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연구원]
아웃도어 브랜드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패션업계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시장을 선도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게 됐고, 우후죽순처럼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급성장했던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최근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성장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백화점 의류매출의 간판격이었던 아웃도어 매장들이 속속 방을 빼는가하면 후발주자 브랜드들은 잇달아 사업을 접고 있다. 최근 들어 아웃도어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데다가 신장세도 꺾여 마이너스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패션그룹 형지는 매출 부진에 시달리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케이프」를 5년 만에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또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 「와일드 로즈」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업계 불황 속 두개의 아웃도어 브랜드를 유지할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그룹형지는 이달 초부터 전국 70여 개 노스케이프 매장 점주들에게 브랜드 철수를 통보하고 향후 계획을 수립 중이다. 형지 관계자는 『당분간 재고 물품들을 공급해 영업을 유지하지만, 향후 형지의 다른 브랜드로 매장을 전환할 경우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노스케이프는 최근까지 배우 박서준을 모델로 내세워 소비자와 함께 산행을 하는 「슬로우 탐방」 캠페인을 벌이는 등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힘써왔다. 하지만 아웃도어 시장 전체의 불황과 함께 실적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스케이프는 1973년 영국에서 탄생한 브랜드다. 2011년 국내 사업권을 확보한 형지는 이듬해 매장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아웃도어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성복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었던 형지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아웃도어를 선택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아웃도어 시장 위축세가 감지됐고 차별화 전략 없이 무분별하게 뛰어든 중소형 브랜드들은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 휠라코리아는 아웃도어 사업을 접고 스포츠, 골프, 키즈 등으로 브랜드를 압축시키겠다고 밝혔으며 금강제화 역시 노르웨이 아웃도어 브랜드 헨리한센의 국내 판권 연장을 포기, 5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아웃도어브랜드 살로몬의 실적이 부진하자 시장에서 철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웃도어시장이 급성장하며 우후죽순으로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확실한 콘셉트와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곳들은 살아남기 힘들다』며 『콘셉트가 명확하지 않고 규모가 작아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곳이라면 사업을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등산과 워킹, 캠핑 등 아웃도어가 뜨는 먹거리사업으로 조명받으면서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들어섰지만 모두가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며 『시장 재편 후에도 입지를 유지한 브랜드들은 건강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아웃도어 시장 자체를 다시 한 번 키워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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