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상식으로 풀어보는 EGR의 신비(윤진기 교수의 경제와 숫자이야기)
  • 윤진기 교수
  • 등록 2019-05-16 11:38:36
  • 수정 2024-02-13 17:31:26
  • 목록 바로가기목록으로
  • 링크복사
  • 댓글
  • 인쇄
  • 폰트 키우기 폰트 줄이기

기사수정


주식시장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EPS(Earnings Per Share, 주당순이익)라는 용어는 자주 등장해서 사람들이 비교적 익숙한 편인데, EGR은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되어 비교적 낯설다.* EGR은 ‘Earnings Growth Rate’를 줄인 것으로 우리말로는 ‘이익증가율’ 또는 ‘이익성장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회사의 이익이 증가하는 비율을 말하는 것이다. 

 

“연 20%의 비율로 이익이 계속 증가하는 주식을 찾았다면, 이는 돈을 찍어낼 허가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PEG 지표를 활용하는 투자의 대가로 알려진 짐 슬레이트(Jim Slater)가 한 말인데,** 웃음을 자아내는 재미있는 표현이다. 필자는 이 말의 익살스러움에 매료되어 관심을 가졌는데, 나중에는 과연 그럴까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매우 신비로운 것이다. 어쩌면 신비 그 자체일 수가 있다. 도대체 세상에서 중앙은행 말고 누가 돈을 찍어내는 허가를 받을 수 있겠는가. 또 투자자들이 돈을 찍어내듯이 돈을 벌면 얼마나 신나겠는가. 상식에 기초하여 이를 살펴본다.


자료: Jim Slater https://www.google.com/search?q=jim+slater&source=lnms&tbm=isch&sa=X&ved=0ahUKEwjzzqzb4JfiAhXdLqYKHRqCALgQ_AUIDigB&biw=1011&bih=758#imgrc=s-1zrnAR_lRPBM:(2019.5.13. 검색)

주가는 돈의 움직임의 궤적이다. 시장에서 순간순간 돈의 움직임을 모아놓은 것이다. 돈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추적해보면 짐 슬레이트의 말이 대체로 맞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단지 재치 있는 입담에 불과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상식 차원에서 관찰해 보면, 화폐가 발명된 이래로 돈은 늘 이익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고, 이익 중에서도 더 높은 이익이 생기는 곳으로 움직였다. 큰돈을 움직이는 세계 주식시장의 구루들은 대부분 돈을 잘 벌어들이는 기업에 투자한다. 해마다 손해만 보는 기업에 투자하는 엉터리 큰손은 없을 것이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 중에서 비용과 세금을 제하고 남은 것이 순이익이다. 순이익이 해마다 증가하는 기업은 돈을 매우 잘 버는 기업이다. 이 순이익의 증가율을 EGR이라 하는 것이다. 

 

EGR은 회사의 EPS를 알고 있거나 회사의 순이익을 알고 있으면 계산할 수 있고 실제로는 분기 또는 연도별로 계산된다. 연 20%의 비율로 이익이 계속 증가한다는 것은 회사의 EPS나 순이익이 매년 20%씩 증가한다는 것이다. 매년 이익이 20%씩 증가하는 경우 이 이익의 미래가치는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미래가치=현재가치×(1+이익증가율)^연수 

 

원금 1000만 원을 매년 이익이 20%씩 증가하는 기업에 투자했다면 40년 후에는 대략 147억 원이 된다. 적은 돈이 아니다. 투자세계의 구루들이 EPS나 순이익이 해마다 높아지는 곳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2019년 4월 기준으로 작성된 KOSIS(국가통계포털)의 통계를 근거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의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연평균성장률을 계산하면 대략 10.93% 정도가 된다.*** 이를 감안하면 매년 이익이 20%씩 증가하는 기업은 평균적으로 다른 기업보다 대략 2배로 돈을 더 잘 벌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기업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가치투자의 황제 존 네프(Jon Neff)는 투자를 결정할 때 EGR을 핵심 투자기준으로 삼았다.**** 그가 경영파트너로 일했던 웰링턴 매니지먼트 컴퍼니(Wellington Management Company)는 2019년 3월 30일 기준으로 운용자산이 1조 달러(대략 1000조 원)가 넘는다.***** 2019년 우리나라 정부예산이 469.6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한 개의 기업에 불과한 투자자문업체가 한때 세계 경제 10위의 대국으로 이름을 올렸던 우리나라 1년 예산의 두 배가 넘는 큰돈을 무리 없이 굴리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자료: Facts and figures, Wellington Management Company https://www.wellington.com/en/facts-and-figures/(2019.5.13. 검색)

대한민국 예산의 두 배가 넘는 큰돈을 EGR을 기준으로 굴린다면, 일반 사람들도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가장 먼저 EGR을 살펴보는 것이 이치적이라 할 것이다.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Peter Lynch)는 펀드에 종목을 편입할 때마다 EGR을 고려했으며,****** 짐 슬레이트는 실제로 EGR을 활용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투자자가 편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기도 하였다. 

