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예지 기자의 이벤트 투자 22회] : 2016년 가장 돈 많이 번 버핏의 비결은?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2016년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으로 밝혀졌습니다. 미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버핏은 세계 2위 부자로, 그는 빌 게이츠(840억달러·약 100조8420억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다음으로 돈이 많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은 지난해 20% 이상 오르며 버핏의 개인 자산을 123억달러(약 14조7661억5000만원) 불렸습니다. 그의 재산은 20% 늘어난 742억달러(약 89조771억원)에 달합니다. 버핏은 하루에 400억원 가까운 돈을 번 셈입니다.
버핏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지지자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클린턴이 미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11월 이후에 78억달러를 벌었습니다. ‘트럼프 랠리’에 버크셔 주식이 선거 후 이틀동안 6% 뛰는 등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금융주와 항공주 강세도 버핏에게는 큰 호재였습니다.
20년 전의 항공주와 다르다
지난 11월, 버핏이 항공주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을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버핏은 지난 3분기에 미국의 4대 대형항공사인 아메리칸, 델타, 사우스웨스트, 유나이티드콘티넨탈에 15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했죠. 1989년 US항공 주식을 샀다가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낸 후, 버핏은 항공주라면 손사래를 치곤 했습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항공주를 강하게 ‘비추’했었죠.
하지만 그것은 무려 20년전 일입니다. 진정한 투자고수는 상황이 바뀌면 생각도 달리 하는 법입니다. 저유가와 부가서비스 유료화의 성공 등으로 항공업계는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를 정확히 알아본 버핏은 예전 자신의 말을 뒤집고라도 항공주를 매수하게 된 것입니다.
버핏의 안목은 정확해, 지난 3개월 동안 유나이티드 주가는 46%, 아메리칸은 34%, 사우스웨스트는 32%, 델타는 27% 각각 뛰었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아르카항공지수(Arca Airline Index)가 같은 기간 27%, S&P500 지수가 4.2% 각각 오른 것에 비하면 월등한 성과입니다.
은행주 투자는 성공했지만 웰스파고 스캔들로 홍역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버크셔가 최대 주주로 있는 웰스파고의 스캔들이 엄청난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자산 기준 4위 은행인 웰스파고는 2011년부터 고객 동의 없이 계좌 200만 개를 만든 사실이 드러나 1억85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고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웰스파고는 유령계좌 스캔들로 인해 관련 직원 5300명을 자체 해고하고 존 스텀프 최고경영자(CEO)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10월 물러났습니다.
투자자들은 웰스파고에 장기 투자해온 버핏이 상황에 대해 언급해주길 바랬지만 그는 사건이 불거진지 2개월이나 지나서야 이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선거가 끝난 후 11월에 버핏은 스텀프 CEO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스텀프 CEO가 당초 생각한 것보다 문제가 더 크다"고 비판했습니다.
버핏은 오마하에서 새 CEO와 점심을 같이 했지만 웰스파고가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시작할 때까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으며 수동적인 투자자로 남았습니다. 또 버핏은 이같은 대형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웰스파고 주식을 단 한주도 팔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버핏의 뚝심 덕분인지, 웰스파고 주가는 악재를 씻어내고 지난 3개월 동안 23% 뛰었습니다.
버크셔는 은행주인 골드만삭스 지분도 2.8% 보유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가 약속한 월가 규제완화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난 3개월 동안 무려 49% 급등했습니다. 또 트럼프는 골드만삭스 출신의 인사를 많이 발탁하기도 했죠.
그 외에 지역은행인 M&T뱅코프(36% 상승), 금융그룹 US뱅코프(22%), 카드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16%)도 같은 기간 동안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미디어와 음식료주도 선방
버핏이 2014년에 인수한 케이블TV업체인 차터커뮤니케이션도 2016년에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차터는 견실한 시청자 수 성장세를 보이며 한해 동안 주가가 44% 올랐습니다. 지난 12월 초, 영국의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크리스 혼은 차터를 매수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향후 수년동안 차터가 자사주의 35%를 매입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버핏은 코카콜라 등 음식료주의 오랜 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록 코카콜라가 지난해 3.4%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지만 크래프트하인즈가 21% 오르는 등 다른 음식료주들은 선방했습니다.
저유가에 항공부품·보험·철도 부문은 고전
사실 2016년이 버크셔에게 쉬운 한 해는 아니었습니다. 저유가로 항공주 투자는 성공했지만 자회사인 항공기 부품업체 프리시전캐스트파츠는 고전했기 때문입니다. 모닝스타의 그레고리 워렌 애널리스트는 “저유가 기조와 신흥국에서의 문제가 항공기 세일즈에 타격을 입혔을 것”이라며 “(프리시전에게)보통 때보다 안좋은 해였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습니다.
본업인 보험사 가이코도 저유가로 실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차를 끌고 나와 예상보다 많은 보상금 청구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꼭 버크셔에 나쁜 일만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보험사가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된다면 버크셔가 인수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월가에서는 보험사들의 사정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석탄 소비가 급감하는 것도 향후 또다른 자회사인 BNSF철도에게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시장에 가격이 싼 천연가스가 넘쳐나고 환경문제가 부각되며 재생에너지 사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석탄산업을 과거 부흥기로 돌려놓겠다는 에너지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석탄 수요가 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 현금 어디에 투자할까
지난해 버크셔의 자회사들은 약 300억달러의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덕분에 버크셔는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900억달러 가까운 현금을 쥐고 있지만 버핏이 내년에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지는 미지수입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버핏은 방망이를 함부로 휘두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버크셔는 지난 1월 항공기 부품업체인 프리시전 캐스트파츠를 324억달러에 인수한 후 인수합병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버핏이 수익을 낼 기업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기업가치가 고평가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항상 끊임없이 좋은 기업을 찾는 버핏의 다음 인수 기업이 어디가 될지에 투자자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2016 버크셔와 버핏
1월 항공기 부품업체인 프리시전캐스트파츠를 370억달러에 인수
2월 남자농구대회 승리팀 맞추기 최종 내기..매년 평생 100만달러 상금의 주인 없음
3월 캘리포니아 북부와 오리곤 남부에서 수력 발전댐을 철거하는데 동의
4월 야후 파이낸스가 연례 주주총회를 온라인 생중계
5월 애플 투자 발표
6월 오클라호마의 투수인 타일러 버핏, 친척인 워렌 버핏과 대학월드시리즈에서 만남
7월 힐러리 클린턴 유세에 지지연사로 나섬/5개 자선재단에 28억6000만달러 상당 주식 기부
8월 네바다주 대법원은 태양열 분쟁에서 버크셔의 손을 들어줌
9월 웰스파고 스캔들이 불거짐
10월 제과업체 마스가 버크셔 보유의 껌 생산업체 리글리 지분을 모두 인수하기로 결정
11월 힐러리 클린턴, 대선서 패배/웰스파고 CEO와 인센티브 제도 비판/항공주 투자 공시
12월 버크셔 B주 사상 최고인 167.25달러 기록/다우케미칼이 우선주를 버크셔에게서 되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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