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연구원]
일반적으로 무상증자는 주가에 호재로 작용해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즘 들어 주가가 일시적으로 크게 올랐다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무상증자가 곧 기업가치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무상증자를 결정한 기업은 총 32곳이다. 1월 의료기기 전문업체 메디아나(보통주 1주당 0.2주 배정)를 시작으로, 전날 건설용 쇄석 생산업체 보광산업(보통주 1주당 1주 배정)이 무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무상증자는 말 그대로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주주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회사의 잉여금으로 새로운 주식을 발행한 뒤, 주주들이 가진 지분에 비례해 주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잉여금은 감소하고 자본금은 증가하므로 회사의 자산은 변함이 없다. 자신이 갖고 있는 돈을 왼쪽 주머니에서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무상증자로 회사의 주식 수는 증가하지만, 시가총액도 그대로다.
주식시장에서의 무상증자는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회사의 자본금을 늘려 주주의 주식을 늘려줌으로써 주주에게 보상하고, 그 결과 해당 주식의 인기가 높아져 주가 상승의 효과에 이르게 된다. 주주 친화 정책과 함께 회사의 재무가 튼튼하다는 긍정 요인으로도 읽힌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주가가 올랐다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실제 무상증자 효과가 단기 주가 상승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기업 실적과 성장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다. 무상증자가 주가 부양에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지만, 무조건 호재로 인식하고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광고대행업체 이엠넷은 지난 7월27일 무상증자 직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찍으며 1만3,050원까지 고공행진했지만, 전날 4,150원에 거래를 마치며 크게 고꾸라졌다. 7월25일 무상증자를 단행한 아이티센 역시 공시 당일 상한가를 터치하며 1만8,850원까지 올랐지만 이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현재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나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무상으로 주식 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유리할 수 있다』며 『하지만 무상증자가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기업의 실적과 사업 성과를 유심히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무상증자를 악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 A기업의 경우, 일부 직원들이 무상증자 발표 전 주식을 대거 사들인 후 상한가 때 판매에 나서 시세차익을 챙기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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