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구 편집위원] 2014. 6. 13
소박한 본사 건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대한약품 본사 빌딩을 보는 순간 '참, 소박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전철역(당산역)에서 한참 떨어진, 그것도 대로변도 아니고 골목길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대한약품 본사 빌딩이었습니다. 명색이 '코스닥 등록 기업'인데, 이렇게 소박할 줄이야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빌딩의 1층은 음식점으로 임대해주었더군요(아래 사진). 예전에 금화피에스시를 탐방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5층으로 된 이 빌딩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습니다. 계단을 직접 걸어 올라가 IR담당자 조영기 상무를 만났습니다. IR 북이 제공되지 않았고, Q&A(질의 응답)를 하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신규 경쟁자 진입 사실상 불가능
대한약품은 대한민국 고수포트 편입 이후 주가가 제법 하락했습니다. 이유는 대형제약사인 유한양행, CJ제일제당이 이 시장에 새로 진출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경쟁이 격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경쟁사의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해보였습니다.
대한약품의 매출액의 80%는 기초 수액제입니다. '링게르'로 불리는 수액제는 기초 수액제와 영양 수액제로 나뉘는데, 두가지는 별개의 시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대한약품이 생산하는 기초 수액제의 가격은 개당 1,500원 가량으로 생수 한병 가격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저렴한 이유는 기초 수액제가 정부의 보험 수가 정책에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기초 수액제 가격을 통제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런데 기초 수액제 생산 공장 하나를 짓는데는 적어도 1,000억원이 소요됩니다.
이익은 낮은데 설비 투자비가 과다하게 들어가는 산업이 기초 수액제입니다. 그래서 국내의 기초 수액제 시장은 대한약품 31%, CJ제일제당 32%, JW중외제약이 35%로 3개사가 전부입니다.
"기초 수액제가 돈되는 사업이었다면 너도나도 뛰어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익이 남지 않으니 3개사가 자연스럽게 기초 수액제 시장을 과점하게 된 겁니다.
저희 회사 광고를 하지 않아요. 광고를 하면 남는 없거든요. 병원의 의사들에게 로비도 하지 않습니다. 로비를 할 돈이 어디 있습니까?
이익이 하도 나지 않아서 수년전에 정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업권도 반납하겠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정부에서 회계 법인에게 요청해 기초 수액제 사업자의 원가를 조사하더군요. 이 결과를 토대로 정부는 2011년 처음으로 기초 수액제 약가를 인상했습니다. 그게 저희 회사의 이익률 개선의 기폭제가 됐습니다.
현재 매년 약가 인상을 신청하고 있고 최근에는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입니다."(조영기 상무)
기초 수액제 시장의 3개사 가운데 이익이 제대로 나는 곳은 대한약품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이유는 인건비 때문입니다.
"JW중외제약과 CJ제일제당은 대기업이잖아요. 대기업 수준의 직원 급여를 지급하면 기초 수액제 기업은 이익이 날 수가 없어요. 대한약품이 그나마 버티는 것은 중소기업이고, 중소기업 수준의 급여가 지급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익률이 낮은 기초 수액제를 JW중외제약이나 CJ제일제당이 생산하는 이유는 제품의 다양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조영기 상무)
또 조 상무는 최근 유한양행이 인수한 '엠지'는 영향 수엑제 생산 기업이고, CJ헬스케어가 새로 짓고 있는 공장도 영양 수액제 공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대한약품의 기초 수액제와는 다르다는 겁니다.
정리해보면, 기초 수액제는 시장이 작고, 이익은 박한데, 막대한 시설 비용이 들어가는 장치산업으로 대기업이나 신규 경쟁자가 들어오기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또, 해외 수액가격의 경우 기본적으로 3,000원 이상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국내 약가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출하기도 힘들고 해외업체가 국내에 진입하기도 힘든 상황이지요.
1분기 매출액 저조는 세월호 참사 때문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액 2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반면 영업 이익은 41억원, 당기 순이익은 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7%, 19.5% 증가했습니다.
매출액 증가가 미미한 것은 세월호 참사와 경기 침체 때문이라고 조 상무는 설명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하고 링게르(기초 수액제) 맞는 것하고 무슨 관계냐하겠지만 세월호 참사로 경기가 위축됐고, 경기가 나빠지가 병원 환자들이 링게르 맞는 것도 꺼려합니다.
4월의 매출액은 회복세입니다."
