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칸트 철학과 경제자유도(윤진기 교수의 경제와 숫자 이야기)
  • 윤진기 교수
  • 등록 2018-08-28 10:53:28
  • 수정 2024-02-12 20:36:04
  • 목록 바로가기목록으로
  • 링크복사
  • 댓글
  • 인쇄
  • 폰트 키우기 폰트 줄이기

기사수정


칸트 철학과 경제자유도(윤진기 교수의 경제와 숫자 이야기)

 

서양철학의 호수로 불리는 철학자 임마뉴엘 칸트(Immanuel Kant)는 치열한 철학적 사유 끝에 인간이 창조의 궁극목적이라는 결론을 내려서 인간의 가치를 최고의 경지로 올려놓았다. 칸트의 묘비에는 “내가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내 마음을 늘 새롭고, 더 한층 감탄과 경외심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두 가지 있다. 그것은 내 위에 있는 별빛 찬란한 하늘과 내 속에 있는 도덕법칙이다.”(강영안, 「도덕은 무엇으로부터 오는가-칸트의 도적철학」, 소나무, 2000, 99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말 때문에 필자는 한때 칸트에 매료되어 지낸 적이 있다.


[세계 경제자유도 : 2017년 연례 보고서 - 2017년 9월 28일 발행] 

사람에게 양심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늘 감탄하고 놀라워했던 칸트는 그 원천을 자유에서 찾는다. 칸트에게 자유는 ‘한 상태를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능력’을 말한다. 자연에 기대어 사는 우리는 감각적 존재로서 어떻게 감각할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감각은 피할 수 없이 우리에게 주어지고 우리를 규정한다. 그러나 양심에 따른 도덕적 행위를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자연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이로운 것이었고 칸트에게는 늘 궁금한 것이었다.

 

결국 칸트는 사람은 이성적 존재로서, 감각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자연법칙에 지배되지 않는 자유로운 의지를 가지고 세상에 참여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자유는 칸트 도덕론의 출발점이 되고, 법과 국가론에서 중심 관념이 된다. 칸트에게 자유는 사람을 사람답게 해주고 사람을 다른 자연물들과 구별시켜주는 표상이 된다.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 경제적 자유 등 각양각색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 이 중에서 필자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필자가 가고 싶은 대로 갈 수 있게 해주는 여행의 자유가 가장 마음에 들지만 경제적 자유가 가장 소중하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경제자유지수란 지표를 만들어서 경제자유도를 측정하고, 경제적 자유가 사람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를 알아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인간의 호기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경제자유지수를 발표하는 대표적인 두 기관은 미국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The Heritage Foundation)과 케나다의 프레이저연구소(Fraser Institute)이다. 특히 프레이저연구소는 미국의 케이토연구소(Cato Institute) 등 전 세계 91개 자유주의 연구기관과 함께 경제자유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이들 연구소들과 공동으로 ‘세계경제자유지수(EFW index : The Economic Freedom of the World index)’를 발표한다.

 

프레이저연구소는 개별국가가 제출하는 자료보다는 국제기관들이 부여하는 순위를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그 데이터는 신뢰도가 비교적 높다고 할 수 있다. 구할 수 있는 가장 최근의 프레이저연구소 세계경제자유지수는 2017년 것이다. 이는 159개 국가와 지역의 2015년 자료에 기초했다.

 

‘EFW 2017’에 의하면,** 경제자유도가 가장 높은 국가군은 1인당 국민소득이 42,463달러로 가장 낮은 국가군 6,036달러에 비해서 월등하게 높고, 경제성장률도 덜 자유로운 나라에 비해서 대략 2배나 더 높다. 경제자유도가 가장 높은 국가군의 가장 가난한 10%의 평균소득은 11,998달러인데, 경제자유도가 가장 낮은 국가군은 1,124달러에 불과했다. 흥미롭게도 경제자유도가 가장 높은 국가군의 가장 가난한 10%의 평균소득은 경제자유도가 가장 낮은 국가군의 평균 1인당 국민소득의 거의 두 배가 된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경제자유도가 높은 국가들의 평균 수명은 80.7년으로 경제자유도가 낮은 나라들의 국민들보다 평균 16.3년을 더 산다는 것이다. 자유가 충만한 곳이 번영하고 사람의 수명도 길다는 조사 결과는 자유를 인간의 가장 본질적 특성으로 파악했던 칸트 철학의 핵심과 잘 맞아 떨어진다. 인간 성찰에 대한 칸트 철학의 깊이가 새롭게 느껴진다.


[주석] 

* 칸트의 묘비 내용에 대해서는 국내에 여러 개의 번역 텍스트가 있다. 그 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강영안 교수가 번역한 위의 번역이다.

 

** James Gwartney, Robert Lawson, and Joshua Hall (2017). Economic Freedom of the World : 2017 Annual Report. Fraser Institute.

https://www.fraserinstitute.org/studies/economic-freedom.(2018.08.28. 검색)

https://www.fraserinstitute.org/sites/default/files/economic-freedom-of-the-world-2017.pdf.(2018.08.28. 검색)

 

@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sunhwa771@naver.com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지엔씨에너지, 전기장비주 저PER 1위... 3.45배 지엔씨에너지(대표이사 안병철. 119850)가 11월 전기장비주 저PER 1위를 기록했다.버핏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11월 전기장비주 PER 3.45배로 가장 낮았다. 이어 LS(006260)(5.74), 일진홀딩스(015860)(7), 피앤씨테크(237750)(13.83)가 뒤를 이었다.지엔씨에너지는 지난 3분기 매출액 740억원, 영업이익 13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
  2. [버핏 리포트]한글과컴퓨터, 글로벌 AI기업 '미시트랄AI'와 협력 기대...3Q 실적도↑-IBK IBK투자증권은 지난 22일 한글과컴퓨터(030520)에 대해 글로벌 AI기업과의 협업이 기대된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만3000원을 유지했다. 한글과컴퓨터의 전일 종가는 2만1600원이다.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글과컴퓨터가 3분기 매출액 712억원(전년동기대비 +24.9%), 영업이익 85억원(전년동기대비 +159.9%)을 기록했다"고 언급...
  3. [버핏 리포트] SK하이닉스, 4Q 실적 예상치 하회 전망...NAND 경쟁 심화 영향 -키움 키움증권이 22일 SK하이닉스(000660)에 대해 HBM3e의 GB당 가격이 HBM3 대비 20% 이상 상승하고, 범용 DRAM의 가격도 내년 2분기부터 반등하며, DRAM 부문의 실적 성장을 예측했다. 다만, NAND 부문의 경쟁 심화에 따른 가격 하락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는 21만원으로 소폭 하향했다. SK하이닉스의 ...
  4. [버핏리포트] 대명에너지, 해상풍력 등 신사업으로 성장 가속화-SK SK증권이 22일 대명에너지(389260)에 대해 해상풍력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성장에 주목하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만8000원을 유지했다. 대명에너지의 전일 종가는 1만420원이다.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대명에너지의 3분기 매출액은 174억원(YoY +45.9%), 영업이익 9억원(YoY -56.5%)을 기록했다"며 "김천풍력발전 EPC 프로젝트가 진행...
  5. [장마감] 코스피 0.83%↑(2501.24), 코스닥 0.54%↓(677.01) 22일 코스피는 전일비 20.61포인트(0.83%) 상승한 2501.24로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169억원 3227억원 순매수했고 개인은 5346억원 순매도했다. 코스닥은 전일비 3.66포인트(0.54%) 하락한 677.01로 마쳤다. 이날 개인은 1518억원 순매도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09억원 681억원 순매수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업...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