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이종욱. 2022년 12월 23일.
[버핏연구소=박상혁 기자] ◆아직 하향 조정이 끝나지 않았다
아직 스마트폰 수요는 바닥을 잡지 못했다. 재고가 소진되고 있지만 생산 증가로 이어지는 tipping point(티핑포인트)를 지나지 못하고 있고, 아이폰 생산 차질로 없어진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중국 스마트폰 수요는 반등할 것이라고 믿지만 아직은 중국 업체들도 감산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의 계획은 보수적이지만 그만큼 시장도 어렵다.
◆11월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전년비 20% 하락
시장조사기관 SA에서 발표한 지난달 글로벌 출하량은 전년비 20% 하락한 1억400만 대이다. 올해 내내 전년 동월 대비 성장이었던 시기는 없었지만, 20% 하락은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애플이 전년비 30% 하락한 2010만 대로 가장 크게 기여했고, 이 하락폭을 중국 업체들이 메꾸어 주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지난달 출하량은 전년비 9% 하락한 2170만 대인데, 아이폰 최대 성수기인 지난달에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를 차지한 건 지난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한쪽은 생산 부족, 한쪽은 쌓이는 재고
우리는 올해 4분기 수요를 3억3400대에서 3억2200대로 4% 하향 조정하는데, 그 이유는 아이폰과 중국 스마트폰 때문이다. 아이폰의 이번달 분기 출하량은 6970만 대로 전망한다. 기존 추정치에 비해 900만 대, 가장 낙관적이었던 추정치 대비 1400만 대 하향된 수치이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생산 차질뿐 아니라 수요 부진이 겹친 결과이다. 중국 스마트폰의 sell-in(셀인)도 우리의 예상보다 낮다. 높은 재고 수준 때문이다. 로컬 브랜드들의 재고가 6개월을 넘겼다는 루머도 들리는 상황이다. 광군제의 역성장은 예상 재고 수준을 크게 높였고 세트업체는 더욱 보수적으로 변화하였다. 춘절 수요의 확인 이전까지 중국 브랜드들의 전략 변화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아이폰 수요는 어디로 갔을까
아이폰14 프로맥스의 수요는 확실히 좋았다. 생산 차질이 더욱 아쉬운 순간이다. 그러나 아이폰14 프로맥스를 사지 못했던 잠재 구매자들이 내년 구매하게 되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상반기는 비수기여서 높은 판매를 기대할 수 없다. 아이폰은 크리스마스 케익과 같아 연말 성수기를 지난 아이폰은 내년 상반기가 아닌 내년 하반기 신제품의 대기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내년 신제품 판가가 상승한다는 점이 하반기의 문제이다. 재료비가 10% 상승하며 달러 기준 판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에는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생산 차질에 가려졌다면, 내년에는 모두가 가격 저항이 생겼음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현재 스마트폰 상황을 대변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의 경쟁력에 이견이 없다. 확실히 좋은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당초 신제품만 1000만 대를 넘을 것이라는 기존 기대와는 달리 하반기 판매량이 800만 대 수준에 불과하다. 작년엔 4분기 판매량이 3분기대비 50% 증가했지만, 올해는 4분기에 전분기 대비 22% 감소한다. 4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하기 직전 3세대 제품 재고를 염가에 밀어냈는데, 4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 문제라 본다. 가격 인하에 대한 소비자의 기억은 다음 구매 패턴에 영향을 준다. 게다가 1년 안에 폴더블 스마트폰 제품을 산 소비자가 900만명 (2021년 하반기 700만 명, 2022년 상반기 200만 명), 올해 갤럭시S22 울트라를 구매한 소비자가 1150만 명이다. 신제품의 잠재 수요가 상반기에 상당 부분 소진되었다고 믿는다. 1년에 3000만 대의 하이엔드 유저 확보는 나쁜 성적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폴더블의 부진을 제품 컨셉 미스와 재고 우선 정책의 산물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렇게 신제품 매력 감소와 재고 우선 정책이 만든 악순환이 현재 스마트폰 산업의 현실이다.
◆소비자의 구매 이유가 필요한 순간
신제품 차별화 실패와 재고 우선 밀어내기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신제품과 구제품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데, 구제품의 재고가 많이 쌓여 있다. 아이폰도, 갤럭시도, 중국 저가 제품조차도 같은 입장이다. 세트 업체들은 구제품 재고가 정상화되기 전에 신제품의 공격적 양산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 양산 계획이 줄어드는 데 큰 돈을 투자하기 힘들다. 큰 돈이 투자되지 않으면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기 힘들다. 사실상 공짜폰을 구매했는데 주위 사람들이 올해 제품인지, 지난해 제품인지 구분하기도 힘들고 심지어 사용하는 당사자조차 지난해 제품과 올해 제품의 사용감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신제품은 더 이상 소비자의 호용도, 허영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관심종목]
005930: 삼성전자
<저작권자 ©I.H.S 버핏연구소(buffettla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