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연구소=공현철 기자] "저희 대부금융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서민(庶民) 대상의 신규 대출을 중단했습니다. 조달금리는 가피르게 오르는 데 대출금리(법정최고금리 24%)를 높일 수 없으니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대출을 하면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대부금리 규제로 애꿎은 서민 금융의 돈 줄이 말라가고 있어요."
서민 금융의 보루로 여겨지는 대부금융업 현황을 잘 알고 있는 대부금융업권 관계자의 말이다.
서민들이 고금리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는 대부업 법정최고금리 제도가 서민들이 급할 때 돈을 빌리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부업 최고금리 규제로 '등록 대부업체' 영업 벼랑 끝"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대부금융협회(회장 임승보, 이하 대부금융협회) 소속 대부업체(일명 '등록 대부업체')들은 신규 대출을 줄이고 채권 추심(채권 대리 수령) 비중을 높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부업체들의 조달금리가 상승했지만 대출금리는 '대부업 법정최고금리 20%' 규제에 막혀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급전을 필요로 하는 서민들이 대부금융협회 소속 대부업체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고 있다.
사적금융(Private lending)을 의미하는 대부업이 이같은 딜레마에 빠진 계기는 2002년 10월 대부업법(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금융감독원 규제를 받는 제2금융권으로 편입되면서 시작됐다. 대부금융업권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대부업을 불법사채업이나 제3금융권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대부업은 당국 규제에 따르고 있는 제도권 금융"이라고 말했다.
이 법에 따라 대부업체들은 금융감독원에 대부업 등록을 하고, 법정최고금리(20%)를 준수하며, 선이자 등의 명목으로 별도 수수료를 받지 않게 됐다. 이후 20년 가까이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며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의 돈 줄'로 순기능을 수행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저금리 추세가 막을 내리면서 대부업체들이 조달금리는 오르는 데 대출금리는 올리지 못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법정 최고 금리는 지난 2002년 66%를 시작으로 2021년 20%까지 인하됐다. 하지만 기준금리는 지난 2021년부터 하락을 멈추고 상승 전환하면서 1%에서 3.5%까지 인상됐다. 지난 2002년 4.25%와 비교하면 1%p 차이도 나지 않는다. 법정 최고 금리가 고착화된 상태에서 기준금리만 오르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부금융업권 관계자는 “법정 최고 금리가 최소 24%까지는 올라가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대부업권에서 저축은행이나 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때 8% 넘는 비용을 지불한다. 여기에 대손비용 8%와 기타 사무실 월세, 인건비 등의 지출을 포함하면 약 20% 정도가 비용으로 지불된다. 20%의 금리로 대출을 해줘야하는데 전부 비용으로 나가서 결국 한푼도 남지 않게 된다.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게 되면서 신규 대출이 줄고 있고 저신용자들은 불법사채시장에 내몰리고 있다.
◆"대부업 최고금리, 기준금리와 연동해야"
대부금융협회가 선정한 우수회원사 23개사는 그나마 상황이 괜찮다. 시중은행으로부터 자금을 5%의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도 신규 대출을 줄여가는 추세이고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의 비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대부업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20%의 이자율은 너무 높다’, ‘대부금융이 서민의 돈을 착취한다’ 등의 안좋은 여론이 금리 인상을발목 잡고 있다. 대부업을 이용하는 저신용자, 신용불량자도 금융 소비자이자 고객이고 이들도 금리와 기회비용을 고려해 대출받는다. 또 이들이 받는 신용 대출은 주로 단기(약 30일)이며 소액(약 100만원)이다. 연 24%를 가정하더라도 한 달 이자비용이 2만원이다. 비용 2만원 이상의 효용이 있는 소비자가 대출을 실행하는 것이다.
대부금융 이용자가 불법사채로부터 피해를 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정 최고 금리 인상이 필수적이며, 대표적인 방법은 기준금리와 연동하는 것이다. 법정 최고 금리를 20%를 최소치로 설정하고 기준금리에 7배를 적용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현재 기준 금리에서 7배를 하면 24.5%가 나오고 대부업계가 원하는 수준의 최고 금리를 달성할 수 있다
대부금융협회는 지난달 30일 “지난해 불법사채의 평균 이자율이 414%에 달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총 6712건의 불법사채(미등록 대부업) 거래내역을 분석했을 때, 연환산 평균 이자율이 400%를 넘어섰으며 이들의 평균 대출금액과 거래기간은 382만원, 31일이다. 이를 구제하기위해 협회는 지난해 113건(2억9429만원)의 불법사채 피해에 대해 법정금리 이내로 이자율을 재조정했고, 법정상한금리 보다 초과 지급한 17건(1228만원)에 대해서 채무자에게 반환 조치를 내렸다.
◆"국회·정부, 눈치보기 끝내고 결단 내려야"
불법사채는 일반적 금융거래와 달리 단기급전, 일수 등 비정기·비정액 방식으로 대출 및 이자 상환을 진행한다. 이들은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저소득자 및 자영업자 등에 허위·과장 광고로 유혹해 고금리 사채를 받게 해 피해를 입히고 있다. 미등록 대부업은 대부업법에 의거해 5년 이하의 징역 도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최고이자율(연 20%) 제한 규정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가중 처벌이 주어진다. 아울러 초과 수취한 이자는 무효로 채무자에게 다시 반환해야한다.
대부금융협회는 금융 당국의 ‘계륵’이다. 흔히 대부업을 생각하면 악덕사채업자를 떠올리곤 한다.내부에 두거나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기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당국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는다면 저신용자와 신용불량자를 보호할 수 없고 그들을 불법사채시장으로 내몰게 된다. 제도권의 무관심 속에 협회는 금융 당국이 손대기 힘든 일을 수행하고 있다.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기위해 몸소 움직여야하는 금융 당국과 국민을 보호해야하는 국회·정부는 눈치만 보고 있는 중이다. 이 때문에 저신용자와 신용불량자의 유일한 자금조달 수단인 대부금융업은 위험에 처했다. 기준금리가 올라가고 있음에도 법정 최고 금리가 20%로 고착화 돼 있는 상황이 신규 신용 대출을 막고 있고, 소비자들을 불법사채의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이들을 보호·구제하고 대부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협회는 ‘서민 금융 환경을 만들기 위한 법률 개선 및 정책 제안’, ‘불법사금융 퇴출을 위한 소비자 보호 활동’, ‘대부금융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자율정화 사업’, ‘대부금융사업자의 자질 향상을 위한 교육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실행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서민 보호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대부금융협회에 금융 당국과 국회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승보 대부금융협회장은 “최근 최고금리인하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대부업권에서의 저신용자 대출이 급감하고 있다”며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의 불법사채 피해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I.H.S 버핏연구소(buffettla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