 

만약 주식투자를 하려고 하면서 다른 변수 이것저것에 주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실수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주말이면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차를 마시며 연 20%의 비율로 이익이 계속 증가하는 기업을 찾아내고 과연 돈을 찍어내는 허가를 받은 것과 같은 것인지에 대해서 갑론을박해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주석]

* EGR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것이 주로 Price Earnings Growth Ratio 또는 Price/Earnings to Growth Ratio, price-to-earnings growth ratio 등의 형태로 price(주가)와 함께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두 PEG(피이지 또는 페그) Ratio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PEG로도 사용되며, 우리말로는 ‘주가수익성장(비)율’이라고 불리고 있다. 실제로는 EGR이라는 축약어 대신에 대부분 ‘earnings growth rate’라고 풀어서 사용되고 있다. 필자가 굳이 EGR이라고 축약어를 써서 강조하는 것은 EGR이 투자이론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반하여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어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GR은 일반적으로는 기업의 순이익증가율이나 주당순이익증가율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넓게는 영업이익증가율 등 기업의 이익증가율 계산에서 두루 사용하기도 한다.

** 짐 슬레이트, 「줄루 주식투자법」(The Zulu Principle), 김상우 역, 부크온, 2016, 134면.

*** KOSIS-국내통계-주제별통계-재정·금융-금융-증권·파생상품시장 통계-주식(유가증권시장)-재무현황-유가증권산업별수익현황(수록기간: 월, 년 2004.01~2019.04),

http://kosis.kr/statisticsList/statisticsListIndex.do?menuId=M_01_01&vwcd=MT_ZTITLE&parmTabId=M_01_01#SelectStatsBoxDiv (2019.5.14. 검색). 2009년 4월 기준 연간 순이익은 25,485,625백만 원(대략 24조4천억 원), 2019년 4월 기준 연간 순이익은 71,959,462백만 원(대략 71조9천억 원)이다. 4월 기준 통계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의 이익을 합한 데이터이다. 2009년 4월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계산기준 회사수는 649개이고, 2019년 4월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계산기준 회사수는 641개이다. 그 동안 9개 회사가 줄었으나 차이가 미미하여 계산에 반영하지 않고, CAGR(연평균복합성장률) 공식 ‘((기말값/기초값)^(1/연수)-1)×100(%)’으로 계산하였다.

**** 존 네프, L.S. 민츠, 「가치투자, 주식황제 존 네프처럼 하라」(John Neff on Investing : To Invest Smarter, Listen to John Neff), 김광수 역, 시대의창, 2017, 139면 이하. 물론 그는 배당수익률도 고려하여 계산하였지만 주된 것은 EGR이라고 생각된다.

***** https://www.wellington.com/en/facts-and-figures/(2019.5.13. 검색)

****** 피터 린치·존 로스차일드(John Rothchild),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One Up On Wall Street: How To Use What You Already Know To Make Money In The Market), 이건 역, 국일증권경제연구소, 2015, 314면.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출처를 표시하면 언제든지 인용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주간 뉴스 클리핑] 부동산사회 [부동산]- 재무구조 개선 태영건설 윤세영등 임원22명 감축- 전세사기 피해금, 올해 더 늘었다…작년 4.3조, 올해는 벌써 1.4조 떼여- 서울 아파트값 4주 연속 상승…경기는 다시 하락 전환 [사회]- 임대차 미신고 과태료 1년 더 유예- 장애인단체 지하철 시위…4호선 혜화역 약 1시간 무정차 통과- "어찌 되든 빨리 결정을"…오락가.
  2. DSR, 비철금속주 고ROE+저PER+저PBR 1위 DSR(대표이사 홍석빈. 155660)이 4월 비철금속주 고ROE+저PER+저PBR 1위를 기록했다.버핏연구소 조사 결과 DSR은 비철금속주에서 고ROE+저PER+저PBR 1위를 차지했으며, 풍산홀딩스(005810), 황금에스티(032560), 태경비케이(014580)가 뒤를 이었다.DSR은 지난해 매출액 2911억원, 영업이익 24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액은 20.79% 증가, 영업이익은 32.12% 감소...
  3. [윤진기 명예교수의 경제와 숫자 이야기] 니콜라스 다비스 투자 이야기의 함정 니콜라스 다비스(Nicolas Darvas, 1920-1977)는 헝가리 출신의 무용가인데, 주식투자를 해서 짧은 기간에 200만불을 넘게 벌었다. 그의 투자 이야기는 그의 책 《나는 주식투자로 250만불을 벌었다》에 잘 소개되어 있다. [1]니콜라스 다비스는 주식투자를 하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 끝에 ‘박스이론’(Box Theory)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주가가 일정한 .
  4. 제이엠티, 디스플레이장비및부품주 저PER 1위... 4.55 제이엠티(대표이사 정수연. 094970)가 5월 디스플레이장비및부품주 저PER 1위를 기록했다.버핏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이엠티는 5월 디스플레이장비및부품주에서 PER 4.55배로 가장 낮았다. 이어 한국컴퓨터(054040)(4.7), 인지디스플레(037330)(5.23), 톱텍(108230)(5.45)가 뒤를 이었다.제이엠티는 지난해 매출액 1227억원, 영업이익 148억원을 기록하며...
  5. [버핏 리포트] 고려아연, 신사업 성과가 주가 상승 Key-신한 신한투자증권이 8일 고려아연(010130)에 대해 신사업 부문 성과 및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금속 가격 상승 랠리를 통해 중장기적 이익 개선이 기대된다며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60만원으로 평가 유지했다. 고려아연의 전일 종가는 47만3000원이다.고려아연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845억원(YoY +26.54%)이다. 연(납) 판매량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