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미국 오마하에서 직접 만난 「워렌 버핏의 평생 동반자」 찰스 멍거는 누구?
  • 이민주
  • 등록 2016-02-06 17:02:23
  • 수정 2024-02-03 19:14:04
  • 목록 바로가기목록으로
  • 링크복사
  • 댓글
  • 인쇄
  • 폰트 키우기 폰트 줄이기

기사수정

[버핏연구소=이민주 소장] 2007년 5월,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버크셔 해더웨이 주주 총회를 취재하면서 주주들 사이에 찰스 멍거(Charles Munger)가 워렌 버핏 못지 않게 관심의 초점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주 총회 첫째날 퀘스트센터 1층에서는 책 판매 코너가 운영되고 있었는데, 워렌 버핏의 가치투자와 버크셔 해더웨이에 관해 쓰여진 책, CD, DVD 등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이 코너의 여기저기를 뒤적거리다가 찾아낸 게 찰스 멍거의 전기 이었습니다.


아주 두툼한 책이었고 책장을 넘겨보니 찰스 멍거의 성장 과정과 현재의 투자가로 자리를 잡기까지 겪었던 일들이 컬러 사진과 함께 나와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찰리 멍거(Charlie Munger)라고 표기하는데, 보다시피 전기에 Charles T. Munger 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Charlie는 Charles의 애칭입니다)


책을 뒤적이고 있었더니 어느 백인 남자가 불쑥 다가와 『만약 내가 이 코너에서 책을 딱 한 권만 고른다면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이 책을 집어들겠다』고 말하더군요.제가 먼저 묻지도 않았는데 이 남자가 먼저 다가 와서 말을 거는 것에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는 『찰스 멍거야 말로 투자란 게 뭔지를 진정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그의 정신의 격자 세공 모델은 투자가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찰스 멍거가 주주들에게 존경받고 신뢰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습니다. 다음날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사진을 같이 찍었습니다. 아래 사진의 왼쪽이 찰스 멍거, 오른쪽이 워렌 버핏입니다.


2007년 미국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찰스 멍거(왼쪽) 버크셔 해더웨이 부회장, 이민주(가운데) 당시 한국일보 기자, 워렌 버핏 회장. [사진=버핏연구소]

멍거는 1924년생이니까 당시 나이가 86세였는데, 건강해보였고 키는 얼추 190cm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나란히 포즈를 취하는 과정에서 찰스 멍거가 영광스럽게도 저에게 반갑다는 제스쳐를 취하더군요. 그가 이런 제스처를 한 것은 기자회견장에서 제가 던진 질문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기자회견장에서 워렌 버핏에게 『당신의 가치투자가 한국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했는데, 이때 찰스 멍거가 워렌 버핏의 답변이 끝나자 워렌 버핏으로부터 마이크를 넘겨 받아 자신의 의견을 제법 길게 밝혔습니다. 찰스 멍거는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답변을 아주 드물게 했는데, 저의 질문에 대해서는 제법 길게 답변을 했습니다. 이때 한국 전쟁, 정주영 회장, 박정희 전 대통령, 한강의 기적 같은 말들이 그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변호사로 일하면서 한국인들을 자주 접했고 이 때문에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이 오랫동안 분단 국가로 지내온 것이 가슴 아프지만 자부심을 가질만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정주영 회장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인물입니다. 그는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의 기업사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그가 일으킨 조선업은 일본을 제쳤습니다. 한국인은 스스로 이룩해놓은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또, 그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세계는 위대한 기업』이라고 밝혔습니다. 저는 곧바로 기사를 전송했고 다음날 저희 신문에 기사로 실렸습니다.


찰스 멍거의 책의 제목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불쌍한 찰리의 인생」쯤이라고나 할까요. 재산이 우리 돈으로 2조원이 넘는 분이 스스로를 불쌍한 인생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겸손함의 표현일까 아니면 정말로 자신의 인생을 시원치 않다고 생각하는걸까. (찰스 멍거는 버크셔 해더웨이 주식 1만 5,181주를 갖고 있습니다. 이것만 돈으로 환산해도 대충 1조 5,000억원이 됩니다)


저는 이것을 버크셔 해더웨이에서의 그의 2인자의 역할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막연하게 추측해봅니다.


찰스 멍거는 경력이나 지적인 능력에서 워렌 버핏에게 뒤지지 않는 인물입니다.


◆찰스 멍거는 누구?


▷ 이름 : Charles Thomas Miunger
▷ 생일 : 1924년 1월 1일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 출생
▷ 경력 : 미 미시간대,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법학 박사). 법률회사 Munger, Tolles& Olson LLP에서 변호사로 활동
▷ 순재산 : 16억 달러(약 1조 6,000억원)
▷ 직함 : 버크셔 해더웨이 부회장, 웨스코 파이낸셜 회장


철스 멍거 버크셔 해더웨이 부회장. 

