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숫자로 풀어보는 원자력 정책의 또 다른 측면(윤진기 교수의 경제와 숫자이야기)
  • 윤진기 교수
  • 등록 2019-04-29 09:31:14
  • 수정 2024-02-13 17:33:21
  • 목록 바로가기목록으로
  • 링크복사
  • 댓글
  • 인쇄
  • 폰트 키우기 폰트 줄이기

기사수정


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을 폐지하고 신재생 에너지로 바꾸겠다고 하는 이유는 주로 ‘안전’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원자력 제로'를 목표로, 노후 원전은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새로운 원전은 아예 건설하지 않기로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 한국 사람의 안전에 대한 이렇게 절절한 소망을 일거에 좌절시켜버릴 수 있는 일이 엉뚱한 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중국이 동해안 지역에 대규모 원자력 발전시설을 세우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원자력 정책에 대하여 한국이 왜 갑자기 걱정을 해야 하는지 숫자로 살펴본다.

 

중국은 「제13차 5개년 에너지발전계획(2016~2020년)」에서 ‘2020년까지 58기의 원전 가동 목표’를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원전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원전의 국산화에도 성공하여 국가가 정책적으로 세계 원전 시장 진출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원전 대부분은 냉각수 확보가 쉬운 중국 동해안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에너지 홈페이지’(中国能源网)에는 2018년 2월 24일 기준으로 작성된 중국 원자력 발전소 분포도와 이미 가동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 38개와 건설 중인 발전소 18개 리스트가 상세하게 올라와 있다.** 이 중에서 만약 방사선 유출 사고가 나면 적어도 15개는 시간대만 다르지 한국에서 발생한 사고와 거의 유사하게 한국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자료: 중국 원자력 발전소 분포도(2018년 2월 24일까지) http://www.cnenergy.org/dl/hd_1/201802/t20180226_450911.html (2019.04.26. 검색)

이들 15개의 원전은 이른바 탄루(郯庐, 담여, 중국발음이 ‘탄루’) 단층대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단층대는 지각이 서로 어긋나 있는 곳을 말하며, 탄루 단층은 1억 2천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지진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지난 1976년 24만여 명의 희생자를 낸 규모 7.8의 탕산(唐山, 당산) 대지진도 이 단층대에서 발생했다.


자료: 중국 지진대 분포도 http://www.sohu.com/a/163639317_632210 (2019.04.26. 검색)

2019년 1월 16일 문화일보가 기상청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11∼14일 나흘간 서울을 기점으로 측정한 중국발 바람의 빈도는 54.2%로 나타났다. 이는 북풍 등 북한을 거쳐 넘어온 바람은 제외하고 순수하게 중국 쪽에서 건너온 바람만 합산한 결과다. 방위별 중국발 빈도를 보면, 서북서(25.0%)가 가장 높았다. 이어 서(14.6%), 북북서(6.3%), 북서·서남서(각 3.1%), 남남서(2.1%) 순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15개의 원전은 이 풍향 빈도의 범위 내에 속해 있다.


자료: 서울 기준 풍향 빈도(문화일보, 2019.01.16.)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11601070221326001 (2019.04.26. 검색)

물론 바람의 방향은 계절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바람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불어오고 있다. 유출된 방사능이 이 바람을 타고 한반도에 도달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초속 10미터 내외의 편서풍이 불면 24시간 안에 한반도에 도달한다.

 

중국이 이렇게 팔을 걷어붙이고 원전을 건설하고 있는 한, 한국이 국민들의 안전을 위하여 원전을 포기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오히려 허망한 것이다. 원전 기술도 변변치 않은 중국이 아예 국가계획을 세워놓고 원전을 마구 지어 한국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데,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원전을 포기하고 세계 수준에 도달한 그동안의 기술을 사장시키며 에너지 위기를 자초하는 한국인들의 순박함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다행하게도 정부는 중국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염려하여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한국의 원전 정책이 뿌리 채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주석]

*윤성원·한준규·김연종, “중국의 원자력 정책 및 연구개발 현황”, 원자력정책 Brief Report, 2018-3호(통권 46호), KAERI, 2, 20면. 현재 중국의 원자력 발전에 관한 계획은 「中华人民共和国国民经济和社会发展第十三个五年规划纲要」(2016年3月16日第十二届全国人民代表大会第四次会议批准), 第三十章 建设现代能源体系, 第三节 积极构建智慧能源系统, 专栏11, 能源发展重大工程, (四)核电 부분에 규정되어 있고, 이것에 근거해서 , 「能源发展“十三五”规划」를 통해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있다.

