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는 지주(持株)회사의 일종이다. 글자 그대로 은행·증권·보험·카드사 등 금융회사를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이다.
금융지주회사 제도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유럽 쪽 국가에서는 금융지주회사 대신 ‘유니버설 뱅킹’을 한다. 은행과 증권에 칸막이를 두지 않고 아예 결합된 형태예요. 독일·스위스 등 유럽국가들이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지주회사 제도는 1999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일반 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제 때문에 은행 등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금융지주회사에 관한 법을 2000년에 따로 만들었다.
금융지주회사는 일반지주회사와 차이가 있다. 금융산업은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일반지주회사보다 까다로운 규제를 받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는 자체적인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래서 ‘순수지주회사’라고한다. 이와 달리 일반지주회사는 자회사를 지배하면서 자신도 직접 사업을 할 수 있는 ‘사업형 지주회사’로 만들 수 있다. 설립 과정도 금융지주회사가 까다롭다. 금융지주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사전 인가를 얻어야 한다.
반면 일반 지주회사는 설립한 후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하면 된다. 다만 금융지주회사와 일반지주회사 모두 금융 자회사와 비금융 자회사를 동시에 보유할 수는 없다.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회사를 자회사로 지배할 수 없고, 일반지주회사는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어요. 이를 ‘금산분리 원칙’이라고한다.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이 만들어진 뒤, 2001년 4월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금융지주회사이다. 당시엔 자회사로 한빛·평화·광주·경남은행 등 4개의 은행과 하나로종금 등 5개를 두고 있었다. 우리금융지주 이후에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들이 차례로 생겨났다. 신한금융(2001년)·하나금융(2005년)·KB금융(2008년)·SC금융(2009년)·산은금융(2009년)·한국씨티(2010년)·BS금융(2011년)·DGB금융(2011년)·농협금융(2012년)·JB금융지주(2013년) 등이다. 증권사나 보험사가 주력회사인 지주회사도 있다. 증권사가 주축인 한국투자금융지주(2003년)와 보험사가 주력 자회사인 메리츠금융지주(2011년)가 대표적이다.
세계적인 금융지주회사로는 미국의 ‘씨티그룹’이 있다. 1998년 씨티은행의 지주회사인 ‘씨티코프’와 미국의 4대 보험사 중 하나인 ‘트래블러스그룹’이 합쳐지면서 은행과 보험의 칸막이를 허문 금융지주회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금융지주회사는 왜 만드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덩치를 키워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쉽게 하기 위해서이다. 은행을 찾는 고객에게 은행 업무뿐 아니라 증권 매매를 하
고, 신용카드·보험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한자리에서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같은 금융지주회사에 속한 은행·증권·보험·카드사는 따로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한 고객이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면 이 정보가 같은 금융지주 밑에 있는 보험사로 넘어가 마케팅용으로 활용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초 3개 신용카드회사의 고객정보 1억 건이 유출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올해 국회가 법을 바꿔 금융지주회사 내 계열사 간 정보 공유를 크게 제한했다. 내부 경영관리에 필요한 경우에만 정보 공유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또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은행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90%에 이르다 보니 예상만큼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다 최근엔 금융지주회사가 효율적이지 못하고 내부 갈등만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직 면에서 보면 금융지주회사가 전체 자회사를 관리·감독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주력 자회사인 은행의 비중이 월등하다. 대형 금융지주회사라도 직원은 100명을 조금 넘는 정도지만 은행은 직원 수가 1만~2만 명에 이릅니다. 지난해 주요 대형 금융지주회사가 한 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중 은행에서 나온 것이 80~90%에 이른다.
금융지주회사 회장 등 경영진 입장에서도 은행에 신경을 가장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금융지주회사의 수장인 회장과 은행의 최고책임자인 은행장 사이에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2001년 이후의 국내 금융계 역사를 살펴보면 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의 갈등과 다툼이 반복해 일어났다. 또 우리나라의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은 외국계 회사를 빼고는 뚜렷한 주인이 없다. 투자자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형태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이 임명될 때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를 흔히 ‘낙하산 인사’라고 말하는데, 이렇게 임명된 사람들끼리 다툼을 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이유 등으로 금융지주회사에서 은행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국씨티금융지주는 9월께 지주회사를 해체하고 은행으로 돌아간다는 계획이다. 은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금융지주회사를 만들면 조직만 복잡해진다는 이유에서이다.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회사인 우리금융도 증권 등 자회사를 매각한 뒤에 은행으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사실 금융지주회사는 직접 영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지붕 위에 또 지붕을 올린다는 ‘옥상옥(屋上屋)’의 성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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