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의 일이다. 필자가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 있을 때이다. 필자에게 아주 감동을 준 TV 프로가 있었다. 어린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프로였는데, 내용이 쉽고 만만하여 채널을 고정시키고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놀라운 말이 튀어나왔다.
Math made the plane.
수학이 비행기를 만들었다.
‘the plane’이 날라 다니는 기계 장치를 통칭하는 말이라서 딱히 여기서 ‘비행기’라고 번역하는 것이 정확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당시 필자는 대체로 그렇게 단순하게 이해했다. 어린이 프로라서 강사는 꽃사슴 루돌프의 빨간 코 모양으로 변장을 하고 나와서 아이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지루하지 않게 수학의 중요성을 쉬운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크게 감동받았다.
그 후에 UT(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대학원 수학과 및 로스쿨에 다니는 유학생 몇이 집으로 놀러 왔는데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UT에서는 대학원에서 수학을 공부하면 TA(Teaching Assistant)로 일할 수 있어 돈을 받고 공부하기 때문에 돈 걱정을 하지 않고 유학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UT의 경우에 학부 학생들은 모두 수학 학점을 따야 졸업을 할 수 있는데, 대학원생들은 학부 수학 수업에 들어가서 강의를 하고, 그 보수로 학비나 생활비는 충당할 수 있다고 하였다. 당시 UT는 수강 학생 수에 따라 학과로 예산이 배분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서 전체 대학생이 필수로 들어야 하는 수학 과목이 있는 수학과에는 돈이 넘친다고 하였다. 미국의 수학과가 일반적으로 장학금이 많은 학과로 알려지는 것은 대체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수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의 발전과 번영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미국 대학에서 이러한 정책들이 유지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의 과학과 금융 분야에서의 실력은 “수학이 비행기를 만들었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 하는 어른들의 지혜와 열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행하게도 작년(2017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International Mathematical Olympiad, IMO)에서 한국 대표선수 6명 전원이 금메달을 따고 종합우승을 하여 세계인을 놀라게 하였다. 우리나라는 1988년 제29회 호주 캔버라 대회부터 IMO에 참가했으며, 지금까지 참가한 30번의 대회에서 금메달 70개, 은메달 67개, 동메달 27개, 장려상 7개를 받았다. 보통 100여개 국가가 참가하는 대회에서 이 정도면 우리 민족은 수학적 우수성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처럼 수학을 중시하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된다면, 수학적 지식이 핵심이 되는 미래의 세상에서 한국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대학에서 수학을 필수과목으로 할 수 있을까. 수학의 중요성이 포퓰리즘에 의해서 묻혀버리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가치투자를 하는데 있어서도 고급수학을 풀이할 능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의 뒤편에는 수학적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치투자를 하려면 숫자와 친해야 한다. “Math made the plane.” 필자는 요즘도 비행기를 탈 때면 이 말이 떠오른다. 앞으로는 수학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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