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예지 기자의 이벤트 투자] 18회 : 소음을 멀리하자
주식시장에는 유독 소음이 넘쳐납니다. 소음이란 소위 ‘증권 찌라시’에 실리는 발표일 이전에 전해지는 기업의 예상 실적, 주가의 상승재료 등의 ‘정보’를 말합니다. 투자자들은 흔히 이러한 정보를 돈 벌어주는 것으로 여기고 이를 따라잡으려고 매매를 자주 합니다. 하지만 소음이 부른 과도한 매매는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유발해 수익률을 갉아먹습니다.
단기 일기예보와 주가 전망은 들어맞지 않기 쉽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일기예보와 월가 전망치는 틀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번스타인은 기상청과 월스트리트 전망치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며 “두 곳 모두 예측을 전제로 하는 기관으로 각각 자신의 예측력은 뛰어나고 시점을 정확히 잡아낸다고 주장한다”고 말합니다.
기상청은 첨단 일기예보 모델을 구축 정작 예측력이 얼마나 개선됐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습니다. 이는 첨단 투자기법을 사용하지만 주가 예측이 들어맞는 애널리스트가 거의 없는 증권가 현실과 비슷합니다.
저자는 엉터리 일기예보와 같은 시장의 소음을 걸러내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투자 기간을 늘리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12월말 서울에서 민소매 원피스를 입기에 추울 것’이라는 기상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같은 맥락에서, 00음료가 수십년전부터 잘 팔리고 꾸준히 히트 신상품을 내고 있다면 그 회사가 주가가 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것 역시 우리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책에서 인용한 연구에 따르면, 투자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기만 해도 모든 주식 유형에서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투자 기간이 1개월일 때 5개 주식 유형(S&P500/성장주/가치주/해외주식/소형주)의 손실 확률이 1년, 3년, 5년, 10년일 때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월요일 뉴스 맨 마지막에 나오는 주말 일기예보와 증권가의 다음 분기 실적 예측를 열심히 봅니다. 장기적인 예측이 맞는 말이지만 뻔한 이야기라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 ‘머니 몬스터’에 나오는 경제 쇼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진행자 '리 게이츠'(조지 클루니)는 댄서들과 함께 춤을 추며 등장해 뛰어난 언변으로 금융 시장 시황을 ‘쇼’처럼 전합니다.
여기서 게이츠는 어떤 종목을 사는 것이 채권에 투자하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과장 섞인 말을 합니다. 그는 이 말을 믿고 주식을 샀다가 돈을 잃은 시청자에게 생방송 중 인질로 잡혀 주가 폭락의 진실을 밝히라는 요구를 받게 됩니다.
그가 한 말은 회사에서 준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지 딱히 세세한 분석을 한 끝에 나온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방송국 입장에서는 채권투자 전략에 관한 정보보다는 폭등하는 주식 이야기가 더 재미있기 때문에 책임감은 뒤로 한 채 근거가 없더라도 흥미로운 쪽에 주력하게 됩니다.
2. 추정치를 자주 바꾸는 애널리스트의 말은 소음이다
애널리스트의 의견조차도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면 모두 소음에 해당합니다. 훌륭한 애널리스트는 단순 사실을 전달에서 벗어나 회사에서 전해들은 자료를 분석해 자신만의 의견을 내놓습니다. 그에 비해 통찰력 없는 애널리스트들은 회사에서 들은 내용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전합니다.
그런데 언론에는 통찰력 있는 애널리스트보다 이익 추정치와 투자의견을 자주 바꾸는 애널리스트들이 더 자주 등장합니다. 이를테면, 기업 이익을 연초부터 잘 추정한 애널리스트는 “올 초 저희 방송에서 00기업에 대해 제시한 추정치는 1달러였고 매수 추천을 하셨죠.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같은 의견을 유지하며 그 주식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다”라고만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통찰력 없는 애널리스트는 “최근 분기에 이 기업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해 이익 추정치를 0.85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 회사 제품에 대한 수요가 예상외로 급증했고 세계 경기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죠.”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물론 통찰력과 별개로 더 흥미로운 인터뷰는 이쪽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들의 견해가 소음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애널리스트의 말을 그대로 믿는 투자자는 회사와 관련된 일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전하는 IR(투자자 홍보활동)팀에게 세뇌당하게 됩니다.
버핏과 같은 가치투자자는 소음을 듣고 매매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1달러 짜리를 50센트에 사는 것이 목표인데다 평균 주식 보유기간이 수년 이상이기 때문에 남보다 조금 먼저 사느냐 마느냐가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3. 과거 성과조차 알짜 정보가 아닐 수 있다
1년전 한 증권사 광고입니다. 미스코리아 출신 광고모델이 몸에 착 붙는 빨간 미니 드레스를 입은 책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화면에는 ‘미래설계 1억랩 수익률 도달’이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그는 “아니 왜 자꾸 내 것만 올라?” 말을 하더니 남의 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춤춥니다. 광고를 보면 지난 실적이 잘 나왔던 이 회사 상품에 투자하면 앞으로도 수익이 계속 잘 날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흔히 증권사들은 최근에 성과가 좋았던 투자상품을 밉니다. 투자자들도 펀드에 가입할 때 과거 성과를 보고 고르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과거가 미래의 성과를 보장해 주지 않는 점을 투자자들은 알아야 합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은 ‘다우의 개 전략’입니다. 이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 매년 12월 31일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10종목을 사서 1년간 보유하는 방법으로 과거 성과를 보고 주식을 고르는 방법이죠.
가치투자는 미국에서 1990년말부터 1995년 초까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1994년 말 무렵부터 각광받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다우의 개를 포함한 가치투자 전략은 이후 5년간 성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이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으로,'한 번 성한 것은 얼마 못 가 반드시 쇠한다)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과거의 성과도 주식시장에서는 알짜 정보가 아닌 소음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의 사례인 미니 크래시 사건도 있습니다. 이는 1989년 10월 13일 다우지수가 6.91% 폭락한 사건입니다. 당시에는 이로 인해 장기적인 전략을 변경하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미니 크래시는 장기 투자에 중요하지 않는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일반적인 투자 전략 점검은 1년에 한 번으로 충분하므로 사건이 아닌 시간에 따라 장기 투자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 주식시장에서 소음을 피하는 법이라고 번스타인은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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