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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살펴보는 놀라운 알고리즘의 세계(윤진기 교수의 경제와 숫자 이야기)
  • 윤진기 교수
  • 등록 2019-10-10 13:30:32
  • 수정 2024-02-13 17: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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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이 작용하는 데 일정한 알고리즘이 작동한다면 사람들은 쉽게 믿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엉뚱하게도 이런 사실을 관찰하고 더 나아가 굳게 믿기까지 하고 있다.

 

알고리즘(algorithm)은 주어진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 방법, 명령어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사람들은 컴퓨터에서 작동하는 알고리즘이 언제나 끝내주게 효율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알고리즘의 놀라움은 그것이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짜여 진 대로만 일하는 데 있다. 그래서 프로그래머가 바보 같은 알고리즘을 짜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프로젝트 자체를 아예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데에 그 놀라움이 있다.

 

한국에서는 신기하게도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경영안정과 소득향상을 걱정하여 상생협력법, 판로지원법, 생계형적합업종법 등의 법률을 제정하여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막고, 공공기관에 대한 판매를 막아서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경영안정에 이바지하거나 소상공인의 경영안정과 소득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보조금 지원도 해준다. 그 취지는 매우 순박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그런데 법률이 작동하는 알고리즘은 종종 입법자들이 원래 생각하는 절차와 순서로 진행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엉뚱한 결과를 가져와 국가경제에 커다란 피해를 초래한다. 최근에 드론 시장에 드러난 문제점이 이러한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료: 상자를 나르고 있는 드론 https://www.google.com/search?q=%EB%93%9C%EB%A1%A0&source=lnms&tbm=isch&sa=X&ved=0ahUKEwjItqn7qYrlAhXNad4KHX8HAHwQ_AUIEigB&biw=1011&bih=709 (2019.10.07. 검색)

드론 산업에 대하여 우리나라 입법자들이 생각하는 법 작용 알고리즘은 간단해 보인다. 국내 시장에서 드론을 법으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을 해두면, 대기업이 드론 시장에 진출할 엄두를 내지 않아 중소기업이 보호되고, 중소기업자들이 드론을 만들게 되어 한국의 드론 산업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편성되며, 대기업이 관여하지 않으니 드론을 만드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되거나 경영이 안정되고, 나아가 입법자들이 생각하는 만큼 수출도 잘 해서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법 작용 알고리즘의 진행 단계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그런데 입법자들은 “한국의 법률로는 다른 나라의 대기업이나 시장을 규제할 수 없다.”는 단순하고도 간단한 법 작용 알고리즘상의 고리 하나를 계산에 넣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대기업의 드론 시장 진입을 규제하고 있지 않는 미국이나 중국 같은 나라들은 마음대로 거대 자본을 투입하여 첨단 드론을 값싸게 생산하며, 개발한 기술을 특허로 등록하여 드론의 첨단기술까지 선점해가고 있다.

 

앞으로 화려하게 펼쳐질 글로벌 드론 시장의 경쟁에서 첨단 고급 기술을 선점하는 것은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결국 드론 기술은 먼저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여 기술 개발에 나선 다른 국가들의 차지가 되고, 한국의 드론 산업은 기술종속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갈수록 한국 드론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겠는가? 드론이 세상에서 다양하게 쓰이기 시작하는 10년 후에는 우리나라에 끔찍한 사태가 벌어질 것 같다.


자료: 농업용 드론 https://www.anadronestarting.com/%EB%86%8D%EC%97%85%EC%9A%A9-%EB%93%9C%EB%A1%A0-%EC%96%B4%EB%94%94%EA%B9%8C%EC%A7%80-%EC%99%94%EB%82%98/(2019.10.07. 검색)

만약 지금이 조선 중기 정도의 폐쇄된 시대라면 국내 시장만을 전제로 하는 규제 알고리즘이 잘 작동할 것이다. 그러나 경쟁에 국경이 없는 글로벌 시대에 참여하고 있는 현재의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당연히 세계시민으로서 한국의 입법자들은 이 시대에 맞는 규제 알고리즘을 계산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 보조금을 받아 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이 구글이나 아마존이나 중국 DJI**가 만드는 드론을 제치고 세계 시장에 드론을 내다 팔아 우리나라에 세금을 듬뿍 내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알고리즘은 짜여 진 대로만 작동한다. 너무나 많은 입법자들이 글로벌한 현대 세계의 법 작용 알고리즘을 잘못 알고 있다.

 

최근에 “세계 최대 드론업체 중국 DJI가 국내 지자체가 지원하는 보조금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비극적인 소식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국내 농업용 드론 10대 가운데 7대 이상은 보조금 사업을 통해 판매되는데, 지자체마다 지원 액수는 다르지만 대체로 농업용으로 구입하는 중국산 드론의 구입비용 50%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 우둔하고 순박한 입법자들 덕분에 우리 국민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비극적인 소식을 들어야만 할 것 같다.

 

이대로 가면 10년 후에는 더 큰 비극적인 소식을 더 자주 듣게 될 것이다. 법 작용 알고리즘이나 컴퓨터에 작용하는 알고리즘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짜여 진 대로만 작동하는 알고리즘의 놀라운 세계에 대해서 더 많은 입법자들이 관심을 가진다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더 강해지고 한국은 더 강하고 발전된 나라가 될 것이다.


[주석] 

* 상생협력법의 정식명칭은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고, 2006. 3. 3.에 제정되어 2006. 6. 4.부터 시행되었다. 판로지원법의 정식명칭은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이고, 2009. 5. 21.에 제정되어 2009. 11. 22.부터 시행되었다. 생계형적합업종법의 정식명칭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며, 2018. 6. 12.에 제정되어 2018. 12. 13.부터 시행되었다.

** DJI(Da Jiang Innovation, 大疆创新, 따지앙 이노베이션)은 2006년에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설립된 중국 회사이다. 정식 이름은 大疆创新科技有限公司(대강창신과기유한공사), 영문으로는 DJI로 쓰며, 중국 내에서는 간략하게 大疆(dàjiāng, 따지앙)이라고 줄여서 부른다. 2006년 선전의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했지만, 2018년 9월 기준 세계 소비자용 드론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드론 회사가 되었다. 2017년 매출액이 180억 위안($2.9 billion, 대략 3조 원)에 달했다. “DJI Frank Wang Interview With WSJ And DJI Company Information”, Posted September 26, 2018 by Fintan Corrigan, https://www.dronezon.com/drone-companies-news-interviews/dji-drone-company-ceo-frank-wang-interview-with-wsj/ (2019.10.07. 검색)

*** “대기업 막고 보조금 풀더니…中에 안방 내준 韓드론 시장”, 2019.09.16.,

http://www.etnews.com/20190916000266 (2019.10.07. 검색). 연 매출이 3조 원이나 되는 중국의 대기업에 왜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판단 기준에 의하면 업종에 따라 평균매출액이 1500억 원 ~ 400억 원 이하이면 중소기업에 속하므로(「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호 가목 별표1 참조), 매출액이 연 3조 원 기업은 대기업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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