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스위스에서는 몇 사람이나 상속세 부과에 반대했을까?(윤진기 교수의 경제와 숫자 이야기)
  • 윤진기 교수
  • 등록 2018-06-26 08:24:05
  • 수정 2024-02-13 08:56:57
  • 목록 바로가기목록으로
  • 링크복사
  • 댓글
  • 인쇄
  • 폰트 키우기 폰트 줄이기

기사수정


 스위스에서는 몇 사람이나 상속세 부과에 반대했을까?

 

스위스는 돈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 중에 하나다. 스위스 사람들은 돈에 관한 생각이 매우 철저하다. 그래서 금융업이 매우 발달했다. 필자가 2013년 스위스 로잔(Lausanne)에 갔을 때 언덕 위에 세워져 있는 도시를 보면서 산비탈에도 이렇게 도시를 만들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한 적이 있다. 스위스는 국토의 대부분이 산이다.


 

이런 척박한 자연환경으로 인해 역사적으로 스위스의 젊은이들은 용병으로 해외로 나가서 가족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였다. 스위스 용병은 받은 돈에 대해 철저히 신뢰로써 보답하기로 명성이 높았다. 1792년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가 시민군에게 포위되어 있을 때, 다른 근위대들이 모두 도망 가버린 상태에서 스위스 용병들만이 남아 루이 16세를 지키고 있었다. 이미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판단한 루이 16세는 스위스 용병들에게 “그대들과는 상관없는 싸움이다. 고국으로 돌아가라.”고 권했지만, 786명의 스위스 용병들은 이를 거부하고 모두 장렬하게 죽음을 선택했다. 그들이 전사한 이유는 그 후 용병의 시신에서 프랑스 혁명군이 발견한 편지를 통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전사한 한 용병이 가족에게 보내려했던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우리가 신뢰와 신용을 잃으면 후손들은 영원히 용병을 할 수 없기에 우리는 죽을 때까지 죽음으로 계약을 지키기로 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삶이란 이토록 장엄한 것이 된다. 당시 유일한 먹거리인 용병직을 자식세대가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버린 것이다. 이 처절하고 장엄한 소식을 전해들은 스위스 사람들은 그 후 휴양도시 루체른(Luzern)에 온몸에 화살이 박힌 채 꺾여진 프랑스 브르봉 왕가의 방패를 껴안고, 고통스럽게 마지막 숨을 내쉬는 사자의 모습을 조각한 사자상을 만들어 이 사건을 기념하고 있다. 이 사자상은 ‘빈사의 사자상( Löwendenkmal )’으로 불리며 루체른의 명소가 되고 있다. 마크 트웨인은 이 사자상이 새겨진 바위를 ‘세계에서 가장 슬프고도 감동적인 바위’라고 묘사하였다.

 

돈의 소중함을 아는 스위스 사람들은 상속세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상속세를 인정하고 있지만 국세인 상속세는 없다. 그런데 소수의 부자가 부를 독점하는 현상이 심화되자 2015년에 스위스에서도 부의 재분배를 위해서 상속세를 통해 215만 달러(1달러를 1000원으로 계산하면 대략 21억5천만 원) 이상의 재산에 세금을 매기자는 법안이 제출되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70% 이상의 투표자에 의하여 거부되었다.

 

당시 총유권자 수는 5,265,120명이고, 총 투표자 수는 2,301,320명으로 43.7%의 투표율을 보였다. 그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데 찬성한 투표자는 657,851명으로 29.0%에 불과하고, 상속세에 반대하는 투표자는 1,613,982명으로 71.0%에 달한다. 물론 무효나 기권표도 있다.

 

어느 국가에서나 부가 소수의 부자에 집중되고 소득의 불평등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기 마련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위스에서는 투표자의 71.0%에 달하는 1,613,982명이 상속세를 거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상속세를 폐지하자고 말하는 것은 심히 도발적이다. 그런데 돈의 가치를 잘 아는 스위스 사람들이 왜 상속세를 거부하는 도발적인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을까 궁금하다. 그들은 부자가 부를 대물림하는 것이 불쾌하거나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느끼지 않는 걸까? 설마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이치적이고 더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들은 왜 상속세를 내지 않는 부자들에 대하여 분노하지 않을까? 스위스 사람들의 속내를 알기가 어렵다.

 

그런데 고율의 상속세를 유지해오던 스웨덴이 2004년에 상속세를 폐지하고도 복지국가라는 명성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상속세와 소득의 재분배 간에 그다지 상관관계가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상속세에 대하여 수학적 사고를 해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sunhwa771@naver.com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KG이니시스, IT서비스주 저PER 1위... 4.54배 KG이니시스(회장 김영달. 035600)가 1월 IT서비스주 저PER 1위를 기록했다.버핏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KG이니시스가 1월 IT서비스주 PER 4.54배로 가장 낮았다. 이어 헥토이노베이션(214180)(5.17), 링네트(042500)(5.43), 에스넷(038680)(5.93)가 뒤를 이었다.KG이니시스는 지난 3분기 매출액 3379억원, 영업손실 5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5%, 117...
  2. [버핏 리포트]한미약품, 실적은 아래로, 분쟁은 봉합으로, 모멘텀은 그대로 – 현대차 현대차증권은 17일 한미약품(128940)에 대해 지난해 4분기 일시적인 부진이 지속됐고 기저효과와 독감 지연으로 매출이 하락했다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38만원으로 하향했다. 한미약품의 전일 종가는 25만8000원이다.여노래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3625억원(YoY -14.2%. QoQ +0.1%),...
  3. [버핏 리포트] 유한양행, 마리포사(MARIPOSA) 유럽 승인·알러지 신약 임상...상반기 주목-메리츠 메리츠증권이 17일 유한양행(000100)에 대해 지난 4분기 영업이익 실적 추정치 하회하나 마리포사(MARIPOSA,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J&J의 ‘리브리반트’와 병용 투여하는 임상시험) 유럽 승인 및 올해 중 나올 최종 임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예상한다며  투자의견 ‘매수’로 유지, 적정주가는 22만원으로 상향했다. 유한...
  4. [버핏 리포트] CJ ENM, 시장 컨센서스 부합에도 실적 추정치 반영해 목표주가↓-메리츠 메리츠증권이 17일 CJ ENM(035760)에 대해 매출액이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할 전망이지만 실적 추정치 변경을 반영해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하고 목표주가는 9만원으로 종전보다 14.3% 하향했다. CJ ENM의 전일종가는 5만4200원이다.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CJ ENM의 4분기 매출액을 1조3916억원(+10.5% YOY), 영업이익은 750억원(+27.7 YOY)으로 추정했다..
  5. [버핏 리포트] HS효성첨단소재, 지난해 타이어보강재 선방...올해 수익성 지속 전망 -SK SK증권이 17일 HS효성첨단소재(298050)에 대해 올해 안정적인 타이어보강재 본업 체력이 지속되고 탄소섬유 역시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지만, 실적추정치 하향 조정과 피어그룹의 밸류에이션 하락을 반영해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25만원으로 하향했다. HS효성첨단소재의 전일 종가는 18만5500원이다.김도현 SK증권 연구원은 HS효성...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