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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의 책마을] 자본주의는 필요악일까? 「위대한 탈출」
  • hankook990
  • 등록 2016-01-27 09: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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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이민주 버핏연구소 소장이 출판 전문지 <기획회의>(아래 사진)의 서평 필진으로 참여해 408호(2016년 1월 20일자)부터 경제경영 및 자기계발 서적의 서평을 연재합니다. <기획회의>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발행하며, 출판계의 소식과 서평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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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탈출』 앵거스 디턴 지음, 최윤희․이현정 옮김, 한국경제신문, 2015.11

자본주의라는 필요악 / 이민주 『지금까지 없던 세상』 저자, 버핏연구소 대표 hankook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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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삶을 보내고 있는 자본주의가 극단적인 부작용을 드러내는 시기이다. 가장 큰 부작용의 하나는 불평등이다. 3포 세대, 5포 세대, 심지어 7포 세대가 등장하고 있고,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구성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부를 쌓아가는 계층도 있다. 최근 100년 이래 소득과 부의 격차가 지금처럼 벌어진 적이 없으니, 우리 모두는 난생처음 불평등의 극단적인 상황을 대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관한 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는 책을 나는 아직까지 접하지 못했다. 『21세기 자본론』의 저자 토마 피케티 교수의 고소득 계층에 중과세하자는 주장을 현실성 있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201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교수의 『위대한 탈출』은 불평등의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우리가 그동안 간과했던 불평등의 장점을 보여준다. 디턴 교수의 주장의 요지는 불평등이 자본주의를 발전시켜온 원동력이므로 나쁘게만 보지 말자는 것이다. 우선, 디턴 교수는 ‘인류 역사가 자본주의를 기점으로 획기적으로 경제적 수준이 개선됐다’고 지적한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류의 역사를 300만 년 전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에서 시작한다면, 자본주의는 하루 24시간의 1분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1분을 제외한 나머지 23시간 59분 동안의 인류는 신기하게도 똑같은 모습이다.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것이다. 1565년 한 해에만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주민의 4분의 1가량이 기아로 사망했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1575~1577년까지 3년간 3분의 1, 1656년 나폴리에서는 거의 절반이 굶어 죽었다. 기근이 한창이던 1528년 무렵 유럽에서 공연된 어느 풍자극에서 주인공은 이런 대사를 읊는다. “나는 나 자신을 죽이리라. 그편이 한결 나으리라. 나 스스로를 먹어 배부른 상태로 죽을 수 있을 테니까.”
여기에 비하면 자본주의는 확실히 인류의 경제적 수준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풍족하게 만들었다고 디턴 교수는 지적한다. 그가 제시하는 주된 근거는 인간의 자연 수명이다. 미국인의 평균 자연 수명이 1900년 47.3세에서 2006년 77.9세로 30세가 늘어난 것을 비롯해 세계 각국 국민들의 자연수명이 증가한 것은 소득의 증가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디턴 교수는 “조상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삶을 얻고 싶어 했을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자가 없다”고 덧붙인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자본주의를 마냥 찬양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우리는 이 물음에 ‘그렇다’라고 말할 수 없는데,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앞서 언급한 불평등 때문이다. 불평등에서 발생하는 불편함과 부작용이 너무 커서 지구촌 현대인의 대다수는 부의 증가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1979~2007년 사이에 미국의 최상위 0.01%의 평균 소득 수준은 4배 증가했다. 반면 하위 80%의 가정의 경우 4분의 1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28년의 기간 동안 연평균 1% 미만씩 증가했으니 미국의 하위 80%의 가정은 사실상 소득의 증가를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수치가 평균치임을 감안하면 상당수는 소득의 하락을 경험했을 것이다. 지구촌 전체로 눈을 돌려보면 70억 명의 인구 가운데 10억 명은 자신의 조상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불평등의 문제 대해 디턴 교수는 “불평등은 자본주의를 발전시켜온 원동력이자 필요악”이라는 입장이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불평등이 개인들에게 더 나은 삶을 개척하도록 각성시킨다는 것이다. 만약 어느 정부가 모든 국민들에게 동일한 수입을 보장한다면 사람들은 더 적게 일하고, 그 나라의 경제는 퇴보한다.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지 말아야겠다는 각성이 구성원 개인의 부의 증가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둘째,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노출된 가난한 자는 이전 시대의 가난한 자보다는 형편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가난한 자의 평균 소득의 위치를 이전 시대에 비해 우측으로 이동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18세기에 키가 180㎝, 몸무게 90㎏인 노동자는 우주복을 입지 않고 달나라에 가는 것만큼이나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먹거리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18세기에 살았던 덩치 작은 노동자는 영양학적 덫에 갇힌 상태였다. 신체적으로 허약했기 때문에 돈을 벌지 못했고, 일하지 않으면 먹을 거리를 살 돈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렇지는 않다.”
결국 디턴 교수의 결론은 이 정도로 요약될 것이다. ‘자본주의가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이제껏 인류가 고안해 낸 문명 중 경험적으로 증명된 가장 좋은 진화이다. 불평등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요악이다. 불평등의 장점을 인정하고 여기에 적응하거나, 그 부작용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불평등의 부작용에 대한 해법은 이 책에서는 미약한 수준으로 제시된다.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안들에 대한 해법은 정말로 없는 걸까. 이는 우리나라의 출판사나 작가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나는 지난해 『지금까지 없던 세상』을 냈는데,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다면 어쩌란 말이냐?”라는 지적을 심심치 않게 받았다. 나의 다음 작품에는 그 부분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 문제는 그것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중의 서점을 둘러봐도 출판사와 작가가 동일한 딜레마에 빠져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개인의 내면의 세계를 중요시하는 책, 마음을 달래주는 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진정한 대안을 제시하는 책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아니, 나올 수 있기는 할까. 이 책을 덮고 났더니 이 불평등의 시대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살아남기 위해 전력 질주해야 한다는 섬뜩한 느낌을 갖게 됐다. 내가 불평등의 당사자가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는 처절함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물론 유익한 책이라는 사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민주
『지금까지 없던 세상』 저자이자 투자 및 경제 교육기업 버핏연구소 대표이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미 퍼듀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인생, 투자, 경영을 주제로 이메일 레터 「행복한 투자 이야기」를 보내고 있다. 버핏연구소 설립에 앞서 <한국일보> 기자로 17년을 근무했다.

 

ihs_buffe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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