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하나증권, 2026년 9월 1일
9월 제약·바이오 업종은 대형 기술이전, 신약 임상, 증설 투자라는 기업별 호재가 잇따르고 있지만, 고금리와 유동성 장세 기대 약화가 업종 전체의 밸류에이션 회복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하나증권은 시장이 본격적으로 반등할 때 이미 이벤트를 확보한 종목부터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며 제약·바이오 업종의 선별 접근을 제시했다. 업종의 주가 흐름이 매크로 변수에 좌우되는 국면일수록 파이프라인, 기술이전, 임상 결과처럼 개별 기업이 스스로 만드는 변화가 중요해진다는 판단이다.
[이미지=버핏연구소|AI생성]
하나증권에 따르면 2026년 9월 1일 발간 리포트에서 기준으로 제시한 8월 31일 종가 시점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에는 8월에만 대형 거래와 투자 이벤트가 집중됐다. 한미약품은 비만 치료제 HM17321을 Genentech에 총 23억달러, 약 3조2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고 선급금은 전체 계약 규모의 8%다. 알테오젠은 ALT-B4와 관련해 최대 3억6500만달러, 약 5219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해 성장 투자를 위한 재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한미약품의 Genentech 기술이전은 국내 비만 치료제 개발 역량을 다시 확인시킨 거래다. 다만 하나증권은 호재와 주가가 항상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는 않는다고 봤다. 6월 1일 소네페글루타이드의 Lilly 기술이전 당시에도 시장 기대에 비해 주가 반응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고금리와 낮아진 위험선호 아래서는 좋은 뉴스가 곧바로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이 방향을 바꾸면 임상, 기술이전, 자금조달처럼 실질적인 변화를 만든 기업이 먼저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상증자는 단순한 자본 확충보다 중장기 CAPEX 확대에 대한 선제 대응으로 해석됐다. 하나증권은 2026년 하반기부터 2029년 사이 빠르게 늘어날 설비투자 수요에 대비하는 조치로 평가했다.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증자에 따른 수급 부담을 경계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능력 확장과 고객 수요 대응력을 높여 CDMO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는 Moderna와 Merck가 공동 개발한 개인맞춤 mRNA 암백신 intismeran의 임상 3상 INTerpath-001 성과가 업종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결과는 흑색종에 그치지 않고 폐암, 신장암, 방광암, 전립선암 등 주요 고형암으로 암백신의 적용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암백신 자체의 성공 가능성뿐 아니라 mRNA, LNP, RNA 치료제 플랫폼의 기업가치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나증권은 암백신에서 병용 전략의 중요성도 짚었다. BioNTech와 Roche는 대장암 백신을 단독 보조요법으로 개발하며 임상 2상을 진행했지만 효능 부족으로 중단한 반면, Moderna와 Merck는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와 병용해 임상을 진행했다. mRNA 백신이 단독 치료제보다 기존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으로 치료 효과를 높일 가능성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BioNTech와 Roche가 발표를 위해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주요 암학회가 열리는 10월 ESMO는 후속 데이터를 확인할 핵심 일정으로 제시됐다.
국내 mRNA 관련 기업 가운데 삼양바이오팜은 2023년 암백신 실제 개발 등을 목적으로 MOU를 맺은 이력이 있다. 알지노믹스는 기존 mRNA보다 안정성이 높은 원형 RNA 기술을 보유했고, 에스티팜은 LNP와 mRNA 생산 능력을 갖췄다. 이들 기업이 Moderna·Merck와 직접적인 사업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인맞춤 mRNA 암백신의 임상 성과가 암종 확장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플랫폼 기업의 기술가치와 협업 가능성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알테오젠에는 intismeran의 제형 특성이 추가 변수다. Moderna·Merck의 후보물질은 근육주사 제형으로 개발되고 있어, 하나증권은 향후 Qlex와의 병용 개발 가능성이 열릴 경우 알테오젠의 피하주사 전환 기술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봤다. 알테오젠의 현재 투자 포인트는 ALT-B4 추가 기술이전만이 아니다. 국민성장펀드 수혜 가능성과 코스닥 활성화 정책의 수혜주라는 점도 함께 거론됐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추가 계약과 플랫폼 가치가 핵심 변수로 제시됐다.
