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이 인터로조의 3개 제품에 대한 회수 및 폐기 처분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 조치는 이달말 공시 예정인 이 회사의 3분기 실적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인터로조의 30%에 달하는 연매출액 성장률은 향후에도 유지될 수 있을까?
콘텍트 렌즈 제조 기업 인터로조에 관해 생기는 궁금증이었습니다.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인터로조를 기업 탐방했습니다.
경기 분당 정자역 인근에서 자동차로 출발해 경기 평택시 모곡동에 있는 이 회사의 본사까지 50분 가량이 소요되더군요. 서울 강남에서 출발한다면 자동차로 1시간 30분 가량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이 곳에는 본사와 제1공장, 제2공장이 모두 있었습니다. 2006년 9월에 본사와 제1공장이 이곳에 세워졌고, 지난 3월에 제2공장이 새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아래의 사진은 본사와 제1공장 전경입니다.
IR실무를 담당하는 김현욱 과장의 안내를 받아 본관 2층으로 올라가 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웅영 이사와 Q&A(질의응답)을 진행했습니다. 이 이사는 일주일에 이틀 가량은 서울 서울 여의도 사무실(사학연금회관 17층)에서 보내고 나머지 일정은 이곳 경기 평택 본사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이 이사가 먼저 IR자료를 설명하고 나서 질의 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이 회사에 관련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진입 장벽 구축한 기업
이 회사의 강점인 영업이익률 30%, 자기자본이익률 17%의 비결은 기술력과 진입장벽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콘텍트 렌즈 제조는 고난이도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콘텍트를 만드는 원리는 붕어빵을 찍어내는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먼저 위쪽(상형) 금형(mold)과 아래쪽(하형) 금형을 만들어 두 금형을 붙인 다음에 여기에 용액을 주입해 콘텍트 렌즈 형태를 찍어내고 양쪽 금형을 떼어내면 콘텐트 렌즈가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콘텍트 렌즈가 워낙 작은 물건이다보니 이런 공정을 실제로 작동시키기까지는 상당한 노하우와 기술력을 필요로 합니다.
이 이사는 "전 세계적으로 콘텍트 렌즈를 잘 만드는 기업은 아직은 많지 않다. 인터로조가 왜 이익률이 높은지를 딱 한가지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기술력은 반드시 여기에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IR을 끝내고 나서 김현욱 과장의 안내로 공장 내부를 견학했는데, 반도체 조립 라인을 연상시켰습니다. 직원들은 흰색 가운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클린룸에서 일하고 있더군요)
인터로조는 공장의 모든 시설과 장비에 대해 자체 설계도를 갖고 있고, 외부 업체에 시설과 장비의 제조를 맡긴다고 합니다. 이것이 인터로조의 경쟁력으로 보입니다.
이달말 3분기 실적 발표는 리스크
이달 말에 공시 예정인 3분기 실적과 관련해 질문을 꼼꼼하게 던졌습니다. 식약청이 이 회사의 3개 제품에 대해 회수 및 처분 지시를 취했기 때문에 인터로조의 3분기 실적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가 궁금하더군요.
이 이사의 답변을 종합하면 식약청의 조치 때문에 이 회사의 3분기 실적이 당초 증권사 컨센서스(매출액 70억원, 영업이익 32억원, 순이익 26억원)보다는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이 회사의 매출액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식약청으로부터 회수 및 처분 지시를 받은 3개 제품의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이 회사를 최근 다녀갔는데, 이후에 오히려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 이런 전망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리스크가 아예 없지는 않았습니다. 식약청의 조치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더군요 식약청은 제품에 대해 회수 및 처분 지시를 내리면 최종적으로 '제조 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끝나는데, 제조 정지 처분이 조만간 예정돼 있다는군요. 이 이사는 "제조 정지와 관련한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공시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식약청이 제조 정지 처분을 발표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이 이사는 "실은 이번 처분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식약청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발표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이사는 "식약청 조치의 영향이 10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일본 시장 진출은 제2의 도약의 발판
이 회사의 30%에 달하는 연매출액 성장률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보였습니다.
우선, 10월 말 혹은 11월 초에 일본 시장에서의 매출액이 발생할 예정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제2공장도 일본 시장에 공급할 제품(주로 원데이 렌즈)을 만들기 위해서 지었다고 합니다.
일본의 콘텍트 렌즈 시장은 1조 5,000억원 규모로 세계 2위이며, 유럽 전체 시장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인터로조는 일본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습니다.
이 이사는 "일본 시장을 조사해봤는데, 현지 일본 기업의 제품 경쟁력이 높지 않았다. 일본 후생성이 콘텐츠 렌즈의 제조와 출시에 대해 까다로운 규정을 만들어놓아 일본 콘텍트 렌즈 산업이 발전이 더딘 편이다. 우리(인터로조)가 ODM 방식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할 경우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소비자들은 원데이 렌즈를 글자 그대로 '하루(one day')만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 이사는 "일본인은 국민 정서상 규정을 준수하는 경향이 있어서 원데이 렌즈를 글자 그대로 하루만 사용한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이외 국가의 경우 원데이 렌즈를 2~3일 사용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시장에는 내년 초 진출할 예정입니다. 이 이사는 "중국의 콘텍트 렌즈 시장 규모는 2,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연간 2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다면 ODM 방식이 아닌 우리 회사(자사) 브랜드로 진출하기 때문에 이익률이 다소 낮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사 브랜드로 진출할 경우 마케팅 비용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브라질 시장 진출은 내년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로조는 지난달 브라질 시장 진출에 필요한 허가를 받았다고 이 이사는 밝혔습니다. 아프리카 시장에는 당분간 관심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직은 시장이 미성숙하고 콘텍트 렌즈가 사치품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겁니다.
환율 하락의 영향은 크지 않다고 이 이사는 답변했습니다. 일부는 환헤지를 하고 있고, 국내 에이전시를 통한 원화 결제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회사는 해외 결제의 경우 선수금을 30% 가량 받고, 30일이면 현금 회수가 된다고 합니다. 반면 국내 결제의 경우 유통 업체의 파워 때문에 현금 회수까지 3~4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이 회사는 해외 수출이 국내 시장 판매보다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채를 일반 제조 기업 수준(100~130%)으로 늘려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늘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 이사는 "지금 돈을 잘 벌고 있고, 그 돈으로 공장 증설에 보태고 성장하는데 문제가 없는데, 굳이 자금을 끌어 쓸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정리해보면 인터로조의 성장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에 일본, 내년에 중국, 브라질 시장 진출이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3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에 미치지 않을 수도 있고, 제조 정지 처분이 시장에 알려질 리스크도 있습니다. 이 경우 인터로조의 주가는 하락할 수 있고 그럴 경우 분할 매수해 보유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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