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시대를 관통하는 윌리엄 D. 갠의 투자 경험과 안목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의 경제와 숫자 이야기)
  • 윤진기 명예교수
  • 등록 2021-02-22 13:44:59
  • 수정 2024-02-12 18:44:24
  • 목록 바로가기목록으로
  • 링크복사
  • 댓글
  • 인쇄
  • 폰트 키우기 폰트 줄이기

기사수정


윌리엄 D. 갠(William D. Gann)은 가치투자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20세기의 위대한 금융거래인이자, 월스트리트의 현자로 불리고 있다. 주가는 기업 실적의 종속변수라고 생각하는 필자는 그가 창안한 ‘카디널 사각형(Cardinal Square)’이나 ‘갠의 바퀴(Gann Wheel)’ 같은 분석 도구에 그다지 흥미를 갖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이런 분석 도구를 활용하여, 평균매매 성공률 80~90%를 기록하였고, 1929년의 대공황 같은 굵직한 사건을 예측하는데 성공하였다. 심지어 그는 대공황이 1932년에 끝나리라고 정확히 예측했다고 전해진다.* 놀라운 일이다.


갠은 1878년에 가난한 면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면화 농장에서 일하며 면화 상품 거래에 대하여 알기 시작하면서 투자를 시작했고, 여러 차례 투자에 실패했지만**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평생의 투자 경험을 담아서 일생동안 소책자를 포함해 10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는데, 이 중 몇 권이 한국어로 번역 소개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차트로 주식 투자하는 법』은 두 가지 점에서 필자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자료: 차트로 주식투자하는 법(2007)
http://www.yes24.com/

하나는 시장과 시대를 보는 그의 안목이다. 그는 “앞으로 발전하여 주식을 쏟아낼 새로운 산업을 찾아라.”라고 조언한다. 그는 “철도주를 버리고 자동차주에 달려들어 큰돈을 번 사람들의 선례를 따라야 한다. 1916년 구리주를 처분하고 1918년과 1919년에 석유주를 거래한 사람들 역시 큰돈을 벌었다. 내 생각에, 다음 몇 년 동안 비행기주와 라디오주를 거래하는 사람들은 예전에 석유주와 자동차주를 거래했던 사람들만큼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화학주 또한 미래에는 큰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화학산업을 통해 큰 발전을 이루었고, 화학산업은 여전히 거대한 규모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그의 생각을 전하고 있다.***


오래된 이야기라서 진부한 것으로 들리지만, 이러한 그의 생각이 값진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최고의 투자수익률을 준다는 윌리엄 오닐(William J. O’Neil)의 연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주식시장에서 미래를 여는 신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기업의 주가가 날아가는 것을 보면 그의 생각이 얼마나 통찰력 있는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주가의 변동을 매집과 분산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책 『차트로 주식 투자하는 법』은 거의 대부분을 개별 주식의 매집과 분산 과정을 설명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그의 매집과 분산에 관한 이론은 오늘날도 상당부분 여전히 작동한다고 생각된다.


그는 내부자나 시세조작자가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매집으로 보고, 매집 후 외부자인 일반 대중에게 주식을 파는 것을 분산으로 이해한다. 그는 분산과 매집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내부자가 주식을 팔고 싶어 할 때는 가능한 한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대중의 주의를 끌기 위해 갖은 일을 다 벌이면서 대중의 욕구를 만들어 낸다. 주식이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내부자가 대량매집을 원할 때는 가능하게 조용하게 처신한다. 그들은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모든 수단을 활용하고 외부자들이 매수에 나서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한다.” *****


갠은 “주식시장은 인간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갠이 주가의 변동을 매집과 분산의 과정으로 본다는 것은 큰 자본을 가진 사람에 의하여 주식의 분산과 매집이 행해진다는 의미이다. 갠의 이러한 통찰은 요즘처럼 주식투자를 재테크의 일환으로 이해하는 순진한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뜻밖의 경고가 될 수 있다. 빚을 내어 재테크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모두 갠이 말하는 내부자나 시세조작자들에게 조종당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조언한다. “주식이 매집 혹은 분산 구간이 지났는지를 알아보라.” 쉽지 않은 일이지만 몇 번이고 되새겨 볼만한 조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매집과 분산에 대하여 자기 나름의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주석]