매출액 증가율은 미미한데 반해 영업이익이 급증한 이유는 작년 말에 실시한 기초수액제의 가격인상이 올초에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대한약품의 기초수액제 40가지 가량이 '퇴장 방지 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대한약품은 매년 정부에 약가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약가인상은 대한약품이 신청을 하면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결정합니다. 수년간 낮은 마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대한약품은 2009년부터 3차례 약가가 인상되어 영업이익률이 점진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09년 4% ⇒11년 8.5%⇒13년11.8%⇒14년 1분기 15.6%로 증가해 왔습니다.
향후 수액 가격의 상승 여지는 충분하다고 보여집니다. 점진적으로 오르는 약가 인상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조 상무는 국내의 요양병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령화 수혜 기업
기초 수액제 시장은 2011년 기준 1,190억원 규모에서 2015년에 1,500억원 내외를 형성하고 있어 연평균 12%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요양병원이 늘어나는 추세에 기초수액제시장도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유통구조는 도매상91%, 병의원9%입니다. 큰병의원은 직접경쟁 입찰방식으로 판매되고 작은병원은 도매상으로 판매하여 도매상이 병원으로 재판매하는 구조입니다. 수액제는 업력이 오래된 제품이다보니 각 제조업체마다 탄탄한 영업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십년간 거래했던 고객들이 다른 업체로 넘어가기 힘든 구조이지요. 따라서 점유율의 변화는 크게 없는 상황입니다.
2011년까지만 해도 JW중외제약이 50%점유율을 점하고 있었지만 장기적인 파업으로 주춤하는 사이 대한약품도 많이 따라왔다고 합니다. 향후 JW중외제약의 정상화로 점유율변화가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CAPA 증설
대한약품은 2012년에 200억원 규모에 자동화물류창고 및 생산시설을 확충한다고 공시했었고 이번 5월에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생산라인은 기초수액4개, 영양수액1개, 앰플3개, 기타1개라인인데 이번 증설은 라인증설이 아닌 부족한 창고시설을 늘렸습니다. 공정이 거의 같기 때문에 필요한만큼 라인전환이 가능하고 부지도 확보해놓은 상태여서 시장상황에 맞쳐 라인을 더 늘릴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매출이 큰폭의 상승은 없겠지만 점진적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주가 급락은 시장 오해
최근의 주가 하락은 시장의 오해가 있는것 같습니다. 최근공시를 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이 9.72%에서 7.26%로 지분을 줄였는데 이는 환매대응으로 인한 물량출회로 보여집니다. 또한 영양수액제 부문에서 CJ의 수액제강화와 유한양행의 영양수액제 신규진출로 시장의 우려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출의 대부분을 기초수액제에서 차지하는 만큼 동사의 타격은 크게 없을 듯 합니다. IR담당자와 통화한결과 단기적인 수급문제일뿐 회사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2014년 가이던스는 매출액1150억원,영업이익160억원,당기순이익120억원으로 현시총1050억에 대입해보면 PER 8.75배, PBR 1.8배, ROE20.6%입니다. 장기적인 성장을 예측해보면 PER10배 이상은 줘야하므로 현가격대는 매력적인 구간으로 여겨집니다.
정리하면 대한약품은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고 신규진입자가 들어올 수 없는 해자를 가진 기업입니다. 우리나라의 구조적 현상인 고령화현상에 직접적인 수혜를 갖고 있는 장기적인 모멘텀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단기적인 급락을 오히려 매수기회로 삼는다면 장기적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거란 기대를 해봅니다. 이번 2분기실적은 1분기와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할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향후 기초수액제 약가 인상이 언제 시행되는지, 라인 증설은 언제 늘어나는지, 병의원의 입원환자를 체크하면서 계속적으로 리모터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 회사는 숨길 게 없고, 숨길 수도 없는 구조입니다. 만드는 것도 수액제가 전부이고, 어디로 팔려 가는지, 어떻게 팔리는지가 훤히 드러나는 기업이지요.
제가 20여년을 이 회사에 근무해왔는데, 철학이 있는 회사라는 생각을 해보고 있습니다.
동아제약이 박카스를 만들어 히트를 치자, 우리 대한약품도 만들어보자는 사내 의견이 있었는데 창업주가 "박카스가 약이냐? 제약사는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약을 만들어 한다"며 일언지하에 거부하더군요. 그때 우리도 박카스를 만들었다면 돈을 꽤 벌었을 겁니다. 어떤 선택이 맞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철학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조영기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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