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취업, 직장 생활, 기업 분석에 꼭 필요한 재무제표 지식을 정리해보는 '아하! 재무제표 읽는 법'을 연재한다. 10만부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워렌 버핏처럼 재무제표 읽는 법>을 바탕으로 기업의 재무제표가 이 시대의 생존 지식이자, 일상 생활에 유용하다는 사실을 제시할 예정이다]
[버핏연구소=이현지기자] 주식 투자를 하다보면 유가증권Marketable securities이라는 용어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봤을 것이다. 유가증권은 신문의 경제면과 기업 분석 보고서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막상 대차대조표를 뒤져보면 찾아보면 유가증권이라는 계정과목은 찾아볼 수 없다.
이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고, 재무제표의 어디에 숨어 있는걸까. 하나씩 차근차근 살펴보자.
유가증권은 주식stocks과 채권Bond를 말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주식과 채권은 자기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의 주식과 채권을 말한다. 자기 회사의 주식과 채권은 대차대조표의 대변(오른쪽)에 자본(주식)과 부채(채권)로 각각 기재된다. (채권이 뭔지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한다)
주의할 점은 기업이 유가증권을 갖게되면 대차대조표에 다음의 4가지 상이한 계정과목Account name 으로 기재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두가지는 매도가능증권과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이다.
○ 단기매매증권(Trading securities)
단기매매증권이란 글자 그대로 기업이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언제든지 팔아 치우기 위한 목적으로 보유하는 유가증권이다. 기업이 보유하는 기간이 짧고, 대개 보유하는 양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 만기보유증권(Held-to-maturity)
만기보유증권이란 기업이 만기까지 보유할 목적으로 보유하는 유가증권을 말한다. 그런데 만기가 있는 유가증권은 채권 뿐이므로, 만기보유증권은 오로지 채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주식에는 만기가 없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이 국공채를 만기까지 보유할 목적으로 취득했다면 만기보유증권이 된다.
○ 매도가능증권(AFS, Available For sale Securities)
매도가능증권이란 단기매매증권과 만기보유증권에 속하지 않는 유가증권을 말한다. 당장 현금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매도를 할 수도 있고 매도할 기회가 없어지면 만기까지 가지고 갈 수도 있는 유가증권이다.
○ 지분법적용투자주식(Securities under equity method)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이란 기업이 경영권 행사를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을 말한다.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은 오로지 주식이다. 상대 기업에 대한 지분율이 20%를 넘으면 지분법적용투자주식으로 분류한다.
여기서 앞서 말한대로 매도가능증권과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의 차이점이 중요하다.
두 가지는 똑같이 투자자산에 속하지만 손익계산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다시 말해 기업이 매도가능증권을 보유했다가 평가 이익이 발생하면 손익계산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기업이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을 보유했다가 평가 이익이 발생하면 손익계산서의 수익으로 기록된다. (정확히 말하면 세법상의 익금불산입益金不算入으로 처리돼 결과적으로 손익계산서의 수익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투자자가 이 부분까지 알 필요는 없다)
이게 무슨 말인지 어려울 수도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예를 들어 A기업이 유가증권(주식) 1,000만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게 주가가 올라 1,600만원 어치가 됐다고 하자. 600만원의 평가 차익이 생긴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평가 차익 600만원이 손익계산서에 수익으로 기록되는 게 좋은가, 수익으로 기록되지 않는 게 좋은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기업은 순이익이 늘어나는 게 좋으므로 손익계산서의 수익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다면 기업은 유가증권을 지분법적용투자주식으로 회계 처리해야 한다. 게다가 현행 세법상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의 지분법 손익을 포함한 유가증권의 평가이익(손실 포함)은 과세소득에서 제외된다.
그런데 현실 비즈니스 세계를 들여다 보면 기업은 오히려 평가 차익이 손익계산서의 수익으로 기록되지 않기를 바라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기업이 외부에 수익을 숨기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기업은 유가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처리하고 싶을 것이다.
기업은 왜 이익을 손익계산서에 기록하는 것을 꺼릴까.
당신이 기업 최고경영자(CEO) 혹은 오너라고 생각해보라. 기업의 당기 순이익이 증가하면 주주들로부터 배당금을 늘려 달라는 요구를 받게 되고, 노조로부터 임금 인상 요구를 받게 될 것이다. 손익계산서상의 순이익의 증가가 반드시 좋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기업이 순이익을 줄이기 위해 재무제표를 조작하는 것을 역분식 회계라고 한다. 역분식 회계는 오너 경영 체제를 갖고 있는 기업에서 자주 발생하며,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상에 놓여있다. 결국 유가증권을 매도가능증권과 지분법적용투자주식 가운데 어느 것으로 처리하기를 선호하느냐는 기업이 처한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실적을 가능한 좋아 보이게 하려는 기업은 지분법적용투자주식으로 처리하고 싶어한다. 반대로 실적을 줄여서 알리고 싶을 경우에 기업은 이때는 매도가능증권으로 회계 처리하고 싶어한다. 이때 기업은 법인세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실제 분개를 통해 알아보자.
앞서 말한 A기업이 유가증권 1,000만원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기말에 600만원의 평가 이익을 실현했다고 할 경우, 이를 각각 매도가능증권과 지분법적용투자주식으로 회계 처리하면 다음과 같다.
<분개>
1. 매도가능증권의 경우
(차) 매도가능증권 6,000,000 (대) 매도가능증권 평가이익 6,000,000
2.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의 경우
(차) 지분법적용투자주식 6,000,000 (대) 지분법 평가 이익 6,000,000
재무제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매도가능증권은 손익계산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은 손익계산서의 수익(매출액)과 순이익을 증가시킨다. 똑같은 유가증권인데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느냐, 지분법적용투자주식으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재무제표가 확 달라지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이제 정부(금융당국)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기업이 장기매도가능증권과 지분법적용투자주식 가운데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 것이나 선택해 회계처리할 수 있다면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정부는 어떤 경우에 장기매도가증권 혹은 지분법적용투자주식으로 회계처리해야 하는지의 기준을 꼼꼼하게 마련해놓았다.
우선, 매도가능증권과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을 구분하는 기준은 20%이다. 다시 말해 A기업(투자 회사)이 B기업(피투자 회사)의 주식의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면 지분법적용투자주식으로 분류해야 한다. 이때의 주식이란 의결권 있는 주식을 말하므로 대개 보통주common stock 가 된다. 우선주 preferred stock 는 의결권이 없다. 20% 정도의 지분이면 투자 회사가 피투자회사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주식 지분이 20%에 미달하더라도 투자 회사가 피투자 회사에 실제로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지분법적용투자주식으로 분류하도록 하고 있다 .
그런데 이렇게 상세한 규정이 있음에도 현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두 가지 가운데 어느 것으로 분류해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현실은 비즈니스 세계는 그만큼 복잡하다. 기업은 이를 노리고 재무제표에 유리하게 회계 처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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