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은 2007년 방한 기자회견에서 이 사이트의 스펠링까지 정확하게 밝히면서 한국 주식 시장의 정보를 이 곳에서 얻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한국 주식을 검토하던 4년전쯤(2003년)에 주로 정보를 수집했다』고 말했습니다. 워렌 버핏이 어디서 한국 기업에 관련된 정보를 얻었는지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켜왔는데, 그의 정보 소스 한 곳이 밝혀진 셈입니다.
저도 이게 궁금해서 2007년 5월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더웨이 주주총회에서 워렌 버핏에게 직접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저의 졸저 <워렌 버핏, 한국의 가치투자를 말하다>에 나와 있습니다).
『대한제분에 관련된 정보와 기업 자료는 어디서 정보를 구했나요?』
그랬더니 워렌 버핏은 "시티뱅크Citi Bank에서 나온 한국 기업 소개 책자에 나온 종목들을 하나씩 분석해나갔는데, 대한제분이 먀음에 들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제가 『시티뱅크에서 발간한 책자라는게 뭔가요?』라고 되물었더니 손가락으로 두툼한 책이라는 표시를 하면서 『조금 두꺼운 책자인데 한국 기업의 재무정보가 나와있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시티뱅크에서 발간하는 책자는 경제신문이나 증권사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기업정보편람과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영문으로 돼 있습니다.
워렌 버핏은 이때 제 표정을 살피는 눈치였는데 아마도 시중에서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그런 자료를 참고했다고 대답해서 제가 실망하지 않았나 걱정하는 듯한 눈치였습니다. (직접 만나본 워렌 버핏은 솔직하고 꾸밈이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주주 총회 기간 내내 똑같은 청색 양복 차림이었고 주주들의 어떤 질문에든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었습니다)
제가 직접 보고 들은 것과 이런저런 정보를 종합해보면 워렌 버핏이 투자를 위해 참고하는 자료는 시중에 공개된 것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한가지 의문과 궁금증이 생깁니다. 워렌 버핏이 얻는 정보와 일반 투자자들이 얻는 정보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 투자 수익률에는 왜 그런 어마어마한 차이가 생기느냐는 겁니다.
그를 둘러싼 풍경들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박하고, 평범하고, 조용한 그런 것들입니다. 대표적인 게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버크셔 해더웨이 사무실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는 해마다 이벤트의 하나로 버크셔 해더웨이를 소개하는 영화가 상영되는데 - 워렌 버핏의 딸 수지가 제작했습니다 - 버크셔 해더웨이 사무실에서 버핏이 일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영화를 보면 워렌 버핏이 버크셔 해더웨이 사무실의 목재 책상 의자에 앉아 다리를 뻗고 이런 저런 책들을 뒤적이는 모습이 나옵니다. 영화에 나오는 사무실 내부 풍경을 보면 조용하고 단촐한 시골 도서관의 분위기가 풍깁니다. 컴퓨터에서 쉴새 없이 자료를 쏟아내고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월스트리트의 그런 사무실과는 거리가 멉니다.
도대체 뭐가 다른걸까요.
그의 소박한 거처, 단조로운 먹거리, 평범한 입을 거리는 오히려 그를 신비화하는 장치물로 보입니다.
여기에서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하고, 그가 절대 밝히지 않는 비밀스럽고 고급스러운 정보가 있다든가 하는 말들이 나옵니다. 또, 시중의 서점에 들러 보면 워렌 버핏에 관한 정말로 많은 책들이 나와있고, 이 책들을 뒤적여 보면 인지 범위Circle of competence, 인내심과 장기적 관점, 복리의 마법, 원칙 지키기 등이 성공의 비결로 설명돼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연구가 행해졌음에도 워렌 버핏이 50여년에 걸쳐 이룩한 수익률을 뛰어넘는 기록이 아직까지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보면 신비롭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피터 린치는 버핏의 수익률을 넘었지만 기간이 13년입니다). 워렌 버핏의 자서전이 나온다고도 하는데, 그렇더라도 비밀은 여전히 풀리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워렌 버핏의 수익률을 뛰어넘는 누군가가 바로 이 비밀을 푸는 사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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