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에는 거대한 비대칭(asymmetry, 에이시메트리)이 존재하여 시장에 기웃거리는 사람들을 혼란 속에 빠뜨려 돈을 잃게 만든다. 이와 관련하여, 그동안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 시장에서 많이 거론되어 왔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체로 돈, 정보, 지식 이 세 가지 정도의 큰 비대칭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서 유의하지 않는 투자자들은 이 비대칭의 희생자가 되기 쉽다.
주식 시장에서 돈의 비대칭은 당연한 것이다. 돈의 비대칭은 투자에 임하는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돈의 양에 따라 결정되며, 그 정도는 실로 엄청나다. 개인 투자자들은 많아야 몇 백억 원을 넘기가 어렵지만, 기관 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는 몇 천억 원, 심지어는 수십 조 원을 예사로 움직인다.
캐나다의 워렌 버핏으로 알려진 피터 컨딜 (Peter Cundill, 1938~2011)은 1980년대 후반에 클리블랜드 클리프스라는 북아메리카 최대의 철강 회사에 투자한 적이 있다. 주당 15 달러에 매수를 시작했는데, 주가가 6달러까지 하락하였다.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추가매수를 하여 1991년에 최종 매도를 하였을 때 이 주식의 매수로 그는 복리수익률로 30%를 넘게 벌었다고 전해진다.1
거대한 펀드를 운용한 컨딜은 여유 자금이 많으니 자신의 투자이론에 따라 이런 물타기도 쉽게 해낸다. 자금이 빈약한 개인 투자자들이 이렇게 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또한 시장에서는 돈의 비대칭을 이용하여 주가를 급등시켜 투자자를 유혹하는 현란한 불꽃놀이를 펼치는 노련한 세력들의 화려한 작전을 날마다 볼 수 있다. 그들이 사용하는 정보와 심리 전략이 워낙 절묘하기 때문에 무지하거나 유약한 투자자들은 쉽게 돈의 비대칭에 휘둘리게 된다.
정보의 비대칭은 시장에서의 각 거래 주체가 보유한 정보에 차이가 있을 때, 그 불균등한 정보 구조를 말한다. 주식 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은 투자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2
또한 주가의 조작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도 정보의 비대칭이다. 그래서 자주 시장의 패러독스를 즐기는 멋쟁이 투자자였던 앙드레 코스톨라니(André Kostolany, 1906~1999)는 "정보를 얻었다"는 것은 종종 "망했다"는 뜻이라고 사람들을 일깨워준다.3 그러나 실제로는 시장에서 정보는 중요하고 정보에 대한 해석 능력은 더 중요하다.
옛날과는 달리 개인 투자자도 기업과 시장의 빅데이터와 필수적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 비대칭의 벽을 넘기가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지식의 비대칭은 시장 참여자 간의 시장 작동 원리에 대한 지식의 격차를 말한다. 시장은 이론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그래도 시장에는 그것이 돌아가는 원리 같은 것이 있다. 이러한 시장 작동의 원리를 잘 알고 투자를 하는 그룹과 그런 것을 알지 못하고 투자를 하는 그룹 간에 수익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다만 그 차이가 너무 커서 보기에 안타까울 정도라서 탈이다.
주식 시장은 돈, 정보, 지식 이 세 가지 비대칭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작동하고 있는 곳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비대칭의 파이프를 통해서 돈이 이동하고 기회가 창출되며, 혹자는 큰돈을 잃기도 한다. 다른 세상적 지식이 많다고 해서 자신은 이 비대칭의 희생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소 순진한 발상이다.
이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의 비대칭이다. 시장에서 떠도는 돈들이 지식 비대칭이라는 거대한 파이프를 통해서 무식한 투자자로부터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투자자에게 송두리째 넘어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학자들조차 지식 비대칭의 문제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시장 참가자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다.
시장에서 지식의 비대칭을 극복할 수 있는 묘책이 없을까?
주식 시장이 돌아가는 원리를 대충만 알아도 적은 돈으로도 피터 컨딜처럼 추가매수를 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울 수 있고, 돈이 많은 세력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또 지식만 있으면 인터넷에 존재하는 정보들을 골라내어 전문가 못지 않게 기업분석을 하고 수상한 사기적 정보에 의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주식 시장에서 유일한 행운은 질 좋은 지식을 만나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통하여 과거의 시장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밸류에이션 지표인 PEG(Price Earnings to Growth Ratio 또는 Price to Earnings Growth Ratio, 주가수익성장비율 또는 주가수익성장배수)만 제대로 공부해도 지식의 비대칭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4 그렇게 되면 돈의 비대칭이나, 정보의 비대칭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게 될 것이고, 시장에서 비대칭의 희생자가 되어 돈을 잃게 될 가능성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주석]
1. 자세한 것은 크리스토퍼 리소길(Christopher Risso-Gil) 저, 김상우 역, 《안전마진》 (There’s Always Something to Do), 부크온, 2014, 100-105면 참조.
2. 일반적으로 기관 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 또는 장기적 투자자는 자본시장에서 보유지분율과 투자수익률이 높고 개인 투자자에 비해 투자기업에 대한 정보적 우위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석윤, 진승화, 차상권,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성향과 정보비대칭,” 국제회계연구 제68집, 한국국제회계학회, 2016, 74면.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이후에 전자공시시스템(DART), 분기별 재무제표 공시, 공정공시제도 등을 새로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도적인 노력은 대체로 정보의 불균형 해소와 시장의 투명성 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투자자 간의 정보의 차이를 보여주는 수많은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의 경우 기관 투자자에 비해 정보의 열위와 비합리적 투자행태로 인해 투자성과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많은 연구 결과들이 있다. 자세한 것은, 박진우, 김정환, “이익공시와 정보비대칭에 따른 투자자 유형별 거래행태”, 재무관리연구 제29권 제3호, 한국재무관리학회, 2012, 56면 이하 참조.
3. 앙드레 코스톨라니 저, 김재경 역,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투자하라》, 미래의창, 2007, 256면.
4. 필자가 버핏연구소에 게재한 칼럼을 참고하면, PEG의 유용성과 한계에 대해서 비교적 상세히 알 수 있다. 예컨대, 윤진기, “PEG의 전설”, 버핏연구소, 투자칼럼(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의 경제와 숫자 이야기), 2021.09.05, https://buffettlab.co.kr/wordpress/calum-1/?pageid=2&uid=34981&mod=document (2022.11.15. 검색); 윤진기, “퍼센트(%)의 신기한 마술과 PEG 계산”, 버핏연구소, 투자칼럼(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의 경제와 숫자 이야기), 2022.06.24, https://buffettlab.co.kr/wordpress/calum-1/?pageid=1&mod=document&keyword=%EC%9C%A4%EC%A7%84%EA%B8%B0&uid=38167 (2022.11.15. 검색); 윤진기, “PEG의 비밀은 숫자에 있지 않다”, 버핏연구소, 투자칼럼(경제와 숫자 이야기), 2022.09.22, https://buffettlab.co.kr/wordpress/calum-1/?pageid=1&mod=document&keyword=%EC%9C%A4%EC%A7%84%EA%B8%B0&uid=39785 (2022.11.15. 검색)
저작권자 Ⓒ 윤진기.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출처를 표시하여 내용을 인용할 수 있습니다.
※출처를 밝히면 자유롭게 인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