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연구원]
경기침체 장기화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가계부채가 줄어들지 않고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차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9년 196만 대였던 중고차 거래 대수는 2010년 이후 큰 폭으로 성장해 2012년에는 328만 대, 2013년 330만 대, 2014년 340만 대, 지난해 366만 대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신차 시장에서 169만 대가 팔린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중고차 평균 가격은 700만 원으로 연간 시장 규모는 30조 원에 육박한다.
중고차 유통은 개인이나 법인으로부터 중고차를 사들인 중간 유통자가 다시 회사나 개인에 되파는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진다. 중고차 시장은 가장 많은 매물을 보유한 업체가 업계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력이 넉넉한 대기업의 진출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중고차 시장에 주목한 기업은 SK다. SK는 2001년 중고차를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직영점을 개설하면서 현재는 SK엔카닷컴과 SK엔카사업부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SK엔카는 전국에 26개의 직영점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6만 대의 중고차를 판매했다.
현대차그룹도 물류회사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오프라인 경매에 기반을 두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에 나섰다. 경쟁 입찰로 투명한 가격에 거래돼 소비자의 호응을 끌어내면서 매주 1,600대의 중고차를 거래하고 있다.
롯데렌터카와 AJ렌터카 등 렌터카 업체들도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다. 롯데렌터카는 지난 2014년 경기 안성시에 중고차 경매장을 열고 직접 관리한 차량을 공급하고 있으며, AJ렌터카는 AJ셀카를 출범시키며 연간 1만 대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 렌터카 업체는 자체적으로 중고차 매물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어 시장 진입이 용이했다. 특히 롯데렌터카의 경우 운영차량이 12만 대에 달하며 여기에 온라인을 통한 개인 매물까지 합쳐 사업을 넓히고 있다.
또 그동안 자동차 대출 분야에 머물렀던 금융사들도 중고차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한 중고차 서비스」를 홈페이지와 모바일 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중고차 시세와 실매물 확인이 가능한데 차량번호만으로도 실매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KB캐피탈도 지난달 1일 중고차 거래 플랫폼 KB차차차를 오픈했다. KB차차차는 지난 1년간 중고차 시세 빅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가 중고차를 살 때와 팔 때 등 시세 산정 알고리즘을 서비스한다. 특히 시스템에서 허위 매물을 걸러내고 주행거리와 사고 유무 등으로 차량 가격을 산정하고 있어 신뢰성을 높였다.
그동안 중고차 시장은 허위매물과 성능기록, 주행기록 조작 등으로 소비자 불신을 키워왔는데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면서 매매 신뢰도가 향상됐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대기업 중고차 업체들은 허위 매물에 대한 보상제를 시행하면서 신뢰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골목상권 침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세가 크기 때문』이라며 『시장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대기업 진출도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전국에 중고차 매매 업체는 5,000여 개가 있고 종사자만 5만여 명에 달한다』며 『대기업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시장을 흔들면 소규모 업체가 도산되며 결국 대기업만 남게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Copyrigh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I.H.S 버핏연구소(buffettla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