* 윌리엄 D. 갠 저, 조윤정 역, 『차트로 주식 투자하는 법』, 이레미디어, 2007, 12면.
** 그는 “나는 그동안 40여 차례 이상의 파산을 경험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위의 책, 62면.
*** 위의 책, 166면.
**** 윌리엄 오닐은 그의 책에서 대단한 성공을 가져다 준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윌리엄 오닐 저, 박정태 역,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 굿모닝북스, 2012, 206면 이하) 오닐은 “주식시장은 평생에 걸쳐 당신에게 이런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연구하고 준비하고 스스로 배워나가라. 그러면 당신 눈앞에 미래의 최고의 주식들이 숱하게 나타날 것이다.”고 예언하고 있다. 이 말을 믿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윌리엄 D. 갠 저, 조윤정 역, 앞의 책, 205면. 분산에 대한 갠의 총론적 관점은 같은 책 51면 이하의 “chapter 05 주식은 어떻게 매각되는가?”에 잘 설명되어 있다.
****** 위의 책, 119면.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출처를 표시하면 언제든지 인용할 수 있습니다.

sunhwa771@naver.com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버핏 리포트] 삼성중공업, 4Q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 예상...수주 목표 56% 달성 -유진 유진투자증권이 25일 삼성중공업(010140)에 대해 모잠비크 Coral Sul 2 수주, 미국 델핀과 캐나다 웨스턴 FLNG 등 해양 수주를 늘릴 것이고 안정적인 실적이 예측된다며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1만6000원을 유지했다. 삼성중공업의 전일 종가는 1만50원이다.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3분기 실적으로 매출액 2조3229억원(YoY +15%...
  2. [버핏 리포트] 포스코홀딩스, 철강·리튬 동반 상승 임박...목표가↑-NH투자 NH투자증권이 31일 포스코홀딩스(005490)에 대해 향후 철강은 중국 부양책 영향, 리튬은 공급 제한 영향으로 가격 상승이 전망된다며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했고, 목표 주가는 기존 51만원을 유지했다. POSCO홀딩스의 전일 종가는 34만원이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포스코홀딩스의 매출액은 18조3210억원(YoY -3.4%), 영업...
  3. [버핏 리포트] 삼성E&A, 정산이익으로 3Q 선방했지만…수주 불확실성 지속-유안타 유안타증권이 25일 삼성E&A(028050)에 대해 수주 이후 착공까지의 시차가 상대적으로 짧고 손실 리스크도 제한적인 캡티브(Captive) 물량 축소가 가시화되고 있어 오는 2025년 매출과 이익의 감소폭이 기존 추정치 대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했고, 목표 주가는 기존 3만80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4. 바텍, 건강관리장비와용품주 저PER 1위...6.35배 바텍(대표이사 김선범. 043150)이 11월 건강관리장비와용품주 저PER 1위를 기록했다.버핏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텍은 11월 건강관리장비와용품주 PER 6.35배로 가장 낮았다. 이어 레이언스(228850)(6.47), 디알젬(263690)(7.55), 세운메디칼(100700)(8.41)가 뒤를 이었다.바텍은 지난 3분기 매출액 873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
  5. [버핏리포트] LG전자, 수익성 감소했지만 구조개선 효과 나타나 수요 회복-대신 대신증권이 25일 LG전자(066570)에 대해 3분기에 구조개선 효과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 13만원을 유지했다. LG전자의 전일 종가는 9만7200원이다.조대형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3분기 실적으로 매출액 22조1764억원(전년대비 +10.7%), 영업이익 7519억원(전년대비 -20.9%)을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전기차 판매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