「中华人民共和国国民经济和社会发展第十三个五年规划纲要」의 내용에 대해서는

http://www.npc.gov.cn/wxzl/gongbao/2016-07/08/content_1993756.htm (2019.04.26. 검색) 참조.

「能源发展“十三五”规划」에 대해서는

http://www.ndrc.gov.cn/zcfb/zcfbghwb/201701/t20170117_835296.html (2019.04.26. 검색) 참조.

** http://www.cnenergy.org/dl/hd_1/201802/t20180226_450911.html (2019.04.26. 검색)

*** 이해완, “최악 미세먼지 유입경로 보니… 54.2%가 ‘중국發 바람’ 탓” 문화일보, 2019년 01월 16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11601070221326001

(2019.04.26. 검색)

****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 되면 전력은 바로 국력이 될 것이다. 중국의 원자력 총발전량은 2015년 171TWh(전체 에너지의 2.9%)였는데, 2020년에는 이것이 441TWh(5.3%)에 이르고, 2030년에는 867TWh(8.0%)에 이르게 된다. 윤성원·한준규·김연종, 앞의 Report, 5면 [표 1] ‘중국의 에너지원별 발전량 실적 및 전망’ 참조. 이렇게 중국 사람들은 2030년에는 2015년에 비하여 원자력 발전량을 무려 5.12배나 증가시키려고 하고 있다. 여기서 W(와트)는 1초 동안 1J(줄)의 일을 하는 일률의 단위고, 여기에 3,600초(1시간)를 곱한 것이 전력량 와트시(Wh)이다. TWh(테라와트시)는 10의 12승 크기를 갖는 Wh이다.

*****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안위, 중국원전 방사능 누출사고 대응 첫 훈련”, 보도자료, 2016. 11.22.(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한민국 중앙행정기관이다.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출처를 표시하면 언제든지 인용할 수 있습니다.

sunhwa771@naver.com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지엔씨에너지, 전기장비주 저PER 1위... 3.45배 지엔씨에너지(대표이사 안병철. 119850)가 11월 전기장비주 저PER 1위를 기록했다.버핏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11월 전기장비주 PER 3.45배로 가장 낮았다. 이어 LS(006260)(5.74), 일진홀딩스(015860)(7), 피앤씨테크(237750)(13.83)가 뒤를 이었다.지엔씨에너지는 지난 3분기 매출액 740억원, 영업이익 13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
  2. [버핏 리포트]한글과컴퓨터, 글로벌 AI기업 '미시트랄AI'와 협력 기대...3Q 실적도↑-IBK IBK투자증권은 지난 22일 한글과컴퓨터(030520)에 대해 글로벌 AI기업과의 협업이 기대된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만3000원을 유지했다. 한글과컴퓨터의 전일 종가는 2만1600원이다.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글과컴퓨터가 3분기 매출액 712억원(전년동기대비 +24.9%), 영업이익 85억원(전년동기대비 +159.9%)을 기록했다"고 언급...
  3. [버핏 리포트] SK하이닉스, 4Q 실적 예상치 하회 전망...NAND 경쟁 심화 영향 -키움 키움증권이 22일 SK하이닉스(000660)에 대해 HBM3e의 GB당 가격이 HBM3 대비 20% 이상 상승하고, 범용 DRAM의 가격도 내년 2분기부터 반등하며, DRAM 부문의 실적 성장을 예측했다. 다만, NAND 부문의 경쟁 심화에 따른 가격 하락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는 21만원으로 소폭 하향했다. SK하이닉스의 ...
  4. [버핏리포트] 대명에너지, 해상풍력 등 신사업으로 성장 가속화-SK SK증권이 22일 대명에너지(389260)에 대해 해상풍력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성장에 주목하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만8000원을 유지했다. 대명에너지의 전일 종가는 1만420원이다.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대명에너지의 3분기 매출액은 174억원(YoY +45.9%), 영업이익 9억원(YoY -56.5%)을 기록했다"며 "김천풍력발전 EPC 프로젝트가 진행...
  5. [장마감] 코스피 0.83%↑(2501.24), 코스닥 0.54%↓(677.01) 22일 코스피는 전일비 20.61포인트(0.83%) 상승한 2501.24로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169억원 3227억원 순매수했고 개인은 5346억원 순매도했다. 코스닥은 전일비 3.66포인트(0.54%) 하락한 677.01로 마쳤다. 이날 개인은 1518억원 순매도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09억원 681억원 순매수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업...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