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강경태. 2023년 6월 21일. 투자의견: Overweight(비중확대)
[버핏연구소=신현숙 기자] 전세 시장 규모는 1217조원으로 추정된다. 2020년에 실시(5년 주기)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총 가구 수는 2093만세대다. 이 중 15.5%인 325만세대가 주택을 전세 형태로 점유하고 있다. 전세 시장 규모는 전세 점유 가구 수에 지난달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인 3억7400만원(평균 전세가격은 공급 면적 33평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에 전세가율 곱해서 계산)을 적용해 계산했다. 전세 점유 중인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 형태를 분류하면 아파트가 50.4%를 차지하며, 다가구주택을 포함하는 단독주택(27.1%)이 두번째로 높다.
이달부터 2024년 5월까지 도래하는 기존의 모든 전세 계약은 역전세다. 이 결과, 기존 임차인과 계약을 갱신하거나 기존 계약을 마무리하고 신규 임차인과 계약하는 과정에서 임대인이 반환해야 할 전세 보증금 규모는 향후 1년 간 55조9000억원으로 추정한다. 현재 시세가 향후 1년간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과거 전세 가격과의 차이를 구한 다음, 당시 거래량을 적용해 계산했다. 이는 앞서 제시한 국내 전체 전세 시장 규모의 4.6%, 연간 전세 거래 시장 규모의 11.5%에 해당한다.
전세사기로 직결되는 무자본, 저자본 갭투자 임대인의 역전세 사례를 제외하면, 역전세가 시장에 가져오는 폐해는 주택 가격에 하락 압력을 가한다는 것이다. 역전세를 맞닥뜨린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목적으로 보유 주택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거래 가격을 떨어뜨리는 순서다.
그러나 역전세로 인한 임대인 보유 주택이 매물로 출회될 위험은 제한적이라 내다본다. 첫번째 변수는 2020년 7월 말부터 시행된 임대차 3법 상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다. 일물이가(一物一價), 즉 한가지 물건에 두개의 가격이 만들어진 시점이기 때문이다. 전세 거래량 안에서 mix가 생겼다는 의미이며, 향후 1년간 도래하는 모든 전세 만기 사례 내 다수가 역전세를 피해간다고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21년 하반기에서 2022년 1분기까지 급등하는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 채 계약한 전세 임대차 계약 사례가 이에 해당된다.
둘째 전세가격 상승 시기에 보증부 월세 거래가 동반 증가했다는 점이다. 시세대로 전세 보증금을 올려 받는 대신 지역별로 적용되는 전월세전환율 만큼 일부 월세를 받는 방법이다. 지난해 연간 전월세 거래량에서 보증부 월세 거래 비중이 전세를 넘어선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기존 전세 계약가가 7억원이고 시세가 10억원이라면 갱신 시 보증금을 3억원 올려 받는 대신 월세 125만원(2023년 3월 서울 주택 전월세전환율 5.0% 적용)을 얹어서 재계약하는 것이다. 계약 마다 조건이 모두 다르겠지만, 일시에 수취한 보증금 증가분이 없었다면 시세 하락 시 임대인이 월세를 포기하거나 낮추는 방법으로 계약할 수 있기 때문에 역전세로 인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부담은 낮아지게 된다. 역전세는 현재 진행 중인 현상이며 사회 곳곳에서 많은 폐해를 낳고 있지만, 가격 영향으로 이어지는 범위를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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