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철학이라는 개념
주식투자가 철학의 문제라고 말을 하면 사람들은 다소 의아해할 것이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을 연구하는 학문을 의미하는 철학이라는 말을 주식투자를 이야기하는 데 사용하기에는 너무 거창해 보인다. 그러나 철학을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 세계관, 신조 등을 의미하는 말로 새길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모다란(Aswath Damodaran) 교수는 그의 책 《투자철학》(Investment Philosophies)에서 투자철학을 “시장의 작동원리와 투자자들의 실수를 바라보는 일관된 사고 방식”으로 정의한다.[1] 그것은 투자자가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하는 근본적인 신념 체계이며, 투자자에게 일관된 방향성을 제공한다. 그가 ‘투자자의 실수’를 투자철학의 개념 요소에 넣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그는 대부분의 투자자는 투자철학이 없으며, 펀드매니저와 투자전문가 중에도 투자철학이 없는 사람이 많다고 걱정하며, 투자철학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주장에 이끌려 투자전략을 수시로 바꾸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2]
그에 의하면, 모든 투자자에게 적합한 투자철학은 존재하지 않으며, 개별 투자자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고려해서 투자철학을 선택해야 한다.[3]
다모다란 교수는 채권이나 실물자산 거래나 차익거래 같은 것도 투자철학 논의의 범주에 넣고 있으며, 딱히 어떤 투자철학이 주식투자에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 직접 구분하지는 않지만, 전통적인 주식투자에 관한 주요한 투자철학은 모두 거론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투자철학에 대한 정의에 따라 개별 투자자들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투자철학을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언뜻 보면, 다모다란 교수의 투자철학은 다양한 기존의 투자이론을 개별 투자자의 신념 체계라는 관점에서 재정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투자자의 신념 체계와 투자이론을 연결시킨 것에 그의 비범함이 있다고 생각된다.
투자철학에 관한 그의 논의는 그것이 주식투자를 둘러싼 금융시장 작동의 근본 원리와 투자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철학적이다. 끝까지 읽어 낼 수만 있다면 그의 책은 주식투자를 하거나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투자철학에 따라 달라지는 투자수익률
주식투자가 철학의 문제인 중요한 이유는 투자철학에 따라 투자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와 관련하여 어떤 투자철학이 있는지는 딱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생각되지만, 대략 가치투자(Value Investing), 성장투자(Growth Investing), 모멘텀투자(Momentum Investing), 패시브투자(Passive Investing), 퀀트투자(Quantitative Investing) 등의 유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필자는 가치투자와 성장투자는 각각 기업의 자산가치와 성장가치에 투자하는 것이 다를 뿐 모두 기업의 가치를 기준으로 해서 투자하는 것이라서 모두 가치투자로 인식하고 있다. 이렇게 이해하면 가치투자를 그렇지 않은 것과 구별하여 논의할 수 있기 때문에 편하다.
어느 투자철학을 선택해도 시장에서 돈을 벌 수는 있지만, 돈을 번다는 관점에서 특별히 유별난 투자철학이 있다.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워렌 버핏(Warren Edward Buffett)이 이끄는 투자목적 지주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는 1964년부터 2023년까지 약 4,384,748%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4]
대략 430만 %가 넘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누적수익률은 가치투자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여러 가지 투자철학 중에서 가치투자 철학을 배우면서 주식투자에 입문하는 투자자는 행운아다.
가치투자 철학을 유지한다는 것의 의미
가치투자가 좋다는 소문은 옛날부터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너도나도 가치투자로부터 시작하지만 끝까지 가치투자 철학을 고수하는 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가끔씩 오는 경제위기나 시장의 폭락으로 크게 손실을 보고 가치투자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가치투자를 떠난다. 이런 경험담은 유튜브나 인터넷 검색을 하면 쉽게 접할 수 있고, 혹자는 친절하게 책으로도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모멘텀투자로 전향한다.
투자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다루는 행위이다. 자신만의 위험 철학을 정립하지 못한 투자자는 시장 변동성에 쉽게 흔들리며, 감정적인 결정을 내리기 쉽다. 워렌 버핏은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장기적인 관점과 비즈니스의 근본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체로 장기적인 관점과 비즈니스의 근본 가치를 고려하여 투자 결정을 하면 IMF경제위기와 같은 초대형 경제위기가 와도 끈기 있게 버티어 낼 수 있게 된다. 투자철학 속에는 위험 관리 방법도 이미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다모다란 교수가 ‘투자자의 실수’를 투자철학의 개념 요소에 넣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투자 행위가 본질적으로 위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가 시장에서 필경 실수를 저지를 것을 고려하여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된다.
주식농부로 자처하는 박영옥 대표의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에는 그가 IMF 경제위기 시기에 증권회사 지점장으로 일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살던 집을 팔아 고객들의 손실을 보전해주고, 변두리 아파트를 월세로 얻어 이사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5] 당시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처럼 그도 가치투자를 버리고 모멘텀투자로 전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직하게 가치투자를 고집해 온 그의 현재 자산은 공개되어 있지는 않지만 한때 2000억 원이 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식을 농부처럼 투자하라는 것은 가치투자의 철학으로 주식투자를 하라는 말이다. 박영옥 대표가 고집스럽게 가치투자를 해 온 결과는 매우 달콤해 보인다. 그의 스토리는 가치투자 철학을 유지한다는 것의 의미를 잘 전달해 준다.
