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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루네오 가구와 한샘의 엇갈린 운명
  • 홍지윤 기자
  • 등록 2018-04-28 1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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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연구소=홍지윤 기자] 국내 1세대 가구기업으로 50여년간 함께한 한샘과 보루네오가 명암이 극명히 갈리고 있다.1970년을 전후해 비슷한 시기에 설립됐지만 50년만에 운명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샘은 다음달 1일 중국에 B2C 진출의 첫 발을 내딛는 반면 보루네오는 같은달 5일, 30여년 동안 이어온 유가증권 시장에서 상장폐지 된다.

 

국내 가구업계 50년 역사 함께 써와 

 

두 기업의 설립연도는 정확히 만 4년의 차이다. 한샘은 조창걸 명예회장이 지난 1970년 9월 회사를 설립했다. 국내 1호 부엌가구 브랜드로 사업을 시작했다. 보루네오는 이보다 앞서 1966년 9월 위상식 창업주가 보루네오통상 주식회사를 설립, 종합가구 기업으로 출발했다.

두 기업은 1980년대 아파트 건설 호황기와 함께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이 시기 보루네오는 브랜드 가구가 생소한 업계에서 동서가구, 바로크가구 등을 내놓으며 업계 1위를 달렸다. 해외 진출도 보루네오가 빨랐다. 지난 1980년 홍콩, 1981년 미국 LA 지점에 직매장을 개설하며 사업을 확대했다. 한샘은 6년 후인 1986년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1991년 일본, 1996년 중국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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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인테리어 샘플 매장. 사진제공=한샘.

 

1988년 보루네오는 국내 가구업계 최초로 유가증권 상장에 성공하며 정점에 찍었다. 당시 미국에만 20여개의 대형 전시장을 갖출 정도로 사세를 확대했다. 한샘은 이보다 14년 후인 지난 2002년 7월 한국 축구역사를 새로 쓰고 있던 시기 상장에 성공했다.

 

 

보루네오,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자초

 

업계는 보루네오의 패착을 상장 이후 무리한 사업 확대로 꼽았다. 1980년 후반부터 1990년 중반까지 미국 주요 도시를 기점으로 1000여평에 달하는 대형 매장을 속속 오픈한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철저한 현지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욕이 앞섰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루네오는 지난 1996년 총 매출 1689억원, 1997년 1609억원, IMF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8년에는 977억원으로 감소했다. 사업을 정비하고 2005년 매출 1500억원, 영업익 7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렸지만 이마저도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영업적자 상태에 놓였다.

보루네오가 내리막을 걷는 또 다른 요인은 생소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한 것이 컸다. 이에 따른 잦은 경영권 교체도 부담이 됐다.

2010년도에 들어서 보루네오는 의약, 식품 등 바이오산업에 진출했고 LED 조명 사업에도 발을 들였다지만 재미를 못봤다. 수익이 악화되자 잦은 대표이사 교체가 이뤄졌고 장기적 사업 구상은 부재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2년부터 올해 초까지만 10여 차례 대표이사가 교체됐고 지난 23일에는 보루네오 소싱사업 본부장 출신의 김삼기 상무가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한샘, 한우물 경영으로 성장 가도

 

반면 한샘은 IMF 직전 해인 지난 1997년 1월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방배동 본사 맞은편에 한샘플래그숍 직매장 1호점을 오픈하고 디자인 분야에 투자를 지속해 나갔다.

1998년 매출 1737억원에서 1999년 2530억원, 2000년 2996억원, 2003년 4820억원을 기록 할 때까지 무려 6년 동안 지속 성장해 나갔다.

부엌가구를 자사 시그니처 브랜드로 유지하면서 건자재 B2B 사업을 해외로 확대하면서 종합가구로 탈바꿈 해 나갔다. 한샘은 2010년대에 들어서기 전 이미 자사 디자인센터와 프리미엄 주방가구를 론칭하며 2013년에는 국내 가구업계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기업으로 변모했다.
한샘은 다음달 1일 중국 상하이 창닝구 위치한 대형 복합쇼핑몰에 해외 1호 직영매장을 가오픈한다. 전체 면적만 1만㎡(3000여평) 규모로 최근 대구에 오픈한 프리미엄 리하우스 쇼룸과 가장 흡사한 토탈 원스톱 매장이 될 전망이다.

가오픈을 통해 8월 중순 그랜드 오픈을 진행한다. 이로써 한샘은 중국 홈인테리어 B2C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1호 기업으로 건자재사업까지 포함한 740조원에 달하는 중국 시장 개척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가구업계는 향후 글로벌 B2C 진출의 바로미터로 작용할 이번 한샘 진출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샘 측은 오픈 전까지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는 분위기지만 업계는 국내 시장에서 정점에 선 한샘의 글로벌 진출 시기가 적절하다는 평가다.

반면 보루네오는 다음달 5일 유가증권 상장 폐지를 앞두고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이미 장에서는 상장폐지를 위한 정리매매를 진행, 이날 85원으로 소위 100원 미만의 동전주로 장을 마감했다. 보루네오 내부에서도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퇴사한 전 직원 관계자는 "사내에서 업무 재편성, 부서 이동 등 조정이 한창"이라며 "이번 상장 폐지로 우려할 만한 대규모 인력 조정은 아니지만 퇴사자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 폐지 이후에도 보루네오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당장 수십억원 규모의 사채원금 상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분 17.77%를 보유하며 보루네오 최대 주주로 있는 전용진 예림임업 대표이사 회장은 회사를 상대로 사내이사 말소 결정에 대한 무효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보루네오는 이번 소송에 대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상장 폐지 이후 경영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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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s_buffe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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