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주장을 숫자로 풀이하면?
경제민주화란 개념이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어 오다가 이번 정부의 헌법개정안 속에 이 조항의 개정안이 담겨져 있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경제민주화란 개념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해석하기가 쉽지 않은 다소 모호한 개념이다. 경제민주화가 규정되어 있는 헌법 제119조 제2항은 다음과 같다.
제119조 ②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개정안에서는 ‘상생과 조화’라고 수정하였다)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이 조항을 흔히 ‘김종인 조항’이라고 한다. 1987년 개헌 당시 국회 의원이었던 김종인 박사가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서 처리하였기 때문이다. 이 조항의 뿌리는 1890년에 제정된 미국의 반독점법인 셔먼법(Shernman Act)이다. 이 법은 거대기업의 독점을 방지하고 시장에서 경쟁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다. 그 후 이 법에 의하여 스탠다드 오일 트러스트, US스틸 등 거대 독점기업을 해체시키는 등 시장의 경쟁 질서를 바로 잡는데 공헌하였다. 우리나라도 1980년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독과점을 규제하고 있다. 김종인 박사는 2017년에 ‘다시 경제민주화다’라는 저서를 통하여 경제민주화를 통하여 경제력집중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주장은 얼마나 타당할까?
미국에서는 셔먼법을 제정한 후에 적극적으로 반독점 정책을 추진하다가 최근에 와서는 다소 유연해졌다. 1994년에는 차등의결권제도를 도입하였고, 이 제도의 덕을 본 구글은 창업자들이 1주당 10배의 의결권을 갖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통해 총 주식의 약 15%를 보유하면서 의결권 56.1%를 확보해 상장 뒤에도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 가치에 중점을 둔 경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 결과 2018년 4월 기준으로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점유율의 90.8%를 차지하여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을 거의 독점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캐나다가 1972년에 상속세를 폐지한 후에 상당수의 나라들이 상속세를 없앴다. 차등의결권제도를 도입하고 동시에 상속세를 폐지한 나라도 있다. 기업환경이 경쟁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2017년 포브스(Forbes) 100대 기업에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하나가 15위로 올라 있다. 이 순위는 매출액, 이익, 자산 및 시가총액에 대하여 가중치로 계산한 종합 점수를 기준으로 매겨진다. 글로벌 100대기업에 우리 기업이 1개뿐이라는 것은 한때(2005년) 세계 10위까지 올랐고, 2017년 세계 11위인 우리나라의 경제력에 비추어 볼 때 정상인 상황이 아니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9개(100/11=9.09) 내외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이런 계산은 맞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이 너무 많이 부족하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신기술이 인간의 고용을 대체한다. 2016년 백악관 인공지능보고서에서는 슈퍼스타에 편중된 기술변화를 언급하고 있다.(미국 대통령실, 조영신 역, “인공지능, 자동화 그리고 경제", 2016.12, 15면) 앞으로 산업은 소수의 글로벌 기업의 독점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빈부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소수의 대형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사라진 일자리 때문에 실업자가 된 국민들을 먹여 살려야 할 시대가 오고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을 해체해버리면 누가 세계시장에서 돈을 벌어올 것인지가 걱정이다. 중소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밖으로 나가서 돈을 잘 벌어올 수 있을까?
경제민주화의 원조인 셔먼법이 제정된 1890년은 무지하고 혼탁한 조선 말기다. 경제민주화는 세계사적으로는 이 시기의 이슈다. 그간 세상의 변화를 고려하지 아니하고, 앵무새처럼 경제민주화만 이야기한다면, 거대한 자본과 뛰어난 기술이 지배하는 미래 세상에서 한국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 불을 보는 것보다 더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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