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예측은 불가능의 영역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어떤 투자자들은 주식투자로 큰 수익을 낼 수 있을까요? 1994년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투자 파트너인 찰리 멍거는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투자를 경마 베팅에 비유했습니다. 멍거는 예측이 불가능한 경마 결과를 계속해서 승리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열심히 연구하다 보면 가격이 왜곡돼 승산이 높은 내기 기회를 종종 발견할 수 있고, 여기에 크게 베팅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모투자회사 회장인 앨런 베넬로 등이 지은 <집중투자>에 소개된 이야기입니다. 이와 관련해 주식투자에 필요한 요소들을 경험과 관련해 정리해 봤습니다.
초과수익을 얻고 싶다면 분산투자 대신 집중투자를 하자
<집중투자>는 버핏과 멍거, 루 심프슨 같은 투자고수들은 분산 대신 과감한 집중투자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10~30년에 이르는 장기간에 걸쳐 집중투자로 훌륭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들의 종목은 5~20개였습니다.
버핏은 1997년 주주서한에서 야구를 예로 들며 “가운데 직구를 기다렸다 치면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만 아무 공이나 가리지 않고 휘두르면 마이너리그로 내려간다”고 적은 바 있습니다.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 역시 “아는 것도 없고 특별히 믿을 이유도 없는 기업에 널리 분산투자하고서 위험이 감소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분산투자 수준을 높일수록 실적은 평균에 수렴하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장점도 있습니다. 엘튼과 그루버는 1977년 논문에서 보유 종목이 20~30개면 분산투자의 이점을 대부분 누리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종목이 너무 많아도 문제입니다. 종목이 20개에 도달하면 포트폴리오 위험의 92%가 사라지지만 30개가 되면 겨우 3%포인트 개선된 95%가 사라집니다. 종목이 30개를 넘어가면 위험 감소 효과보다 거래 비용 등 각종 비용이 더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현재 투자한 종목을 세어보았습니다. 한국 주식만 24종목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심층 분석 능력을 갖춘 평범하지만 진취적인 투자자라면, 보유 종목을 10~15종목에 집중투자할 때 성과가 개선될 것으로 믿는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를 받아들여, 저는 앞으로 보유종목 수를 절반 수준으로 줄여보려고 합니다.
다만 집중투자하려면 “정말로 제대로 알고 투자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던 글렌 그린버그 치프턴 캐피털 매니지먼트 공동 설립자의 말을 참고해야 하겠습니다. 종목에 대한 확신이 없는 투자자라면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편이 훨씬 수익률이 좋을 것입니다.
기회를 잡으려면 현금을 항상 쥐고 있자
주식투자를 할 때 현금을 일정 비중 쥐고 있으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갑자기 찾아올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보유 현금이 없으면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게 됩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이벤트 투자를 할 기회가 두 번 있었습니다. 바로 코웨이와 롯데주입니다. ‘정수기 1위 기업’ 코웨이는 지난 7월 얼음정수기 3개 모델에서 니켈이 나와 명성에 금이 갔죠. 정부는 민관 합동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제품상 결함이며 인체 유해성은 낮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소비자 불신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저는 코웨이 사건이 터진 후 주가가 장대음봉을 보이며 하락하자 이 회사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지난해 말 CJ프레시웨이 훈제연어 첨가물 사태나 그 이전 해 동서식품 대장균 사건을 봤을 때 주가 하락이 오래가지 않는 것을 봐왔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자주 듣던 노래 한 곡도 이런 저의 확신을 더해줬습니다. 지난 9월 발매된 MOBB의 노래 ‘붐벼’ 가사를 보면 “춤을 춰 그냥 오예, 물이 터져 마치 코웨이”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며 코웨이 사태 역시 오래가지 않을 것을 직감했습니다. 코웨이는 파문이 일어난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이전 주가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다만 저는 이번에는 수익을 얻지 못했습니다. 롯데가 검찰 수사를 받아 약세를 보이자 롯데주 물타기에 자금을 투입한데다 돈을 써야 할 일이 있어 코웨이 주가가 회복되기 직전에 팔았기 때문입니다. 무리하게 자금을 투입했다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저는 주식은 반드시 여유자금으로 해야 한다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기회를 제대로 봤다고 해도 돈이 필요하면 주식을 팔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르는 주식은 팔지 말자
아마존 주가가 파죽지세입니다. 덕분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연일 세계 부자 순위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미 경제지 포브스가 지난 4일 발표한 부자 리스트에 따르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에 이어 베조스 CEO가 2위에 올랐습니다. 베조스는 1년새 200억 달러가 불어 난 670억 달러의 재산을 소유해 작년보다 순위가 2계단 높아졌습니다.
버핏 회장(655억 달러)도 같은 기간 35억 달러가 늘었지만, 베조스에 밀려 15년 만에 처음으로 3위로 떨어졌습니다. 세계 부호 순위에서는 3위인 베조스는 2위인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텍스그룹 회장의 순위도 노리고 있습니다.
베조스는 민간 우주 개발 업체 스페이스X를 이끄는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와의 우주 경쟁에서도 앞서는 등 비상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번달 초 베조스가 수장인 우주선 개발업체 블루 오리진이 비행 상태인 우주선에서 비상 탈출하는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아마존은 이로써 2018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우주 관광의 꿈을 머스크보다 먼저 이룰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아마존이 이같은 실적에 힘입어 고공행진을 하자 월가에서는 고평가 논란이 벌어져 저도 중간에 팔고 싶은 유혹이 무수히 들었습니다. 제가 보유한 아마존 주가는 지난 3월 샀을 때 보다 48% 올랐으며 지난 주말 839달러에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일 잘 나가는 주식을 팔지 말라’는 말을 떠올리며 주식앱을 삭제하기도 하며 참았습니다.
버핏은 ‘시간은 훌륭한 기업에는 친구지만 신통치 않은 기업에는 적’이라고 말한 바 있죠. 아마존 주가수익비율(PER)는 347배에 달하지만 저는 이 회사가 사업을 잘하고 있는 한 계속 보유할 생각입니다.
주식 뿐 아니라 다양한 투자처에 관심을 기울이자
미국 금리 인상 이벤트를 맞아 저는 처음으로 달러 투자에 나섰습니다. 우리나라 시장이 2000선 초반에서 지지부진해 다른 투자처를 찾은 것도 이유였습니다. 제 투자시기는 이미 발빠른 투자자들이 강달러에 베팅하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지면을 장식한 후인 지난 9월 중순이었습니다. 혹시 이미 늦은게 아닐까 염려가 됐지만 변동성이 한동안 있을 것 같아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우선, 제일 먼저 외화예금통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나서 요즘 대부분의 은행이 90% 환율 우대를 해주기 때문에 저도 이를 이용해 환전했습니다. 제가 이용한 은행은 환율 우대를 받으려면 약속한 날짜에 가서 직접 은행을 방문해 돈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저는 분할매수를 할 때마다 은행에 다녀오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1103~1107원 대에 4차례에 걸쳐 달러 분할매수를 했습니다. 만약 제 생각과 다르게 환율이 움직이면 매수한 달러로 미국 주식을 사거나 여행에 쓰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서서히 올라 지난 7일에는 1115.5원으로 마감했습니다. 환투자는 가치투자가 아니므로 저는 기회가 오는대로 분할매도로 수익을 낼 계획입니다. 제가 수익을 실현한다면 이는 주식 투자를 하며 환율에도 관심을 갖게 된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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