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자동차 모빌리티 혁명' 정지훈 김병준 공저. 메디치 펴냄. 2017년 9월
[이민주 버핏연구소 설립자] 하루 24시간을 보내면서 현대인이라면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자동차이다. 구체적으로, 인간이 운전하면서 휘발유로 구동하는 자동차 - 이를 화석연료 자동차라고 한다 - 를 우리는 도시에 살건, 시골에 살건 마주해야 한다. 2만 가지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기에 방대한 전후방 산업을 갖고 있고, 인간이 운전하기에 고용창출 효과가 뛰어난 화석연료 자동차이다.
그런데 만약 이 세상의 모든 화석연료차가 인간이 운전하지 않아도 저절로 굴러가고, 휘발유가 아니라 전기로 구동하는 자율주행차로 대체된다면?
그것이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학자 정지훈씨가 김병준 SK경제경영연구소 랩(Lab) 부문장과 함께 출간한 <미래 자동차 모빌리티 혁명>은 바로 이 같은 변화를 심층분석한 신간이다. 내가 이 책을 주목한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오고 있는 변혁의 한 가운데 있는 '자동차'의 미래 모습을 실감나게 들여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화석연료차는 단순히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것에서 한걸음 나아간다는 사실을 나는 2015년 <지금까지 없던 세상>을 출간하면서 확신할 수 있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우리가 노동을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임금을 기반으로 짜여진 고용사회(Employee society)인데, 고용 유발 효과가 큰 화석연료차는 바로 이 같은 사회의 근간이다. 그런데 고용사회의 근간이 붕괴하고 있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필자에 따르면 미국을 기준으로 2023년이면 전기 배터리로 구동하는 자율주행차는 인간이 운전하는 지금의 화석연료차를 완벽하게 대체할 전망이다. 불과 6년 후의 미래이다.
미래 자동차의 동력원이 화석연료에서 전기 배터리로 전환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친환경성, 효율성 때문이다. 필자는 "지구촌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환경 오염의 원인은 화석연료차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 때문"이라며 "유해 물질이 배출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인 전기 배터리는 언젠 가는 고갈 될 운명인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58 P).
전기 배터리는 성능도 뛰어나다. 자동차가 저속에서 고속으로 얼마나 빨리 도달하느냐를 제로백 성능이라고 하는데, 이 성능에 따라 자동차 운전자의 '운전 쾌감'이 달라진다.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S는 제로백 성능이 4.2초로 일반 화석연료차의 10초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
또, 인간이 운전하는 차에서 자율주행차로의 이전도 필연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자율주행차가 인명 손실을 감소 시키기 때문이다.
필자는 "현재 미국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90%가 음주, 마약, 피로, 운전미숙 등의 운전자 과실"이라며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막대한 인명을 구하고 차량 사고에서 비롯되는 경제적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59 P).
그런데 이 같은 자율주행(전기)차의 대중화는 생활의 편리함을 넘어 경제와 사회 전반에 대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대량 실직 사태이다.
자율주행차는 우선 트럭이나 셔틀버스 같은 정기 노선을 규칙적으로 운행하는 차종에 채택되면서 트럭 기사와 셔틀버스 기사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규칙성 있게 왕래하는 정기 노선은 자율주행차가 가장 손쉽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자율주행차는 택시 기사나 화물차 기사처럼 불규칙한 노선을 운행하는 운전자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종국에는 자가용 운전 기사의 일자리도 빼앗을 것으로 보인다(459 P).
자율주행(전기)차의 ‘일자리 빼앗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필자는 "전기차의 부품수는 6000여개로 화석연료차의 부품수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며 "부품수가 3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것은 자동차 산업의 규모가 3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하고 있다(73 P).
대표적으로 자동차 정비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고 이 책은 지적하고 있다. 전기차는 구조가 간단해 좀체 고장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테슬라처럼 방문 서비스의 형태로 자동차 정비나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유 자동차와 연계하는 사업자가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화석연료 자동차에 연료를 공급하는 주유소 등 자동차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미 전기차가 먼 미래의 자동차가 아니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주유소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도 전기차의 출현과 에너지 분야의 변화에 이미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459 P).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가진 자율주행차의 피해자에 내가 포함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차 시대의 수혜자는 있을까?
저자는 서비스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자율주행차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내부 공간은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다. 인간은 운전하지 않는 대신에 자동차 내부에서 무언가를 즐길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감상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업무를 도와주는 엔터테인먼트 및 서비스 기업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395 P)
여기에 덧붙여 이 책은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차량을 구매하는 개인은 극소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화 한 통 혹은 클릭 한번이면 자율주행차가 실시간으로 도착해서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운행해주는데 굳이 차를 소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미래에는 자율주행차 이용을 위한 서비스에 가입하고 필요할 때마다 이용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보편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398 P).
발 빠르게 이런 기회를 사업화한 기업도 등장한 상태이다. 스위스느의 린스피드(Rinspeed)라는 기업은 2014년 테슬라의 모델S의 내부를 개조해 ‘엑스체인지’(Xchange)로 불리는 차를 선보였다. 이 차는 좌석이 무려 20가지로 변형 가능해 탑승자가 다양한 자세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심지어 좌석이 뒤로 돌아간 뒤에는 32인치 크기의 스크린을 통해 자동차를 작은 영화관으로 만들 수 있다.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임박했다고 믿기 때문인지 필자는 자동차 산업 관련 종사자가에 직설적으로 조언하고 있다.
필자는 "지금의 운수업 종사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시밭길로 접어드는 경험을 하지 싶지 않다면 직업을 바꿀 것을 권한다"며 "이제 운전에서 은퇴할 나이가 된 분이라면 자신의 경험은 앞으로 운전 이라고는 전혀 해보지 않은 세대에게 별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468 P).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하면서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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