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회장 송영숙)이 임종윤·종훈 형제를 해임하면서 주주총회를 3일 앞둔 한미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이했다.
한미그룹은 25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을 3월 25일자로 해임했다고 밝혔다. 한미그룹 측은 두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하고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한 점, 지속적으로 회사의 명예·신용을 손상시킨 점을 근거로 두 사장을 해임한다고 전했다. 또 임종윤 사장이 오랜 기간 개인사업 및 타 회사(DXVX)의 영리를 목적으로 본사 업무에 소홀하면서 회사 명예를 실추시킨 점도 해임 사유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직전 해임 발표…임주현 사장 "그룹 내 혼란방지 위한 조치"
한미그룹은 25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한미타워 2층 '파크홀'에서 OCI(회장 이우현) 통합에 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그리고 이우현 OCI 회장이 참석했다.
임주현 사장은 회견 직전 임종윤·종훈 형제 해임 결정 계기를 묻는 질문에 "해임 건에 대해서는 송영숙 회장님께서 오랜 기간 숙고한 일"이라며 "그럼에도 주총을 앞두고 이러한 어려운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보다 조직 내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임 사장은 "회사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모든 일을 이루기 어려워진다"며 "혼란을 없애는 일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는 걸로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그간 갈등과 공방이 지속됐지만, 인사 조치가 따로 없었던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해임 발표를 한 것을 두고 한미 경영권 분쟁이 극에 치달았다는 평이다. 앞서 지난 23일 한미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로 불린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종윤·종훈 사장의 주주제안에 표를 던지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통합 무산 의견이 제기됐으나, 한미 측의 이번 결정으로 다시 한번 흐름이 바뀌었다.
◆이우현 OCI 회장, "신사업 DNA 발휘해 세계적 제약사 도약 지원할 것"
이날 한미그룹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이우현 OCI 회장도 참석했다. 이 회장은 "미래의 파트너 후보로서 이 자리에 나와있다"며 "한미 측과 여러 논의 끝에 파트너로 일하기로 결정됐다"고 통합 배경을 밝혔다.
이우현 회장은 "한미 측과 몇 달 전부터 대화를 나누며 향후 사업 관련 의견 일치가 잘 됐다"며 "한미에서 진행하고 있는 많은 프로젝트를 적기에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미그룹은 지난 2021년 R&D 비용으로 1615억원, 2022년에는 1780억원, 지난해 3분기까지 1363억원을 투자했다. 매출액 대비 20% 비중으로 R&D에 투자하던 과거의 기조가 최근 들어 13%대까지 줄어들었지만, ‘R&D는 한미의 핵심 가치’라는 경영 철학에 따라 신약 연구개발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자금력이 풍부한 OCI그룹과 통합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R&D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장은 "OCI는 예전에 없던 사업을 일으켜 세계적인 사업으로 키워내는 DNA가 있다"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 성공을 예로 들었다. 그는 부광약품 인수에 그치지 않고 한미그룹과의 통합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부광약품을 운영하면서 회사 사이즈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매출 1500억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제약바이오 사업을 키워나가기 위해 국내 굴지의 제약사인 한미약품과 통합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한미-OCI 통합에 따른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1월 임종윤·종훈 사장 측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결정에 반대하며 시작됐다. 한미약품의 향방은 오는 28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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