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17년)에 신문과 국정감사에서 유보율에 관한 비판이 있었다. 기자나 국회의원들이 주장하는 요지는 “국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회계연도 기준 30대 기업 사내유보율은 평균 8682%에 이르기 때문에 기업의 유보율이 너무 높아서 현금이 넘치는데 투자는 하지 않고 있어서 법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이 과연 맞는 내용일까? 여기서 말하는 ‘사내유보율’은 ‘유보율’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당기유보율에 해당하는 순이익유보율(earnings retention ratio)도 실무에서는 간혹 사내유보율이라고도 하기 때문에 유보율을 사내유보율로 표현하는 것은 혼동을 일으키기 쉽다.
부채를 제외하고, 회사에 있는 돈은 자본금, 이익잉여금, 자본잉여금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자본총액(자기자본)에서 자본금을 빼면 잉여금(이익잉여금+자본잉여금)이 되고, 이것을 자본금으로 다시 나누면 유보율이 나온다.
유보율 = (자기자본-자본금)/자본금×100%
유보율 = (이익잉여금+자본잉여금)*/자본금×100%
또 바람직한 유보율 산식을 ‘유보율 = 이익잉여금/(자본금+자본잉여금)’으로 제시하는 학자도 있다. 이렇게 산정하면, 유보율은 크게 낮아질 것이다.
그런데 이익잉여금은 아래 공식에서 보는 바와 같이 누적 개념이기 때문에 유보율도 누적 개념으로 나타난다.
이익잉여금 = 회사 창립 시부터 발생한 당기순이익의 누적액-모든 배당금지급액의 합계액
당기말 이익잉여금 = 전기말 이익잉여금 + 당기순이익 – 당기 중의 배당금
유보율을 생각할 때, 시간의 개념을 고려하지 않으면 쉽게 오해를 하게 된다. 2018년 현재 유보율은 언제를 기준으로 하여 계산해야 할까? 자본금을 언제 것으로 계산할까? 대체로 주식의 액면가액을 납입자본금으로 계산하는 것을 고려하면, 수년 또는 수십 년의 시간 간격이 존재한다. 공식에서 분모에 해당하는 자본금은 주식의 액면가로 고정된 반면에 분자에 적립되는 잉여금은 인플레이션 비율이 반영되어 커지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유보율이 증가하게 된다. 그러니 자산의 덩치가 적은 가계 자산보다 덩치가 큰 기업 자산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당연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기업이 유보율이 높으면 마치 부도덕한 기업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유보율의 시간적 측면을 고려하면, 유보율이 낮은 기업보다 높은 기업이 우량기업이고, 더 오래된 기업이고, 더 열심히 사업을 한 기업이다. 2016년 30대 기업의 유보율이 평균 8682%라는 것은 액면가를 기준으로 하여 그 동안 누적된 기업의 자산이 그 주식이 발행된 당시에 비해서 그렇게 가치가 증가되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보율이 높아서 여유자금이 로비나 지하경제로 유출되거나 한국경제를 썩게 만드는 것이라는 시각으로 보는 것은 참으로 근거 없는 일이다. 특히 규제를 통해서 유보율을 제로 베이스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이없는 것이라 하겠다.
*유보율을 계산하는데 자본조정, 기타포괄손익누계액 등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나 이들은 액수가 많지 않으므로 재무분석에서는 이 항목들은 생략하여 계산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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