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연구소=박상혁 기자] 경동나비엔, 더 이상 내수기업 아닙니다. 외화벌이 역군입니다.
경동나비엔(009450)이 매출액의 70% 가량을 해외에서 벌어 들이면서 수출 첨병으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경동나비엔=내수 보일러주'는 옛말이 됐다.
◆올해 1Q 수출 비중 70% 육박... 북미시장 과반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이하 K-IFRS 연결기준). 매출액 1조1029억원, 영업이익 643억원, 당기순이익 807억원으로 전년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6.28%, 93.99% 씩 급증했고 영업이익은 소폭(4.17%) 감소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수출 비중이다. 지난해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북미 부문(52.77%)이 절반이 넘고 이어 국내 35.85%, 러시아 5.25%, 중국 4.32%, 기타 해외(1.81%) 순이다. 해외 부문을 합친 수출 비중은 64.25%이고, 올해 1분기에는 70%에 육박하고 있다(69.43%). 2017년까지만 해도 경동나비엔 매출액에서 내수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었지만(53.76%) 환골탈태한 것이다.
경동나비엔이 지난해 '매출액 1조 클럽'에 진입한 것은 무엇보다도 해외 부문이 성과를 거둔 덕분이다. 경동나비엔 북미법인 나비엔(Navien Inc)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77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1.66% 급증했다. 이같은 해외 부문 실적개선으로 경동나비엔의 매출액은 2017년 6847억원에서 지난해 1조1029억원까지 4년 연평균증가율(CAGR)이 12.66%에 달하고 있다. 아직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러시아에서의 성장성도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러시아 법인의 매출액은 121억원으로 전년비 68.06% 성장 했다.
최근 환율 급등으로 올해 경동나비엔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올해 1분기 매출액 2941억원, 영업이익 213억원, 순이익 1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이 26.44%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 순이익은 각각 11.98%, 21.72% 감소했다.
◆내수 시장도 양호... 대기환경개선법 시행 수헤
내수시장도 양호하다.
지난 2020년 4월 ‘대기 관리 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대한 특별법’ 시행으로 대기관리권역내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돼 본격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1988년부터 콘덴싱보일러를 개발해오고 있다. 경동나비엔의 브랜드명 나비엔(Navien)은 Navigator(항법사), Energy(에너지)를 내포한 단어로 환경, 에너지의 항법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북미시장에 처음부터 자체 브랜드 진출...'인지도·가격↑' 효과
경동나비엔의 해외 시장 성공 스토리는 경영학계에서 케이스로 다뤄지고 있다. 2006년 미국법인 나비엔 아메리카를 설립했고 2007년 중국법인 상하이나비엔을 설립했다
경동나비엔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전형적인 내수 기업이었다. 매출액의 대부분이 겨울에 발생하는 이른바 '계절성(seasonality) 기업'이기도 했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경동나비엔은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렸다. 경동나비엔과 더불어 국내 보일러 시장의 '빅2' 꼽히는 귀뚜라미가 다각화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경동나비엔은 2000년대 초 북미시장 진출 당시 현지 보일러 선두기업 A.O. 스미스(A.O. Smith)와의 제휴해 진출할 것을 검토했으나 결국 자체 브랜드로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성공을 거두었다.
박용희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동나비엔이 진입 초기에 A.O. 스미스와 제휴해 진출했다면 매출액은 크게 늘었을 테지만 스미스에 종속됐을 것이다. 시작은 어렵지만 자체 브랜드로 진출한 결과 이제는 북미지역에 경동나비엔 브랜드가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이제는 교체 사이클 때 현지 소비자들이 경동나비엔을 채택하고 있다. 유통점과 설치업자를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기에 가격 인상도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또, "일반형 순간식 온수기 시장 진입도 앞두고 있어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난방산업 역사 고스란히... 1967년 왕표연탄에서 시작
경동나비엔를 주력사로 두고 있는 경동원그룹은 연탄사업에서 시작해 탄광 개발, 보일러 생산, 도시가스 공급에 이르기까지 한국 난방 산업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창업주 고(故) 손도익(1921~2001) 회장이 1967년 부산에서 왕표연탄을 설립하면서 시작했고 이후 조흥내화공업사, 경동탄광, 울산연탄, 경동기계 등을 설립하며 사세를 키웠다.
손연호 회장은 지금은 효자로 자리잡았지만 초기에는 시장에서 외면당했던 콘텐싱 보일러를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대표 취임 이후 미국 법인, 중국 법인을 설립하면서 글로벌 시장 개척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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