“주식투자나 하면서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아요”
필자는 가끔 주식투자를 할 때도 철학을 탐구하듯이 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살아가는 동안 나름 철학자일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철학한다’는 말은 철학적 사고를 통해 세상과 자신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그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철학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존재나 지식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과정이다.
필자가 주식투자에 철학적 방법론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주식투자도 인생의 다른 문제와 마찬가지로 호기심에 가득차서 가끔 “왜?” 라는 질문을 던지며 주식투자를 둘러싼 금융시장 작동의 근본 원리와 투자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식투자가 삶의 일부분이 되는 세상이 오고 있다. 누구에게나 투자철학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말이다. 주식 공부 좀 해 보라고 권하는 필자에게 “주식투자나 하면서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하면서 단호하게 거절했던 필자의 막내에게 연전에, 제1판으로 나온 박영옥 대표의 책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를 선물하였다. 가치투자 철학에 입문하기에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제 필자가 개발한 PEG를 이용한 기업분석 플랫폼인 StationPEG에서 작성한 기업분석 보고서를 놓고 필자와 토론하는 사이가 되었다.[6] 지금 그녀가 배우고 있는 것은 하루 종일 컴퓨터나 모바일을 들여다보는 그런 피곤한 주식투자가 아니다. 시간 날 때 기업을 분석하여 어떤 국가의 어떤 기업이 수익모델과 이익의 질이 좋은지 살펴보고, 또한 그것이 매수를 할 만한 시점에 있는지를 판단해서 때가 오면 투자해 보는 그런 한가로운 주식투자다. 스스로 기업분석을 해 보면 금융시장의 작동 원리와 투자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 본업에 충실하면서 기업이 변화를 주도하는 세상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철학적 사고의 매력
이미 많은 선배들이 금융시장과 주식투자에 대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고, 필자도 이에 대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고 있는 중이다. ‘철학적 사고’가 도움이 된다.
철학적 사고는 사물, 상황, 또는 개념에 대해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탐구하는 사고 방식을 의미한다. 이것은 단순히 주어진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그 이면에 있는 원리와 가정을 파악하며, 더 깊은 이해를 추구하게 해준다. 은근히 매력적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철학적 사고가 주식 공부에도 통한다는 것이다.
주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금융시장 작동의 근본 원리와 투자의 본질이 궁금해야 한다.
필자는 장거리 운전을 할 때 여전히 가끔 두 시간이나 되는, 압구정 교주로 불리는 조문원 대표의 가치투자 강의를 녹음해서 틀어 놓고 들어 본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그의 강의를 되풀이해서 들어 보는 것이 필자에게는 주식투자에 대한 철학적 사고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의 가치투자 이야기는 늘 흥미진진하고, 금융시장의 작동 원리와 투자의 본질이 무엇인지가 궁금한 필자에게 영감을 준다.[7]
가치투자 철학으로 주식투자를 하면 큰돈을 투자하기에 편하다. 큰돈으로 주식투자를 해보고 싶은 사람은 주식투자가 철학의 문제라는 것에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혹자는 10만원을 가지고 무슨 가치투자를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10만원을 가지고도 10억원을 투자하는 철학으로 투자를 할 수 있다.
[주석]
[1] 어스워스 다모다란 저/이건 역, 《어스워스 다모다란의 투자철학》, 리딩리더, 2013, 20면.
[2] 위의 책, 22면.
[3] 위의 책, 22-32면.
[4] Charlie Munger – The Architect of Berkshire Hathaway, BERKSHIRE HATHAWAY INC., February 24, 2024, Berkshire’s Performance vs. the S&P 500, 17면. https://buffettlab.co.kr/bbs/board.php?bo_table=community&mcode=m74iz2q&wr_id=99 (2024.12.27. 검색)
[5] 박영옥,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프레너미, 2021, 13면.
[6] StationPEG는 PEG연구에 재미를 붙인 필자가 그동안의 PEG 검증 데이터를 토대로 만든 PEG를 이용한 기업분석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2024년에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등록이 되었으며, K-콘텐츠로 지정되어 해외 지식재산 권리화 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았고, 한국 특허청에 특허로 등록되었다. 이 플랫폼 StationPEG에는 2300개 이상의 한국 회사, 5300개 이상의 중국 회사, 3700개 이상의 미국 회사 등 30개 이상의 국가 상장기업들의 데이터 소스가 링크되어 있어서 전 세계의 이용자들이 접속하여 30 개 이상 국가의 글로벌 기업을 언제 어디서든지 분석할 수 있다.
[7] 조문원, “가치투자란 나에게 무엇인가?” 강의동영상, 버핏연구소> 온강> 투자의지혜, https://buffettlab.co.kr/news/list.php?mcode=m101qtg2 (2024.12.27.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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