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이민주 버핏연구소 대표가 출판 전문지 <기획회의>에 게재한 칼럼입니다. <기획회의>는 출판계의 공향과 서평을 담은 격주간지입니다]
2050년 미래 세상에서 얻는 것과 잃는 것
이민주
『유엔 미래 보고서 2050』
제롬 글렌(Jerome Glenn) 박영숙 공저. 교보문고. 2016년
미래 전문가 박영숙씨가 펴내고 있는 ‘유엔 미래 보고서 시리즈’는 한국에서 유독 인기다. 이 책은 한국어 말고도 영어, 중국어, 아랍어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번역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높지 않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 시리즈는 출간될 때 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유가 뭘까?
이는 한국의 특수성 때문이다.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수용이 세계 1위로 꼽힐만큼 급격히 진행되고 있고, 이에 따라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가히 아찔할 정도로 변화무쌍한 세상 풍경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 세상은 궁금증의 차원을 넘어 생존의 문제다. 그러니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배경에다가 ‘유엔’이라는 권위 기관의 이름이 책 제목에 들어 있는 점이 이 책의 성공 비결로 보인다.
이번에 나온 <유엔 미래 보고서 2050>은 박영숙씨가 그간 출간한 ‘유엔 미래 보고서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이 시리즈의 공동 저자 제롬 글렌(Jerome Glenn)은 유엔밀레니엄 프로젝트 회장이며, 2007년부터 미래 예측 보고서를 책으로 내고 있다. 이번이 10번째 책이다.
이번 책은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혁명적으로 변모할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미래 세상은 지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2050년이면 세계 인구는 96억명에 달할 전망이다. 2016년 6월 현재 세계 인구 74억명보다 22억명이 늘어나는 것이다. 15세기까지만 해도 세계 인구가 3억 5,000만명에 불과했으니, 최근 수세기 동안에 세계 인구가 얼마나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늘어나는 인구를 인류는 감당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다.
2050년에는 유전공학의 도움으로 동물 없이 고기를 배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인류는 고기를 섭취하기 위해 가축을 기르고 도살했지만 미래에는 유전공학을 활용해 가축의 육질과 동일한 고기를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곤충의 식품화도 예상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곤충은 장점이 많은 식재료이다. 쇠고기 0.45㎏을 생산할 때 곤충은 11.33㎏을 생산할 수 있다. 닭은 0.45㎏의 고기를 생산하느라 물을 1,900리터를 사용하고, 쇠고기는 그것의 4배를 사용하지만, 귀뚜라미는 단지 3.8리터의 물을 소비할 뿐이다. 또, 소, 닭, 돼지 같은 가축은 사육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가 발생하고 있지만 귀뚜라미는 이들 가축을 사육할 때보다 온실가스를 80% 이상 줄여준다. 곤충의 식품화에 대한 인간의 거부감을 줄일 수만 있다면 곤충은 미래 인류의 훌륭한 식재료가 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인터넷 인구의 증가이다. 2016년 현재 세계의 인터넷 사용자는 30억명 정도이지만 2020년에는 70억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지식의 대중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지금껏 지식은 부자들이 누리는 특권이었다. 지식은 권력을 수반하는 탓에 가난할 수록 더 가난해지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렇지만 2050년에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퍼져가는 인터넷을 통해 지식과 정보의 공유가 일어날 것이다. 아프리카의 외진 마을의 청년이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받고, 농부들은 같은 비용과 인력을 들여 더 많은 농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다양한 기술을 가진 장인들은 세계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얻고, 스마트폰을 바탕으로 언제 어디서든 경제의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다."(46페이지)
또, 2050년의 세상의 수혜자는 소비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드론이 배달해주는 신선한 식료품을 받으면서 언제 택배가 올지 몰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을 클릭하면 내가 어디가 아픈지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2050년에는 좋은 일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잃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무엇보다도 2050년에는 부의 불평등이 지금보다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때가 되면 실업률이 50%가 일상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는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인구는 증가하면서 빚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것이 18세기 산업혁명과 지금의 인공지능 혁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18세기 산업혁명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농업과 가내 수공업의 붕괴로 사라진 일자리를 메꿔 주었다. 그런 현상은 이제는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2050년이 되면 사람들이 생계를 위한 직업의 필요성에서 해방됨으로써, 그들의 능력이 세계적인 창의력 르네상스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빈약하다."(34페이지)
인공 지능이 초래할 근본적인 변화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 책에 따르면 2050년은 인간처럼 생각하고 추론하고, 심지어 감정까지 갖게 되는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구글의 엔지니어링 이사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의 예측을 인용하면서 ‘높은 수준의 인공 지능’이 초래하는 변화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2030년이면 가상 현실이 마치 진짜로 느껴질만큼 기술이 발달하며, 자신의 감정이나 의식을 소프트웨어처럼 업로드할 수 있게 된다. 2045년에는 인간이 대뇌 신피질을 클라우드에 있는 합성 신피질과 무선으로 연결해 자신의 지능을 높일 것이다. 인간지능과 인간의 융합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는 것이다."(58페이지)
인간은 어느 정도까지 변모할까?
아마도 인간과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고 상상하는 인공 지능 로봇과 인간의 결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영화에 열광하고 소설에 푹 빠지는 주변의 사람들을 곰곰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영화나 소설이 허구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렇지만 영화와 소설이 실제 세계와 다를 바 없는 현실감을 제공하면 인간은 마치 그것이 진짜인 것처럼 반응한다. 만약 인간과 똑같이 말하고, 다정다감하게 반응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인공 지능 로봇이 있다면 당신은 그것을 인간이라고 느끼게 될까? 로봇이라고 생각할 것인가?
쉽지 않은 문제이다. 2050년이 되면 우리는 6,500만년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완전히 다른 종(種)의 단계로 진입하는 걸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6,500만년의 인류 역사는 문제 해결의 역사였고, 인류는 지금까지 갖가지 문제들을 거뜬히 해결해왔다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억만장자 창업가인 피터 디아만디스와 함께 1995년 설립한 X프라이즈 재단이 인류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는 소식을 이 책은 전하고 있다. 이 재단은 불평등, 기아 등 인류에게 닥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막대한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수상자도 탄생했다. 스케일드 컴퍼자이트(Scaled composites)의 버트 루탄(Burt Rutan)은 X프라이즈에 도전하기 위해 민간 항공기 스페이스십원(Spaceship One)을 만들고, 2004년 6월 민간 항공기로는 처음으로 우주 공간을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의식과 동질감을 갖고 있는 우리의 인간 본성이 부디 바뀌지 않기를..
인류 앞에 닥친 불평등과 기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부디 나오기를...
이민주 소장은?
2016년 매일경제 정진기 언론문화상 수상작인 <지금까지 없던 세상>(쌤앤파커스 펴냄)의 작가이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미 퍼듀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인생, 투자, 경영을 주제로 이메일 레터 『행복한 투자 이야기』를 보내고 있다. 투자 투자 및 기업교육 전문회사인 버핏연구소 대표로 있으며, 버핏연구소 설립에 앞서 한국일보 기자로 17년을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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