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연구소=김승범 기자] "카카오와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옮긴 것을 후회하게 만들겠다."
올해 들어 금융위원회가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지난 4일 금융위원회는 ▲ 코스닥 상장 요건에서 계속사업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과 자본잠식이 없어야 한다는 요건 폐지. ▲ 세전이익, 시가총액, 자기자본만 충족하더라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단독 상장요건 신설. ▲ 코스닥 성장(Scale-up) 펀드 조성. ▲ 기술분석보고서 등 코스닥 기업 투자 정보 확충을 골자로 하는 '코스닥 시장 상장요건 개편 및 건전성 강화를 위한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의 개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 다시 코스닥 활성화 대책 내놓은 금융위
또, 금융위는 최대 주주가 자발적 보호예수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투자주의 환기종목 및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이해상충 발생 우려가 있거나 실체가 없는 투자기구를 활용한 지분인수와 매각 등을 제한키로 했다. 상장주선인이 상장심사청구일 전 6월 이내에 취득한 지분에 대해 상장 후 1∼6개월간 보호예수의무 기간을 부과하고, 특별법상 근거가 없는 조합 또는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법인 등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경우 1년간 보호 예수 의무를 부여했다. 코넥스 시장에 대해서는 코스닥 이전상장 요건 내 성장성 요건을 추가하여 성장가능성이 높은 코넥스 기업의 코스닥 이전상장을 촉진키로 했다.
앞서 1월에도 금융위는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 코스닥 벤처 펀드 활성화. ▲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 코스닥 투자 유도. ▲ 이익미실현 요건(테슬라 요건) 확대를 비롯한 상장 요건 개편 등 굵직한 내용이 담겨있다.
자료=금융위원회.
그간 코스닥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거론돼온 대책들이 망라돼 있다는 평가다. 코스닥 기업이 포함되는 지수 개발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존의 KTOP30, KRX 100이 코스닥 비중이 낮았지만 KRX 300은 코스닥 비중을 23%(68개)까지 높였다. 이들 구성 종목이 코스피,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99.2%, 41.7%로 전체 증시의 85.6%다. 이는 충분히 시장을 대표할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 실현의지와 융통성이 관건
그렇지만 관건은 실현 의지와 융통성이라는 지적이다.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는 "그간의 코스닥의 문제점과 여기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면서도 "그간 역대 정권에서 유사한 대책이 나왔지만 왜 실패했는지를 검토하고 분석하면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코스닥이 '미국판 나스닥'으로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정부 대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실현 의지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상건 상무의 지적대로 그간 역대 정권은 증시 부양책을 심심치 않게 내놓았다.
우선 김대중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파탄에 빠진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벤처 육성 방안을 선택했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6월, 세재 지원을 포함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고 이듬해 5월에는 코스닥 상장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당시 세제 지원의 핵심은 상장 기업이 해당 사업연도 과표 소득금액의 50%를 사업손실준비금 명목으로 비용처리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준비금은 5년 후에는 순이익으로 간주돼 법인세가 부과되지만 5년동안 법인세 납부를 늦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 사이 손실이 발생하면 준비금으로 손실을 충당할 수 있어 사실상 세금을 감면받는 것과 같은 혜택이 됐다. 이 정책으로 코스닥 상장 기업들은 법인세를 최고 50%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정부 발표 직후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발표 당일 1,331이던 코스닥 지수는 불과 10개월만에 두 배 이상 급등했다. 2000년 3월 코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2,834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 들어 전 세계적인 닷컴붐이 급격히 꺼지면서 시장은 차갑게 식었다. 한때 3,000을 바라보던 코스닥 지수는 그해 말 600 아래로 떨어지며 반토막이 났다.
2004년에도 노무현 정부가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코스닥 시장 부양에 나섰다. 보유 주식을 처분할 때 양도소득세가 면제되는 소액 주주 범위가 확대됐다. 코스닥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5년 동안의 사업손실준비금 역시 소득금액의 30%로 낮처 다시 도입됐다. 그러자 1년 이상 350~500의 박스권에 갇혀있던 주가는 700선을 넘나들며 반짝 효과를 봤지만 시장 체질을 바꾸는데는 역부족이었다.
▶ 기업 못지 않게 투자자에게 혜택 줘야
정리해보면 과거 정권의 증시 부양책은 투자자 보다는 기업에게 혜택이 주로 돌아갔고, 이 과정에서 심각한 모럴 해저드를 낳기도 했다. 3,000만원 이하 스톡옵션 행사 이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까지 대주주나 임원들이 R&D(연구개발) 등 기업 경쟁력과 체질 개선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면 투자자에게 주는 혜택은 2001년 무렵 2년짜리 한시 제도였던 장기주식형펀드 세액공제와 2002~2008년 실시된 코스닥 배당 소득 비과세 정도가 전부였다. 이미 외국인 지분이 40%에 육박하는 거래소와 달리 코스닥 시장은 개인 투자자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투자자들이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정보 및 접근권 강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전체 코스닥 기업 1,266개 중 실적 추정치가 나오는 기업은 292곳(약 23%)이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참고할만한 분기 추정치가 제시되는 기업으로 좁혀보면 81개사로 6%(시가총액 기준 24%)에 불과하다.
코스닥이 미국 나스닥처럼 지속적으로 우상향하는 시장으로 거듭나려면 상장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상장사에게는 코스닥에 남을만한 '당근'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투자자에게는 세제 혜택과 정보 접근권을 강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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