일부 주주들이나 투자 전문가들은 찰스 멍거의 투자방법을 오히려 깊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찰스 멍거는 버크셔 해더웨이에서 워렌 버핏의 뒤에 가린 2인자의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찰스 멍거는 버크셔 해더웨이가 주최하는 행사나 이벤트에서 워렌 버핏과 나란히 앉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워렌 버핏에게 쏟아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찰스 멍거라면 이같은 상황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우리 속담에 『닭의 머리가 될 지언정 용의 꼬리는 되지 않겠다』는 게 있는데 누구나 한번쯤 이 속담의 의미를 실감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직업이 그렇다 보니 한국의 기업들이나 기관들을 자주 취재하게 되는데, 능력이 뛰어난 두 사람이 한 조직에서 공존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합니다. 자존심, 스스로를 남과 다른 무엇으로 느끼는 것, 경쟁 의식 등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뿌리박힌 본능입니다.


그럼에도 찰스 멍거가 2인자의 인생을 받아들인 것은 워렌 버핏의 능력이 아닌가 합니다. 버크셔 해더웨이 행사가 열리면 버핏은 멍거에게 답변을 부탁하는 등 멍거를 항상 배려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버핏은 돈을 다루는 능력 못지 않게 사람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 인물입니다.


외신을 보니 멍거가 최근 버크셔 해더웨이에서 워렌 버핏과 자신의 관계를 아인슈타인과 동료와의 관계에 비유해 표현했네요.


『만약 아인슈타인이 동료들과 완전히 고립돼 지냈다면 그는 위대한 업적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아주 많은 동료들과 접촉할 필요는 없었지만, 소수의 몇 사람과는 접촉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내가 바로 소수의 몇 사람이다. 사실상 어느 누구도 완벽한 고립의 세계에서는 성과를 낼 수 없는 법이다』


멍거는 1959년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워렌 버핏을 처음 만납니다. 당시 워렌 버핏은 뉴욕 생활을 마치고 귀향해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었고, 멍거는 LA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오마하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둘 다 오마하 태생이지만 이전까지는 서로를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첫 만남에서부터 의기투합했고 지금까지 평생의 동반자 관계를 맺어오고 있습니다.


멍거는 바다를 좋아합니다. 취미를 배스 낚시와 뗏목 타기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렸다고 하네요. 두번째 부인 낸시와 50년 넘게 해로하고 있고 8명의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멍거와 같은 인물을 자신의 곁에 두는 능력도 투자가로서, 삶의 여정에서 성공하는 조건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hankook66@naver.com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바텍, 건강관리장비와용품주 저PER 1위...6.35배 바텍(대표이사 김선범. 043150)이 11월 건강관리장비와용품주 저PER 1위를 기록했다.버핏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텍은 11월 건강관리장비와용품주 PER 6.35배로 가장 낮았다. 이어 레이언스(228850)(6.47), 디알젬(263690)(7.55), 세운메디칼(100700)(8.41)가 뒤를 이었다.바텍은 지난 3분기 매출액 873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
  2. CJ CGV, 3Q 매출액 5470억 전년比 34.9%↑..."CJ올리브네트웍스 시너지가 실적 견인" CJ CGV(대표이사 허민회, 079160)가 올해 3분기 매출액 5470억원, 영업이익 321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이하 K-IFRS 연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9%, 5.2% 증가했다. 지난 6월 자회사로 편입된 CJ올리브네트웍스와의 시너지가 본격화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올리브네트웍스는 매출 1830억원, 영업이익 164억원을 기록했다. 대외사업 수주 확대 및...
  3. 코웨이, 3Q 매출액 1.1조 전년比 9.2%↑..."동남아 매출이 성장 견인" 코웨이(대표이사 서장원, 021240)가 3분기 매출액 1조1003억원, 영업이익 207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K-IFRS 연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2%, 6% 증가한 수치다. 코웨이는 3분기 국내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한 6608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여름철 아이콘 얼음정수기 판매 확대와 비렉스(BEREX) 매트리스 및 안마의자의 꾸준한 ..
  4. 네이버, 3Q 매출액 2.7조 전년동기 比 11.1%↑..."검색 및 광고사업 호조" 네이버(대표이사 사장 최수연, 035420:NAVER)가 3분기 매출액  2조7156억원, 영업이익 5253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이하 K-IFRS 연결). 전년동기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동기 대비 11.1%, 38.2% 상승했다. 숏폼, 피드 서비스를 통한 체류시간 광고 상품 개선 등으로 발생한 검색 및 광고사업의 호조세가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5. 휴온스, 3Q 영업익 87억...전년동기比 41.9%↓ 휴온스(대표이사 송수영 윤상배, 243070)가 3분기 매출액 1469억원, 영업이익 87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이하 K-IFRS 연결).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6.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1.9%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영이 시작된 2공장 관련 비용과 상대적으로 원가율이 높은 품목의 매출 비중이 늘며 매출원가율이 상승했으나, 외형 성장은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