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구 연구원]
지난해 16,350원에 거래되던 광동제약의 주식이 12일 오후 1시 30분 현재 9,970원에 거래 중이다. 1963년에 설립되어 꾸준하게 영업을 진행한 광동제약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 식음료 사업을 중심으로 한 사업다각화...수익성은 오히려 하락
우황청심원은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정감을 주는 효능을 가진 의약품으로 가정상비약으로 널리 이용돼 왔다. 그중에서도 광동제약의 「우황청심원」은 지난 1974년 출시 이래 40년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광동 우황청심원은 발매 초기인 1970년대에는 중장년층의 고혈압·중풍 치료제, 혼절했을 때의 응급약 정도로 인식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운동능력 마비와 언어장애 등을 일으키는 뇌졸중, 고혈압 같은 순환계 질환을 비롯해 두근거림, 정신불안 등 적응증이 다양해져 전 연령층에서 우황청심원을 찾고 있다. 특히 각종 시험과 면접 등 불안감과 두근거림이 심할 때 안정을 취하기 위해 젊은 층들이 우황청심원을 많이 찾는 추세다.
창업자인 故최수부 전 회장이 2013년 7월 타계한 이후 아들인 최성원 부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간 계기로 광동제약은 식음료 사업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올해 창립 52주년을 맞은 이 회사는 긴 호흡으로 투자해야 하는 제약업 대신 단기간 외형을 키울 수 있는 식음료에 집중한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광동제약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제약회사라고 하긴 어색할 정도로 식음료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편』이라고 했다.
지난해 광동제약의 매출은 9,554억 8,024만원으로 전년 대비 83% 급증했다. 이는 제약업체 BIG3 기업인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비타500」과 「제주삼다수」, 「옥수수 수염차」 등의 판매량이 높았기 때문이다. 연 매출만 1000억원대에 달하는 비타500과 2006년 탄생한 이후로 매년 5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옥수수수염차는 광동제약의 새로운 효자상품이다. 또한 MRO업체인 코리아이플랫폼 인수, 다국적 제약사인 GSK와 백신 판매 계약 등으로 인해 1조원에 육박하는 외형 성장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광동제약의 영업이익은 제자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10억원, 당기순이익 3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2.1% 늘어나는데 그쳤다. 광동제약이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는 식품산업은 대부분 남이 만든 제품을 갖다 파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MRO사업은 이익 기여도가 낮다는 점에서 수익성 개선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 최대 MRO업체인 LG계열 서브원을 비롯한 동족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은 2% 미만인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MRO사업은 「박리다매」형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어 판매 마진이 낮고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이라며 『원가율이 높기 때문에 매출규모가 증가하더라도 영업이익률, 마진율 등 수익성 지표들이 다소 저하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장부 조작에 리베이트 의혹
광동제약은 최근 비타500 매출을 둘러싸고 대한약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고, 롯데시네마로부터 광고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해 당국의 조사까지 받은 상태다.
먼저 광동제약은 대한약사회(회장 조찬휘)와 드링크 제품인 비타 500의 거래원장 조작여부를 놓고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약사회는 11일 성명서 「광동제약은 비타500 매출 조작에 대한 진상을 밝혀라」를 통해 『광동제약이 자사 비타500의 약국 공급가와 일반 시장 공급가의 차액을 약국 거래원장의 조작으로 만회하고 있다』며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업계에 따르면 비타500은 편의점 슈퍼마켓 등 일반 시장에서는 1박스당 2만5천원에 공급되지만, 약국의 경우 3만5천원에 공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장에 적힌 숫자를 바꾸는 방법, 「프릭션(지워지는 볼펜)」 사용, 코팅지를 거래장에 붙이는 수법, 물량을 속이는 법 등으로 광동제약이 거래원장을 조작했다며 해명을 요구한 것이다.
약사회는 아울러 전국 회원 약국에게 거래원장 확인을 요청했다. 본격적으로 장부 조작 사례수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또 12일 일부 매체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롯데시네마에 광고를 주고 백화점 상품권으로 수익금 일부인 10억여원을 돌려받았다가 검찰 수사망에 포착됐다.
광동제약은 2013년부터 2년6개월간 롯데시네마에 기업 광고 일감을 주고 백화점 상품권 등을 통해 현물로 돌려받다 국세청 조사를 받은 상태다.
광동제약 비자금 조성 논란은 지난 3월~4월 KT&G 와 리드코프 등 광고 리베이트를 통한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논란과 맞물려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광동제약 측은 한 직원의 개인적인 일탈행위로 광동제약의 비자금 조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오너일가 지분 20% 미만, 적대적 M&A 우려
업계는 광동제약 오너 일가가 갖고 있는 총 지분이 다른 제약업체보다 적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성원 부회장은 광동제약 지분의 6.59%(345만5,604주)를 보유하고 있다. 모친인 박일희 명예회장은 1.29%(67만5,937주), 부인 손현주씨는 0.48%(25만주)다.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장남 최윤석 군은 0.48%(25만주)다. 최 부회장의 둘째 누나 최행선씨 0.04%(2만 3,000주), 셋째 누나 최지선씨 0.11%(5만 8,430주), 막내누나 최지원씨 0.1%(5만주) 등 직계 가족 보유 지분을 합치면 총 9.09%다. 여기에 더해 최성원 부회장이 2대 주주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가산문화재단의 보유지분 5%(262만 1,042주)에 광동생활건강 3.05%(160만주)를 합치면 17.14%다.
이밖에 임원진들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지분을 합쳐도 17.86%로,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경영권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주요 제약회사의 대부분이 오너체제로, 최소한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데 반해 광동제약은 불과 18%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녹십자의 일동제약 인수 시도 사례에서 보듯 제약회사간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정부의 제약ㆍ바이오산업 육성 의지에 따라 제약회사의 라이선스에 대한 외부의 관심이 커지면 광동제약이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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