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연구원]
인터넷, 모바일 등 전자금융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Automated Teller Machine)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ATM 관련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1990년 조흥은행의 명동지점에서 처음 설치된 ATM은 입금까지 되면서 관련 시장은 커졌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에 은행들은 지점을 줄이고 ATM은 늘렸다. 2000년 1만 대를 넘어선 은행의 ATM 설치 대수는 2002년 2만 대, 2006년 3만 대, 2010년 4만 대로 증가세를 이어 갔다. 2013년 말엔 전국 은행에 4만7,937대가 운영됐다.
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 이용자가 늘고 웬만한 소액결제도 카드로 가능해지면서 현금 입출금 거래 수요가 줄어들었다.
또한 ATM은 과잉 공급 상황이다. 20세 이상 인구 10만 명당 ATM 수는 290대로, OECD 34개국 평균(99.3대) 보다 3배 많다.
2013년 금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ATM 한 대당 연간 손실액이 166만원이다. 감가상각비와 관리용역료·임차료 등 연간 775만원이 들어가는데 수수료 수입은 609만원에 불과하다. 즉, ATM을 설치해 운영하게 되면 적자를 이어가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저금리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은행들은 ATM을 철수시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통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전국 은행에서 철수시킨 ATM은 2,522대에 달했다. 최근에도 꾸준히 ATM을 줄였다. 신한ㆍKB국민ㆍ우리ㆍKEB하나ㆍIBK기업 등 국내 5대 은행의 ATMㆍCD기 운영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2만 9,611대로, 전년대비 1,378대(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관련 기업들도 ATM 운영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ATM 운영을 7월 5대, 8월 20대 중지한데 이어 내달 초 남은 15대 모두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교보생명은 9월 11대, 10월 25대, 12월 24대의 ATM 운영을 중단해 60대 모두 운영을 중단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ATM을 운영하는 곳은 삼성생명(50대)만 남게 된다. 신한생명은 신한은행의 ATM을 활용하고 있다.
한편 ATM의 수가 감소하면서 ATM 관련주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ATM 관련주들은 대부분 ATM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효성, 청호컴넷, 한네트, 케이씨티, 푸른기술, 한국전자금융이 속한다.
특히 효성은 1999년부터 자회사 노틸러스효성과 함께 베이징 공장을 운영해왔다. 또한 미국,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30여개국에 수출했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로 효성은 지난해 노틸러스효성으로부터 베이징 생산법인의 나머지 지분을 매입한 뒤 지분 전량에 대한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은행 관계자는 『ATM은 고객 접점 서비스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기기를 줄이면 주 고객이 이탈할 우려가 있어 함부로 줄이지도 못하는 「계륵」 같은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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