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거물 투자자인 워렌 버핏(아래 사진 첫번째)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조지 소로스(아래 사진 두번째)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이 애플을 두고 정반대의 투자를 해 누가 옳았을까 주목되고 있습니다. 버핏이 올해 2분기에 애플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한 반면, 소로스는 같은 기간 애플 주식을 모두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기 떄문입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애플 주식을 총 1520만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습니다. 지난 3월 말 버크셔의 애플 주식 보유량(981만주)과 비교하면 55%가량 늘어난 것입니다. 미국에서 1억달러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는 매 분기가 끝나기 45일 이전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분기 거래내역 보고서(13-F 파일링)를 제출해야 합니다.
세기의 투자자인 버핏과 소로스는 △돈을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것을 중시 △아는 곳에만 투자 △높은 학구열 △위기를 기회로 이용 등의 공통점이 있지만 그 외에는 완전히 상반되는 투자를 합니다. 둘은 애플 투자뿐 아니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서도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버핏이 브렉시트로 보유 주식이 폭락해 단기적으로 손해를 봤지만 소로스는 도이체방크 주식을 공매도해 약 1270억원의 수익을 냈습니다.
버핏, 2분기 애플 주식 55% 늘려
정보기술(IT)주 투자를 싫어하던 버핏이 올 1분기 애플에 거액을 투자해 월가를 놀라게 한데 이어 애플 주식을 추가 매수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2분기 동안 애플 주가가 12.3% 떨어져 버핏으로써는 위대한 기업을 싸게 살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됐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고속성장 신화가 끝났다고는 하지만 애플은 여전히 팀 쿡이라는 최고의 수장이 이끄는 가전업계의 거인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죠.
월가에서도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변한 애플 주가(아래 사진)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비록 2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했지만 오는 9월 아이폰7이 출시되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것입니다. 또 중국과 더불어 주요 신흥시장인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점유율 개선도 예상됩니다. 지난 5월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나 애플스토어(애플 직영 판매점)의 현지 개점을 허가받았기 때문이죠.
버핏이 올 상반기에 IT투자를 늘린 것과 달리 전통적인 유통업체인 월마트 주식은 일부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버크셔는 지난 2분기 월마트 주식은 기존 5520만주에서 4020만주로 지분을 27% 줄였습니다.
월마트가 아마존 등 온라인 상거래 업체에 밀려 고전하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버크셔는 여전히 월마트 전체 지분의 13%인 29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갖고 있습니다. 버크셔 포트폴리오의 보유 순위로는 8번째로 많습니다.
정유업체 필립스66은 보유량을 소폭 늘렸습니다. 버핏은 그동안 웰스파고, 코카콜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IBM이 자신의 '빅4'라고 말해왔지만 이제 필립스 66이 이 안에 편입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버핏은 지난해 8월부터 필립스66에 투자했으며 이 회사는 정유업체지만 유가 움직임의 영향을 적게 받습니다.
그 외에 버핏은 농기계업체인 디어는 5.7%, 캐나다 석유회사인 선코 에너지는 26% 각각 지분을 줄였습니다. 미 최대 원유 및 천연가스 수송관 업체인 킨더모건은 보유량에 변화가 없었습니다.
소로스, 애플 팔고 미 증시 약세에 베팅
소로스는 애플 뿐 아니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 증시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의 전망은 지난 2분기에 뉴욕증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하락에 거는 베팅액을 2배로 늘린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네요.
소로스는 버핏과는 다른 방식으로 혼돈 속에서 기회를 찾습니다. 버핏이 브렉시트로 인한 주가 충격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저가 매수를 외친 반면, 소로스는 브렉시트로 인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실물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정반대의 예측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설 전파는 소로스가 공매도와 환투기로 수익을 챙기기 위해서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입니다. 헝가리 출신인 소로스는 1992년 영국 파운드화 약세에 거액의 베팅을 하고, 1997년 아시아 IMF 외환위기 때도 태국 바트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 약세에 베팅해 모두 성공한 전력이 있습니다. 소로스는 그를 일약 세계적인 투자자로 만들어준 ‘영란은행을 굴복시킨 사나이’ 외에도 ‘현대의 연금술사’, ‘희대의 투기꾼’ 등으로 불립니다.
반면 버핏은 지난 4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미국 경제가 수백년에 걸쳐 옳은 방향으로 발전했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 경제는 50년 후에도 발전할 것이라고 낙관론을 펼친 바 있습니다. 버핏은 경제가 괜찮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전파하며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겠죠.
거시경제 뿐 아니라 파생상품을 바라보는 관점도 버핏과 소로스는 무척 다릅니다. 무슨 원리로 수익을 내는지 이해하지 못해 파생상품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버핏과 달리 소로스는 파생상품의 대가입니다. 그는 선물옵션과 관련된 복잡한 신종상품과 이것을 조합해 만든 헤지펀드를 만들어낸 장본인입니다. 또 소로스는 돈벌이만 되면 어떤 상품이든 무차별 공격하며 엄청난 자금을 동원해 시장흐름을 빠르게 바꿔놓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그가 내다판 애플의 주가는 지난 19일 109.36달러까지 올라 3분기 들어 약 20% 반등했습니다. 즉 단기적으로 버핏의 선택이 옳았음을 보여줍니다. 많은 헤지펀드가 소로스와 같은 편에 섰었죠.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 마이클 버리가 운용하는 헤지펀드 사이언에셋매니지먼트가 2분기에 애플 주식을 전량 던졌으며,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데이비드 아인혼의 그린라이트 캐피털 역시 애플 지분을 17% 줄였습니다.
소로스는 69년에는 짐 로저스와 함께 400만달러로 퀀텀펀드를 설립해 89년까지 20년간 연평균 수익률 34%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긴 투자가입니다. 그는 파이낸셜월드가 선정한 1993년 월스트리트 100대 고소득자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죠. 장기적으로도 두 거물 투자가 중 어느 쪽이 옳았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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