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숫자로 본 독점규제의 딜레마(윤진기 교수의 경제와 숫자 이야기)
  • 윤진기 교수
  • 등록 2018-06-11 15:21:50
  • 수정 2024-02-13 08:59:14
  • 목록 바로가기목록으로
  • 링크복사
  • 댓글
  • 인쇄
  • 폰트 키우기 폰트 줄이기

기사수정


숫자로 본 독점규제의 딜레마

 

현재 경제 분야에서 이름깨나 있다는 나라치고 독점을 규제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오늘날 독점을 규제하는 이유는 독점이 시장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방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경제주체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되 공정하게 경쟁하면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이 발전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사진 = 픽사베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여 국민경제를 발전시킨다”

 

이것이 독점규제의 이상이다. 우리나라도 이 이상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규정해두고 있다. 그런데 이 독점에 대한 기준은 국내시장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하면 도대체 독점이란 좀처럼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독점규제의 이상은 화려하지만, 실제 이 화려한 이상을 모든 나라에 동일하게 적용시키면 당장 모순이 발생한다. 모순을 더 명확히 드러내기 위하여 경제규모 차이가 큰 미국과 스위스를 대상으로 2016년 기준으로 살펴보자. 아래 인구 및 국내총생산 자료는 비교자료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2017년 9월 28에 갱신된 KOSIS 국가통계포털이 제공하는 OECD 국가의 주요지표를 토대로 하였다.

 

면적 : 미국 9,629,091 km2(유엔통계국기준), 스위스 41,285km²

인구 : 미국 322,180,000명, 스위스 8,402,000명

국내총생산(GDP) : 미국 18,569.1(10억불), 스위스 659.8(10억불)

 

계산의 편의를 위하여 각 국가의 한 거래분야에서 시장이 국가 전체 경제규모의 10% 정도를 차지할 수 있다 가정하고, 독점의 기준을 시장점유율 50%로 잡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양국의 기업이 독점에 해당하게 되는 기업의 시장 규모는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미국기업 시장규모 = 18,569.1(10억불) × 0.1 × 0.5 = 928.455(10억불)

스위스기업 시장규모 = 659.8(10억불) × 0.1 × 0.5 = 32.99(10억불)

 

그러면 미국의 정책당국은 미국기업이 미국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50%인 매출액 928.455(10억불)에 이르도록 독점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스위스 정책당국은 시장점유율이 50%인 매출액 32.99(10억불)만 되어도 그 기업의 독점성을 문제 삼아 규제에 들어가야 한다. 스위스에서 우리와 같이 경제력집중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면 한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50%이상이 되는 기업은 대체로 경제력이 소수에 집중되어 있을 것이므로 이를 규제하여 더 커지지 못하게 막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스위스에서는 미국 기업과 비교하면 구멍가게 정도의 기업만 있게 될 것이다.

 

스위스에서 미국 기업규모의 3.55%(=32.99/928.455)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우글거리는 것이 과연 스위스 경제에 도움이 될까. 당연히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장이 국내에만 한정되는 폐쇄경제에서는 그렇게 하여 국내시장의 경쟁질서를 확보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지만, 개방경제 체제하에서 스위스 당국이 그런 정책을 펴는 것은 심히 어리석은 것이다.

 

“국내 시장을 전제로 하는 독점의 기준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해야 하는 자국 기업의 규모를 규제해야 한다.”

 

이것이 국내시장 점유율을 전제로 하는 독점규제가 가지는 딜레마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GDP는 2016년 기준으로 미국의 7.59%(=1,411.0/18,569.1)에 불과하다. 과연 미국과 동일한 시각에서 국내 기업의 덩치가 커지는 것을 막는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잘 하는 것일까?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액토즈소프트, 게임엔터테인먼트주 저PER 1위... 2.39배 액토즈소프트(대표이사 구오하이빈. 052790)가 8월 게임엔터테인먼트주 저PER 1위를 기록했다. 버핏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액토즈소프트는 8월 게임엔터테인먼트주 PER 2.39배로 가장 낮았다. 이어 더블유게임즈(192080)(6.28), 엠게임(058630)(6.43), 고스트스튜디오(950190)(6.59)가 뒤를 이었다.액토즈소프트는 지난 2분기 매출액 96억원, 영업손실 8억.
  2. [버핏 리포트] LG전자, 올해 실적 89조 전망...AI 산업 성장 기대-상상인 상상인증권이 23일 LG전자(066570)에 대해 글로벌 가전 시장 규모 감소에도 구독 서비스 매출 확대 및 충성 고객 확보로 H&A 사업부의 호실적이 예상되고 실러(Chiller), CRAC(Computer Room Air Conditioner) 등의 데이터센터 맞춤형 HVAC 솔루션 강화를 통해 AI 산업 성장의 수혜가 기대된다며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14만원을 신규 제시했다. LG전자의 전...
  3. [버핏 리포트] 기아, EV3 출시 파워트레인 다변화...성장동력·수익성 확보 예상 기대감↑ -한투 한국투자증권은 23일 기아(000270)의 EV3 출시 이슈에 대해 글로벌 EV수요는 당분간 낮을 전망이지만, 파워트레인 다변화로 성장 동력과 수익성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가진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8만원을 유지했다. 기아의 전일 종가는 10만2400원이다.김창호,최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는 신작 EV3 모..
  4. [버핏 리포트] 엔씨소프트, 신작 라인업으로 실적 개선 노린다-한투 한국투자증권이 23일 엔씨소프트(036570)에 대해 신작 출시가 재개된다는 관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고, 최근 지속적인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진 점도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요소라며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유지했고, 목표 주가는 기존 30만원을 유지했다. 앤씨소프트의 전일 종가는 19만1700원이다. 정호윤 연구원.
  5. 다우기술, 증권주 고ROE+저PER+저PBR 1위 다우기술(대표이사 김윤덕. 023590)이 8월 증권주 고ROE+저PER+저PBR 1위를 기록했다.버핏연구소 조사 결과 다우기술은 8월 증권주 고ROE+저PER+저PBR 1위를 차지했으며, 한국금융지주(071050), 부국증권(001270), 신영증권(001720)이 뒤를 이었다.다우기술은 지난 1분기 매출액 2조7228억원, 영업이익 359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58%, 11.39% 감소.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