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장바구니는 어떻게 바뀌 었을까요?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인 워렌 버핏이 주장하는 말 중 '10년 바라볼 주식이 아니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의 포트폴리오에는 50개 안팎 종목만 담겨 있다고 합니다. 돈의 80%를 상위 10여 개 종목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변동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지난해 버핏은 여섯 종목을 새롭게 채워 놓았습니다. 투자액으로 보면 포트폴리오에서 12% 정도의 물갈이입니다. 투자 상위 20개 종목 중 절반 이상인 11개 종목이 최근 5년 동안에 새로 사들인 주식입니다. 이를 두고 버핏의 투자관이 바뀐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듭니다.
과연 그럴까요? 버핏이 사고 판 기업을 통해 그의 투자관의 변화와 다가올 시장의 흐름을 살펴 보기로 하지요.
애플은 최근 버핏이 사들인 대표적인 종목으로 지난해 5700만주를 사들였습니다. '잘 모른다'는 이유로 그동안 정보통신기술(IT) 주식을 멀리해 왔던 그에게 투자원칙이 변한건 아니가 하는 의구심이 들겠지만, 경제 전문 케이블 방송 CNBC 인터뷰에서 "손자들이 아이폰을 끼고 사는 것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한 버핏의 말을 통해 애플을 단순한 IT 기업이 아닌,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소비재 기업으로 파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버핏의 투자 파트너인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예전처럼 사냥감이 오기를 천천히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말로 변신을 설명했습니다.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자신들의 투자 방법도 변한다는 것입니다. 버핏은 올해 들어 애플을 더 매수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한번의 큰 투자 실패로 날개 달린 것은 사지 않는다는 그의 원칙을 뒤로 하고 항공사 주식도 지난해 포트폴리오에 담아 미국 내 4대 항공사 지분을 각각 8% 안팎씩 보유한 대주주가 됐습니다. 그동안 과다경쟁을 해 왔던 항공업계가 빅4 중심으로 개편 돼 어느 정도 과점 체제를 구축한 것이 '독점주(株)'를 좋아하는 그의 성향에 맞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종자 회사 몬산토도 새로 매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몬산토는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가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으며, 주주에게 일관되게 이익을 돌려주는 기업으로 그의 종목 선택 기준에 부합기 때문입니다.
반면 월마트 주식은 지난해 버핏이 내다판 가장 큰 종목입니다. 2009년 3분기부터 7년 동안 월마트 주식은 버핏의 포트폴리오에서 상위 10위권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40위 가까이로 밀려났습니다. 아마존 등 인터넷 쇼핑업체와 경쟁하며 전자상거래 분야 투자를 늘리고, 고용 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월마트를 판 버핏은 "오래전에 아마존 주식을 샀어야 했는데, 아마존은 내가 놓친 큰 것"이라며 "아마존 모델의 힘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해 세상의 변화에 발 맞추는 느낌입니다.
또한 천연가스관을 만드는 북미 최대 에너지 인프라기업 킨더모건의 주식도 다 팔았다. 2015년 4분기에 저점 매수한 뒤 주가가 30% 안팎 오르자 1년 만에 전량 매도했습니다. 이는 유가 안정세에 따른 주가하락을 예측한 대응책입니다.
버핏은 지난달 말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그의 투자법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나의 투자에 마법 따윈 없다. 다만 꿈을 크게 꾼다. 기회가 올 때 재빠르게 행동하기 위해, 마음을 먹고 자금을 모은다. 역사적으로 경제라는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게 마련이고, 결국 돈(gold)이라는 비가 내린다. 하늘에서 돈이 내릴 때 얼른 뛰어나가 빨래통으로 비를 받아야지, 티스푼으로 받을 수 없지 않은가." 버핏은 최근 미국 주식시장이 빨래통을 들고 나가야 할 때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버핏은 "미국 경제의 역동성은 믿기 어려울 정도"라며 "시장에 참여할 좋은 때를 찾겠다며 이 게임에서 떨어져 있는 것은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리해 보면 버핏의 투자원칙이 바뀐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장바구니에 담아야할 상품이 바뀌어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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