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 박세라. 2023년 1월 2일.
[버핏연구소=신현숙 기자] 2023년 새해가 밝았다. 2022년부터 예견됐던 부동산 규제 완화는 하반기 급격한 부동산 경기 하락에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시점의, 선제적 규제 완화 조치들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규제 끝판왕은 해제되지 않고 있다. 9월 자금 경색 이후 실물 경제 위기가 금융으로,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들이 발표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부동산 정책은 대개 후행하는 성격이 크다. 부동산 급등 이후 규제 강화, 하락 이후 규제 완화의 흐름이 되풀이됐다. 지난해 이후 현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은 지난 2007년 이명박 정권의 규제 완화 가장 흡사하다. 단 당시 집권 초기까지 부동산 강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로 규제 강화 정책을 유지하고, 집권 2년차 이후부터(2008년 금융위기) 본격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 정권의 경우, 급격하게 변동하는 부동산 시장 변화와 함께 집권 초기부터 빠르게 규제 완화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역대 부동산 정책. [이미지=신영증권]
지난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세대수가 58.027세대로 2019년 이후 3년만에 5만세대를 넘겼다. 절대적인 미분양 수가 많은 것은 아니나, 증가하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 1만7710세대에 그쳤던 미분양 수가 1년사이에 4만세대가 증가한 것이다. 과거 미분양이 가장 많았던 2008년 당시 전년비 5만3000세대 증가한 16만6000세대를 기록한 바 있다.
미분양이 증가하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올해 상반기, 건설경기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미분양 리스크가 금융 시장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기 위해,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규제 완화를 지속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회 입법 여부에 따라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 완화 제도가 시행될 것이며, 사태 진행에 따라 중과 완화가 아닌 폐지를 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분양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부 투자 수요 유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시키는 수순이다. 사라졌던 주택임대사업자 인센티브를 되살린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또 현재 서울, 과천, 광명, 성남, 하남에 국한된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될 가능성 역시 높다. 이미 최근 광명에서 분양한 단지들의 경우(상대적으로 높은 분양가)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점차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올해 규제 완화는 지속될 것이다. 시장이 악화되면 결국 LTV, DTI 등 직접적인 수요 규제 요건들도 종국에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규제 완화의 효과는 2011년 지방을 중심으로 반등의 빌미를 제공했다. 올해 완화 정책이 시장의 연착륙을 이끌어 하락세가 길게 이어질 지, 혹은 외부 충격으로 급격한 변곡점을 만들고 다시 유동성을 불러들일 지, 지켜봐야 할 변수가 많은 한 해가 될 것이다.
shs@buffettlab.co.kr
[관심 종목]
000720: 현대건설, 028260: 삼성물산, 006360: GS건설, 047040: 대우건설, 375500: DL이앤씨, 294870: HDC현대산업개발
<저작권자 ©I.H.S 버핏연구소(buffettla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