최근 2주간의 글로벌 이벤트는 항암제 개발의 성공과 실패가 엇갈리는 흐름도 보여줬다. 지난 8월 17일 AstraZeneca는 PD-1·CTLA-4 이중항체 volrustomig와 화학요법을 병용하는 1차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임상 3상 eVOLVE-Lung02를 중단했다. 중간 분석 결과 1차 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과 전체생존기간을 충족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결과다. 다만 자궁경부암, 두경부암, 중피종 등 다른 암종에서 진행 중인 임상 3상은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8월 18일에는 Sandoz가 Henlius의 바이오시밀러 3종에 대한 글로벌 권리를 최대 3억2200만달러 규모로 확보했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와 생물학적 제제 시장 확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바이오시밀러 사업권 거래도 글로벌 제약사의 파이프라인 전략에서 중요한 축으로 남아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국내 기업에는 직접적인 투자 이벤트가 아니지만, 기술수출·공동개발·글로벌 판권 계약이 여전히 바이오 업종의 핵심 가치평가 기준임을 확인시킨다.
글로벌 제약 ETF와 지수의 구성도 업종의 무게중심을 보여준다. 하나증권이 인용한 8월 31일 기준 VanEck Pharmaceutical ETF PPH의 상위 비중 종목은 Eli Lilly 19.02%, MSD 10.99%, Novartis 10.05%, Pfizer 5.03%, Bristol Myers Squibb 4.98%, Novo Nordisk 4.96% 순이다. Nasdaq Biotechnology Index를 추종하는 iShares Biotechnology ETF IBB에서는 Amgen 8.53%, Vertex Pharmaceuticals 8.04%, Gilead 7.20%, Regeneron 5.70%, Argenx 3.78%, Moderna 3.57%가 상위권을 차지한다. 비만 치료제와 면역항암제, RNA·백신,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글로벌 대형주와 바이오텍 전반에 동시에 반영된 구조다.
하나증권은 9월 코스피 최선호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팜을 제시했다. SK바이오팜은 2번째 제품으로 Opakalim을 도입했고, 하반기에는 탑라인 공개라는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자를 통한 투자 재원 확보로 단기와 장기 모두에서 성장 동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목표주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205만원, SK바이오팜 16만원이며 투자의견은 모두 BUY다.
코스닥에서는 알테오젠과 리가켐바이오가 최선호주다. 알테오젠은 추가 기술이전 가능성, 국민성장펀드 수혜, 정책 모멘텀을 근거로 제시됐고 목표주가 58만원과 BUY 의견이 유지됐다. 리가켐바이오는 파트너사의 서브라이선스를 통한 하반기 추가 기술이전 가능성과 10월 ESMO, 12월 ASH·SABCS 등 주요 학회 일정을 모멘텀으로 제시받았다. 리가켐바이오의 목표주가는 22만원, 투자의견은 BUY다.
에스티팜은 고객사 2곳의 임상 3상 탑라인 발표와 수주 확대 가능성이 투자 포인트로 언급됐다. 하반기에는 동맥경화증과 만성 B형간염 관련 고객사 임상 3상 탑라인 발표가 예상된다. 목표주가는 19만원, 투자의견은 BUY다. 이 밖에 디앤디파마텍은 NLY-01과 DD01 MASH의 기술이전 가능성, 지아이이노베이션은 ESMO 관련 GI-102 피하주사 단독·병용 임상 데이터, 에이비엘바이오는 SBE303 계약과 글로벌 지역별 기술이전 논의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거론됐다.
결국 9월 제약·바이오 투자전략의 핵심은 업종 전체의 단기 방향을 맞히기보다 이벤트의 질을 따지는 데 있다. 금리와 유동성 환경이 밸류에이션의 상단을 제한하는 동안에도 대형 기술이전, 임상 결과, 생산설비 투자, 글로벌 학회 발표는 종목별 주가를 움직일 수 있다. 하나증권은 이러한 환경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를 최선호주로 제시하며, 하반기부터 이어질 임상·기술이전·학회 일정을 중심으로 선별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