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구 연구원]
브렉시트 여파로 주가 1만 원선이 깨진 우리은행의 직원들이 200억 원 전후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도합 세 번째인 이번 주식 매입은 직원들의 민영화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이광구 행장이 해외까지 돌며 적극 세일즈를 펼친 결과, 주가가 시장에 팔아도 괜찮을만큼 오르던 차에 갑자기 불거진 주가하락 악재를 직원들 스스로 극복해보겠다는 취지다.
7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우리은행 사주조합(이하 우리사주)은 직원들을 상대로 5일부터 사흘간 자사주 매입 신청을 받았다. 직원들은 최소 100만원부터 최대 본인 연봉의 2배 범위에서 자사주를 사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 우리사주는 신청 받은 주식을 이달 20일부터 사흘간 시장가격에 매입해 평균가를 매긴 뒤, 직원들에게 주식을 배정할 계획이다.
우리사주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건 지난 2014년 12월, 지난해 7월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선 두 차례 매입으로 우리사주 지분율은 올 3월말 현재 4.27%까지 높아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뜨거운 호응이 이어질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사주가 다시 한번 나선 데는 올 들어 1만원을 넘어섰던 우리은행 주가가 최근 브렉시트 충격 이후 1만원 아래로 떨어지자 직원들 스스로 자사주 매입을 요구한 영향이 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싼값에 주식을 사려는 직원들의 요구가 많았고, 한편으론 자사주 매입으로 대외에 민영화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주가도 끌어올려 민영화 추진의 동력으로 삼자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앞선 1차 매입 당시 우리사주는 2,700만주를 주당 평균 1만1,350원에 사들였지만 최근엔 브렉시트 발발 이후 9,000원대로 떨어진 주가가 여전히 1만원선 아래 머물고 있다. 여기에 처분 가능한 소수 지분은 시장가격으로 우선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주가가 적어도 1만원은 넘어야 공적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는 점도 직원들을 행동에 나서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브렉시트로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우리은행 정부지분 매각과 관련한 분위기는 점차 무르익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우리은행 지분을 7%에서 4.9%까지 낮췄다가 최근 5.01%로 높였다. 시장에선 그만큼 우리은행의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공고도 이르면 8~9월쯤 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 하반기 매각공고를 내기 위한 실무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분기 우리은행의 실적이 올 1분기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여 우리은행으로선 이번에 지분매각 성공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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