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김준성. 2022년 10월 24일.
[버핏연구소=신현숙 기자] 러시아 정부의 글로벌 기업 현지 자산 강제 몰수가 지속 중이다. 전쟁과 경제제재라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압류한 공장들을 임의 가동한다 해도 붕괴된 내수 구매력과 봉쇄된 해외 수출 길을 고려하면, 현금 확보 창구로서의 쓰임새는 전무하다. 또 전쟁 종료를 가정한 장기적 시각에서도 산업 자본의 신뢰 회복 및 경제 재건 관점에서 기회비용이 큰 행동이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현지 자산을 모두 잃거나 출신 국가 정부의 정치적 입장 변화를 호소하라는, 외통수에 몰린 러시아 정부의 다급함으로 해석된다.
국내외 언론을 통해 현대차 러시아 공장 강제 매각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지난해 23만4000대를 생산했으며, 올해 상반기 기말 기준 자산 규모는 2조6200억원이다. 지난 3월부터 조업 축소가 시작됐으며, 현재는 가동이 완전히 멈춘 상황이다. 현대차 철수 시, 판매법인을 운영 중인 기아와 제조거점이 진출해 있는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부품 업체들의 동반 철수가 예상된다.
이미 강제 매각이 진행된 Renault(3조1000억원, 현지 생산능력 15만대), Nissan(1조원, 현지 생산능력 10만대)의 전철을 밟는다면, 대규모 손실 반영이 불가피하다. 보유 현금과 처분 가능 자산은 제한적인 반면, 상환해야 할 비용과 손망실 될 자산이 크기 때문이다. 각 업체들의 러시아 재무제표가 공개되지 않고 있기에 정확한 비용 규모를 계산하기는 어렵다. 모든 가정을 단순화해 현재 자기자본과 유사한 금액이 비용 처리될 경우, 잠재적 비용 규모가 가장 큰 업체는 현대차이며 실현 가능 이익 대비 러시아 관련 비용의 규모가 가장 큰 업체는 현대위아로 보여진다. 상대적으로 비용 영향이 적을 업체로는 현대모비스와 한국타이어를 꼽을 수 있다.
빠르면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러시아와 관련된 결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한다. 잠재적 러시아 비용 발생 가능성은 기업들 실적 전망에 있어 불확실성을 야기하며,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근거이다. 장기 성장 논리에 동행하는 기업가치 반영을 위해서는 해당 이슈의 종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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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380: 현대차, 000270: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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