져야 하는, 그런 정도의 절대적 원칙을 말한다.
이 두가지의 원칙을 지키는 투자가는 약세장이 닥치건 강세장이 닥치건 큰 돈을 벌 수 있다."

 

hankook66@naver.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hs_buffett@naver.com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주식투자 조기교육 필요할까? 이상하게도 한국에서 ‘주식투자’는 공공연한 금기어가 되어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자식들에게 주식투자 공부를 시키자고 하면 대부분 집안 망한다고 손사래를 친다. 눈치없이 자꾸 이야기를 하면 기피인물이 되어 연락조차 뜸해진다. 대학에서 정식으로 주식투자 공부 좀 가르치자고 하면 대체로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객장에 앉...
  2. [버핏 리포트] 삼성중공업, 4Q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 예상...수주 목표 56% 달성 -유진 유진투자증권이 25일 삼성중공업(010140)에 대해 모잠비크 Coral Sul 2 수주, 미국 델핀과 캐나다 웨스턴 FLNG 등 해양 수주를 늘릴 것이고 안정적인 실적이 예측된다며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1만6000원을 유지했다. 삼성중공업의 전일 종가는 1만50원이다.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3분기 실적으로 매출액 2조3229억원(YoY +15%...
  3. [버핏 리포트] 포스코홀딩스, 철강·리튬 동반 상승 임박...목표가↑-NH투자 NH투자증권이 31일 포스코홀딩스(005490)에 대해 향후 철강은 중국 부양책 영향, 리튬은 공급 제한 영향으로 가격 상승이 전망된다며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했고, 목표 주가는 기존 51만원을 유지했다. POSCO홀딩스의 전일 종가는 34만원이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포스코홀딩스의 매출액은 18조3210억원(YoY -3.4%), 영업...
  4. [버핏 리포트] 삼성E&A, 정산이익으로 3Q 선방했지만…수주 불확실성 지속-유안타 유안타증권이 25일 삼성E&A(028050)에 대해 수주 이후 착공까지의 시차가 상대적으로 짧고 손실 리스크도 제한적인 캡티브(Captive) 물량 축소가 가시화되고 있어 오는 2025년 매출과 이익의 감소폭이 기존 추정치 대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했고, 목표 주가는 기존 3만80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5. 바텍, 건강관리장비와용품주 저PER 1위...6.35배 바텍(대표이사 김선범. 043150)이 11월 건강관리장비와용품주 저PER 1위를 기록했다.버핏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텍은 11월 건강관리장비와용품주 PER 6.35배로 가장 낮았다. 이어 레이언스(228850)(6.47), 디알젬(263690)(7.55), 세운메디칼(100700)(8.41)가 뒤를 이었다.바텍은 지난 3분기 매출액 873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